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서울 종로구 젊음의 거리에서 한 배달라이더가 포장 음식을 오토바이에 싣고 있다. ⓒ천지일보DB](https://cdn.newscj.com/news/photo/202504/3252442_3312490_1159.jpg)
[천지일보=정다준 기자] 2000년대 초반 발생한 ‘카드대란’은 신용카드 남발과 높은 카드 수수료율로 인해 수많은 신용불량자를 양산한 대표적인 금융사고였다. 당시 카드사들은 경쟁적으로 신용카드를 발급했고, 정부 차원의 명확한 규제 없이 고금리 수수료를 부과하며 연체율이 급등했다. 이로 인해 400만명이 넘는 신용불량자가 발생하며 사회·경제적으로 심각한 문제를 초래했다. 이러한 사태를 계기로 정부는 카드 수수료율을 법으로 규제하며 서민과 소상공인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금융 정책을 강화했다. 하지만 이러한 반면교사를 남긴 금융권과 달리 현재 배달앱 시장에서는 여전히 과도한 수수료 문제가 방치되고 있다.
◆배달앱 수수료 폭등, 소상공인의 고통 가중
최근 배달 시장은 코로나19 이후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하며 일상 속 필수 서비스로 자리 잡았다. 특히 대표 배달앱인 ‘배달의민족(배민)’을 비롯한 여러 플랫폼이 시장을 주도하며 외식업을 포함한 자영업자들의 배달 의존도가 급격히 증가했다. 하지만 배달앱의 높은 중개 수수료 문제가 심각해졌다. 배달 한 건당 수수료가 10% 안팎으로 치솟았고, 소상공인들의 부담은 가중돼 불만이 이만 전만이 아니었다.
이에 지난해 말 정부와 배달 플랫폼, 자영업자 단체가 참여한 상생협의체가 ‘상생안’을 내놨다. 상생안은 매출 규모에 따라 수수료율을 달리 적용하는 ‘차등 수수료제’로 중개 수수료를 기존 9.8%에서 2.0~7.8%로 낮췄다. 매출 상위 35% 가맹점은 7.8%, 중간 구간은 6.8%, 하위 20%는 2%의 수수료율을 적용받는다. 지난 2월 배달의민족이 먼저 도입했고, 이달부터 쿠팡이츠도 적용된다.
하지만 소상공인들은 수수료가 낮아졌음에도 추가 광고비와 배달 대행료까지 합치면 실제 부담률이 20~40%에 달하는 경우도 많다며 하소연을 쏟아낸다. 여기에 원가와 인건비, 월세, 전기세 등을 내면 남는 게 없다는 것이다. 이에 상당수 점주 등 소상공인들은 메뉴 가격을 매장과 배달에서 달리하는 ‘이중가격제’를 도입해 조금이나마 이윤을 남기려 하고 있다. 이는 차등 수수료가 도입됐지만 소상공인들이 갖는 부담은 여전하다는 점을 방증해 준다.
배달앱 수수료 문제의 가장 큰 원인은 명확한 법적 규제가 없다는 점이다. 현재 카드업계의 경우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 가맹점 수수료율을 차등 적용하고 있다. 올해 들어서도 카드사들은 수수료 개편안을 통해 수수료를 낮췄다. 구체적으로 연 매출 3억원 이하의 영세 가맹점에는 0.4%, 3억~5억원 규모의 중소 가맹점에는 1.0%, 5억~10억원 규모는 1.15%, 10억~30억원 1.45%로 수수료율을 낮춰 부담을 완화했다. 반면 배달앱 시장에서는 이러한 법적 기준이 전혀 마련되지 않아 플랫폼이 수수료를 자의적으로 설정할 수 있는 구조가 형성됐다. 특히 배달의민족을 비롯한 일부 대형 플랫폼이 시장을 독점하면서 소상공인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높은 수수료를 감당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카드대란의 교훈, 배달앱 시장에도 적용해야
카드대란은 신용카드 사용을 장려하면서도 관리·감독이 부실했던 것이 화를 불러온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정부는 사태가 터진 뒤에서야 법적 규제를 도입하며 신용카드 시장을 정비했지만, 그 과정에서 수많은 서민과 소상공인이 큰 피해를 입었다. 이제는 배달앱 시장에서도 같은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정부는 플랫폼의 과도한 수수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배달앱 수수료 상한제’와 같은 법적 제재를 마련해야 하고 규제 및 관리·감독할 수 있는 기관이 필요하다. 또한 차등 수수료 외에도 불합리한 광고비 및 배달 대행료 구조도 개선해야 한다.
현재 국회에서도 배달앱 수수료 규제를 위한 법안이 논의되고 있으나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정부와 정치권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서 배달앱 과다 수수료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상공인과 소비자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배달 플랫폼 공정화법’ 등 실질적인 법적 장치를 마련해 소상공인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카드대란을 통해 우리는 무분별한 시장 확대가 가져오는 폐해를 뼈아프게 경험했다. 이제는 배달앱 시장에서도 그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 배달 서비스가 우리 생활의 필수 인프라로 자리 잡은 만큼 이제는 공정한 수수료 체계를 마련해 플랫폼과 소상공인이 함께 상생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