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12월 비상경제회의를 주재한 오세훈 시장. ⓒ천지일보 2025.03.14.
지난 해 12월 비상경제회의를 주재한 오세훈 시장. ⓒ천지일보 2025.03.14.

[천지일보=이문성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작년 12월부터 비상경제회의를 주관하며 불필요한 규제를 남김없이 철폐할 것처럼 나섰다. 물론 서민경제를 위해 기업과 자영업자 등 경제주체가 보다 활발히 움직일 기회와 공간을 마련한다는 취지였다.

상당히 많은 규제철폐안이 제기되었지만, 그 중의 압권은 지난 2월 12일 강남 3구 토지거래허가 해제조치였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은 주택 매매거래 시 실거주 의무가 2년 부과된다. 사실상 전세를 끼고 주택을 매입하는 ‘갭투자’를 차단할 수 있다.

서민주거를 악화시키는 악명 높은 투기형 갭투자를 막겠다는 취지라는 점에서 오 시장의 조치는 주택 실거래 중심의 부동산 안정 정책과는 상반된 역기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진즉에 제기되었다.

이에 대해 오세훈 시장은 "투기 우려가 적은 지역"이라는 이유를 들었지만, 결과적으로 이러한 결정은 부동산 시장에 급격한 상승 압력을 가하는 촉매제가 되었다.

실제로 강남 3구의 아파트 가격은 해제 이후 단기간 내 급등했다. 한국부동산원의 발표에 따르면, 3월 10일 기준으로 강남구의 아파트 가격은 0.69%, 서초구는 0.62%, 송파구는 0.72% 상승하여 서울 평균 상승률의 3배 이상을 기록했다. 이는 해당 지역에서 부동산 투기수요가 급증했음을 보여준다.

토지거래허가 해제조치에 멈추지 않고, 지난 13일 서울시는 강남 테헤란로의 용도지역을 조정하여 초고층 빌딩 건설을 허용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테헤란로는 강남의 경제 중심지로, 기존에도 높은 용적률을 가진 상업지역이었지만, 이번 개편을 통해 용적률이 최대 1800%까지 확대되면서 건축물의 높이 제한도 철폐되었다.

대기업과 대형 개발업체들이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설 것으로 보이며, 이는 해당 지역 부동산 가격 상승을 더욱 부추길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는 이 같은 조치가 "강남 도심의 활력을 제고하고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남 3구의 부동산 가치를 더욱 높이는 결과만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초고층 빌딩 허용 정책은 부동산 개발 이익을 특정 기업과 투자자들에게 집중시킬 수 있는 불안정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문제는 오세훈 시장이 부동산 규제 제도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토지거래허가제는 실거주자를 막기 위한 것이 아니라, 투기세력을 차단하고 부동산 시장의 안정을 유지하기 위한 핵심 제도다.

또한, 강남 3구에 집중된 자본과 개발의 흐름에서 소외된 시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줄여 성난 마음을 달래고자 하는 형평적 의미도 지니고 있다.

이러한 제도를 단순한 경제적 논리로만 해석하고, 서민 경제 활성화라는 허울 좋은 명분으로 내세운 것은 근시안적 도시정책 철학에 불과하다는 비판에서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강남 테헤란로의 규제 완화는 서울시가 지속적으로 주장해온 강남북 균형 발전과도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 서울의 개발이 강남을 중심으로만 진행될 경우, 강북과의 격차는 더욱 심화될 것이며, 이는 도시 전체의 장기적 발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오세훈 시장의 규제 철폐가 과연 시장으로서 직분에 충실하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이른바 '벚꽃 대선'을 대비한 정치적 계산의 일환인지 분명하지 않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점은, 이번 강남 3구에 대한 토지거래허가 해제가 시장에 미치는 충격은 단순한 경제적 영향을 넘어 정치적 타격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부동산 시장을 단기적 정치적 이익을 위한 수단으로 삼았다면 서울의 미래를 담보로 한 위험한 결정이었다는 평가를 받게 될 수 있다.

강남 3구의 토지거래허가제 해제와 테헤란로 초고층 빌딩 허용이 실제로 누구를 위한 정책인지 다시 한번 고민해야 할 때다.

오 시장의 정책이 진정으로 서민을 위한 것이라면, 이제라도 규제 완화 정책의 방향을 재고하고,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한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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