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시장이 24일 10시 본청 3층 대회의실에서 개최된 ‘디딤돌소득 협약 및 정합성 연구발표’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5.03.24.
오세훈 시장이 24일 10시 본청 3층 대회의실에서 개최된 ‘디딤돌소득 협약 및 정합성 연구발표’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5.03.24.

[천지일보=이문성 기자] 서울시가 의욕적으로 추진 중인 ‘디딤돌소득’ 실험이 3년 차에 접어들며 전국 확산을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실증적 근거보다는 정치적 상징성에 의존한 복지모델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시가 대표적 약자동행 정책이라 내세운 ‘디딤돌소득’은 소득보장 체계를 개편하는 대안적 모델로 주목을 받아왔다.

디딤돌소득은 중위소득 85% 이하 가구에 가계소득을 보전해주는 방식으로, 기존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한다는 취지다.

실제로 현재 2000여 가구가 지원을 받고 있고, 일부 통계에서는 근로소득 증가나 정신건강 개선 등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났다고 시는 주장한다.

하지만 과연 이 실험이 ‘복지 패러다임 전환’이라는 수식어에 걸맞은 체계인가에 대해선 논란의 여지가 크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이 정책을 K-복지 모델의 핵심으로 삼고 전국 확산을 시도하려는 데는 과도한 낙관이 깔려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서울시는 이번에 1년 간의 연구 결과를 발표하며 95개 복지제도 중 36개와 디딤돌소득을 통합·연계하면 효율성이 극대화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 제도가 실제로 기존의 복잡한 복지 체계를 대체할 수 있을 만큼의 설계 완성도나 지속가능성을 갖추었는지에 대한 의문이 커져가고 있다.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은 엇갈린다. 서울시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에스테르 뒤플로와 스탠퍼드대의 데이비드 그러스키 교수 등의 긍정 평가를 부각시키고 있으나, 이는 일부 포럼에서의 원론적 언급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일각에서는 제도적 맥락과 국가별 상황이 상이한데도 이를 마치 전폭적 지지로 해석한 것은 과도하다는 의견이다.

디딤돌소득 수혜자의 8.6%가 ‘탈수급’에 성공했다는 시의 발표에 대해서도 ‘호손효과(Hawthorne Effect)’를 지적하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호손효과란 1924년 미국 일리노이주에 위치한 웨스턴 전기회사의 호손공장에서 약 8년에 걸쳐 진행된 실험에 밝혀진 심리적 개념을 말한다.

당시는 테일러의 과학적·기계적 관리법을 바탕으로 성과급 제도를 시행하던 시기였다.

특히 호손공장의 조명 실험에서는 조명 조건과 생산성의 상관관계를 분석하고자 했다.

작업자들은 작업환경에서 조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었지만, 자신들이 실험의 관찰 대상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조명의 밝기와 관계없이 더욱 일에 매진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로 인해 조명의 정도와 업무 생산성 간의 과학적 측정이 어려웠으며, 오히려 실험에 주목받는 상황 자체가 생산성 향상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 ‘호손효과’라는 심리적 개념이 도출됐다.

이는 작업 현장에서의 인간관계와 심리적 요인의 중요성을 일깨우며 이후 경영학 및 사회과학 분야에 큰 영향을 끼쳤다.

호손효과 등을 고려할 때 디딤돌소득 실험은 제한적 통계와 짧은 시범 기간에서 나온 긍정 지표를 근거로, 대규모 확산을 정당화하는 데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한 디딤돌소득을 전국적으로 확대할 경우 최대 36조원의 추가 재정 투입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왔다.

재정확보와 관련한 명확한 계획 없이 실험적 복지 모델을 전국에 도입하는 방안은 국가재정의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시는 ‘빈곤해지기 전에 미리 돕는’ 선제적 지원이라는 이상을 앞세우고 있지만, 복지정책은 감성보다 냉정한 데이터와 설계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를 감안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오세훈 시장의 야심찬 디딤돌소득 실험이 정말 ‘복지의 미래’가 될 수 있을지, 아니면 또 하나의 정치적 이벤트로 남을지는 좀 더 면밀한 검증과 균형 잡힌 평가가 선행되어야 판가름 난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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