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날.  (출처: 네이버) ⓒ천지일보 2025.03.11.
여성의날.  (출처: 네이버) ⓒ천지일보 2025.03.11.

[천지일보 경기=이성애 기자] 세계 여성의 날은 단순한 기념일이 아니다. 여성의 권리와 평등을 위해 싸워온 역사를 기억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점검하는 날이다. 하지만 경기도가 올해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SNS에 올린 홍보물은 이 같은 의미를 퇴색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남편이 웃는 여성정책”  “아빠가 웃는 여성정책”  “남친이 웃는 여성정책” 제목만 보아도 여성정책의 중심이 여성이 아니라 남성들에게 맞춰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여성이 자신의 권리를 누리며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라, 결국 남편·아빠·남자친구가 웃을 수 있어야 의미 있다는 메시지로 읽힐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유호준 경기도의원은 “여성을 ‘씨암탉’이나 ‘보모’ 정도로 간주하는 시대착오적인 여성관”이라고 비판했다. 또, 이번 홍보물로 인해 경기도가 추진해 온 여성정책의 본질이 가려졌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경기도는 ‘여성청소년 무상생리대 바우처 지급’ 등 성평등을 위한 중요한 정책들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이번 논란은 그러한 성과조차 희미하게 만들었다.

경기도는 ‘성평등 조례’를 통해 도민들에게 성평등 실천을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홍보물 하나에서 성평등 감수성이 부족한 모습을 보였다. 성평등 정책을 추진하는 기관이 오히려 ‘여성의 삶을 남성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태도를 보였다면, 이는 분명 반성이 필요한 부분이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경기도는 단순한 사과를 넘어, 실질적인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 홍보물 제작 과정에서 성평등 관점을 반영하는 심의 프로토콜을 점검하고, 향후 정책 홍보가 본래의 취지에 맞게 전달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여성정책이 단순히 ‘재생산 노동’에만 국한되지 않고, 여성의 경제적·사회적 권리까지 폭넓게 다룰 수 있도록 정책 방향을 더욱 확장할 필요가 있다.

세계 여성의 날의 의미는 남성이 아니라 여성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경기도가 이번 논란을 계기로 진정한 성평등 정책이 무엇인지 다시 고민하고, 그 방향성을 바로잡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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