[천지일보=정다준 기자] 26일 서울의 한 롯데리아 매장에서 ‘맛피아 모짜렐라(토마토바질)’ 버거(왼쪽)가 8900원에 판매되는 가운데 배달 플랫폼 배달의민족에서는 ‘이중가격제’가 적용돼 같은 메뉴가 900원 비싼 9700원에 판매되고 있다. ⓒ천지일보 2025.03.27.
[천지일보=정다준 기자] 26일 서울의 한 롯데리아 매장에서 ‘맛피아 모짜렐라(토마토바질)’ 버거(왼쪽)가 8900원에 판매되는 가운데 배달 플랫폼 배달의민족에서는 ‘이중가격제’가 적용돼 같은 메뉴가 900원 비싼 9700원에 판매되고 있다. ⓒ천지일보 2025.03.27.

[천지일보=정다준 기자] 지난해 말 정부와 배달 플랫폼, 자영업자 단체가 참여한 상생협의체가 ‘상생안’을 내놨다.

자영업자에게 과도하게 부과되던 수수료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였다. 당시 배달 주문 한 건당 10% 안팎의 수수료가 부과되고, 여기에 광고비와 배달료 분담까지 더해지면서 실질적으로 자영업자에게 남는 수익은 거의 없었다. 이에 불만이 들끓자 정부가 중재에 나서 상생안을 도출하게 된 것이다.

핵심은 매출 규모에 따라 수수료율을 달리 적용하는 ‘차등 수수료제’다. 높은 매출을 올리는 가맹점과 소규모 점포가 똑같은 수수료율을 적용받는 것이 불공정하다는 오랜 문제 제기를 반영한 조치다.

배달의민족은 지난달부터 중개 수수료를 기존 9.8%에서 2.0~7.8%로 낮췄고, 쿠팡이츠도 이를 따라간다. 매출 상위권부터 하위권까지 수수료율을 구간별로 나누는 구조다. 상위 35% 가맹점은 7.8%, 중간 구간은 6.8%, 하위 20%는 2%의 수수료율을 적용받는다. 표면적으로 보면 자영업자의 부담은 줄고, 플랫폼은 기존 수익을 유지하면서도 비판을 피해갈 수 있는 ‘절충형’ 상생안이다.

정부 역시 “전 구간에서 업주 부담이 줄었다”고 강조했다. 상생협의체의 가시적 성과로 내세웠고, 배달 플랫폼 측도 “이제는 더 이상 수수료 때문에 배달을 꺼릴 이유가 없다”고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제도가 시행된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았지만 수수료가 줄었음에도 배달 메뉴 가격은 오히려 더 오르고 있다. 이디야커피는 지난 18일 전국 3000여 매장에서 배달 전용 가격을 도입해 제조 음료는 300원, 베이커리류는 500원을 인상했다. 맘스터치 일부 매장은 배달가를 평균 15% 올렸고, 굽네치킨은 고추 바사삭 메뉴의 배달가를 매장가보다 2000원 이상 높게 받는다.

외식업계 전반에 ‘이중가격제’가 빠르게 확산 중이다. 이는 제도적 허용 아래 도입된 구조로 배달앱에서 판매되는 메뉴 가격을 매장보다 더 높게 받을 수 있도록 한 방식이다. 실제로 롯데리아, 맥도날드 등 버거 프랜차이즈와 BBQ 등 치킨 프랜차이즈는 이미 일찌감치 배달 메뉴 가격을 매장가보다 높게 책정해왔다.

이 구조의 본질은 단순하다. 자영업자는 이중가격을 통해 줄어든 수수료를 상쇄하거나 오히려 이윤을 더 얻는다. 이에 배달 플랫폼은 가격이 오른 만큼 수수료를 더 많이 챙긴다. 수수료가 정률제 즉 판매 금액 비례 방식이기 때문이다. 메뉴 가격이 오르면 플랫폼이 가져가는 수수료도 자동으로 증가한다.

누군가는 더 벌고, 누군가는 더 남기고, 소비자는 조용히 더 낸다. 상생이라 했지만 정작 가장 많은 돈을 지불하는 소비자는 논의 테이블에조차 앉지 못했다.

배달 플랫폼의 중개 수수료는 본래 자영업자가 플랫폼을 이용한 대가다. 주문 연결, 정산 시스템, 리뷰 관리 등 서비스를 이용하는 비용이다. 하지만 이 비용이 소비자에게 전가되고 플랫폼과 업주는 그 사이에서 각자의 이익을 보전하거나 확대하는 구조가 형성됐다면 그것은 단순한 비용 분담이 아니라 ‘구조적 전가’다.

상생이란 단어는 그럴듯하지만 결국은 누가 얼마를 부담하느냐의 문제다. 지금처럼 더 벌고, 더 남기고, 더 내는 구조가 계속된다면 결국은 모두가 신뢰를 잃는다. 이중가격제는 해법이 아니라 문제를 덮은 가림막일 수 있다.

소비자만 조용히 피해를 입는 구조를 ‘상생’이라 부르기 어렵다. 수수료율에 상한선을 도입하거나, 소비자가 실제로 지불하는 배달비와 수수료 구조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등의 장치가 필요하다. 이중가격제 대신 결제 시점에 수수료의 일부를 소비자가 선택적으로 부담하게 하거나, 아예 수수료를 주문 금액 기준이 아닌 주문 건수 기준으로 변경하는 방식 등 소비자들을 포함한 ‘진정한 상생안’을 다각도로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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