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천지일보 2025.03.10.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천지일보 2025.03.10.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석방 판결이 나온 후 더불어민주당의 대응은 다소 기묘하다. 판결을 내린 지귀연 판사를 정조준해 강하게 비판할 것이라 예상했지만 정작 민주당이 몰아붙이는 대상은 항고를 포기한 심우정 검찰총장이다. 사퇴 압박을 넘어 탄핵까지 거론하며 공세를 퍼붓고 있다.

민주당의 이런 태도는 의문을 낳는다. 부당한 판결이라고 생각한다면 당연히 그 결정을 내린 판사를 문제 삼아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도 민주당은 법원에는 침묵하면서 검찰만 공격하고 있다.

여기에는 민주당의 속사정이 깔려 있을 가능성이 크다. 혹시나 사법부를 정면으로 비판할 경우 이재명 대표의 재판에 불리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계산이 작용한 것이 아닐까. 현재 이 대표는 공직선거법 위반, 대장동·백현동 개발 특혜, 성남FC 후원금 의혹 등 여러 재판을 받고 있다. 대법원 판결을 앞둔 사안도 있는 만큼 민주당이 섣불리 법원을 자극했다가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을 우려했을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이 검찰을 공격하는 것은 익숙한 방식이다. 과거에도 불리한 판결이 나오면 ‘검찰의 기획 수사’라고 몰아붙였고 검찰이 법원을 압박해 원하는 결과를 얻는다는 논리를 폈다. 하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 법원이 먼저 석방 판결을 내렸고 검찰은 그 결정을 받아들인 것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민주당이 가장 먼저 비판해야 할 대상은 판사가 되어야 하는데 이상하게도 법원에 대한 언급은 쏙 빠져 있다.

결국 민주당이 검찰을 희생양 삼아 책임을 돌리는 전략을 택한 것은 ‘이재명 방탄’과도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사법부를 건드리면 이 대표의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고 향후 판결이 더욱 불리하게 흘러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민주당이 법원에 대한 비판을 최대한 자제하면서도 검찰을 향한 공격을 지속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선택이 민주당과 이 대표에게 유리하게 작용할지는 미지수다. 법원의 결정이 있었던 이상, 검찰총장이 항고를 포기한 것이 탄핵 사유가 된다는 논리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오히려 민주당이 불리한 국면을 어떻게든 돌파하려다 무리수를 둔 것처럼 보일 뿐이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좌불안석’ 상태에 빠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법원을 비판하자니 이 대표 재판이 걸려 있고 검찰만 공격하자니 논리적 허점이 크다. 결국 민주당은 사법부를 건드리지 않으면서도 정권에 대한 공세를 이어가려다 스스로 자충수를 둔 셈이다.

이번 사안을 통해 민주당의 고질적인 한계도 드러난다. 정치적 공세를 펼칠 때 ‘정확한 타격점’보다 ‘쉽게 공격할 수 있는 대상’을 먼저 찾는 경향이 강하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번처럼 그 공격이 비합리적이고 논리적으로 취약하다면 오히려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결국 민주당이 지금과 같은 모순된 태도를 유지한다면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엔 쉽지 않아 보인다.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민주당이 사법부를 대하는 태도가 일관되지 않다는 점이다. 구태여 따져보자면 민주당이 반드시 검찰만 공격 대상으로 삼았던 건 아니다. 민주당은 ‘사법부의 독립성’을 강조하면서도 자신들에게 불리한 판결이 나올 때마다 ‘정치적 판결’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하지만 이번엔 사법부의 판단을 비판하기보다는 검찰을 향해 공세를 펴고 있다.

이러한 점은 민주당 스스로 사법부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자신들에게 불리한 판결이 나오면 정치적이라고 주장하면서도 유리한 판결이 나오면 이를 인정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이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민주당의 논리는 점점 설득력을 잃어가고 있다.

게다가 검찰총장 탄핵이라는 무리한 주장은 설득력을 얻기 어려워 보인다. 오히려 민주당이 스스로 논리를 무너뜨리고 자충수를 두는 모습만 강조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이번 탄핵이 현실화된다면 윤 정부 들어 30번째 탄핵이다. 결국 민주당의 반복된 탄핵 시도는 국민들에게 ‘탄핵을 남발하는 정당’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가능성이 크다. 이는 민주당이 향후 중요한 정치적 국면에서 탄핵을 다시 꺼내 들었을 때 오히려 그 효과가 반감되는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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