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의 투자수익을 노리는 젊은층이나 노후자금이 절박한 고령층을 대상으로 불법 유사수신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특히 고령층 피해가 심각하다. 금감원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사금융 피해자 중 60세 이상이 36.5%를 차지한다. 평생 연금처럼 배당금을 지급할 것처럼 속여 고액의 투자자를 모집하고, 뚜렷하지 않은 수익 구조임에도 수익을 보장한다고 현혹한다. 지역벌 플랫폼장을 세워놓고, 지인을 소개하면 소개비를 준다며 다단계식 불법성 영업도 서슴지 않는다. 천지일보는 심층 취재를 통해 이같은 폰지사기 사금융 수법을 역사를 통해 파헤치고 현 피해자들의 사례를 조명해 투자심리를 들여다보며, 피해를 막을 법안과 대안을 찾아본다.

사기범 조희팔(오른쪽)의 모습. (출처: 연합뉴스)
사기범 조희팔(오른쪽)의 모습. (출처: 연합뉴스)

고수익 보장한다며 투자권유

투자 받은 돈으로 수당 지급

전형적인 폰지사기 수법사용

 

투자자 의심 피해 지속 범행

사기들통시점까지 미리 계산

회사 전산망 파괴한 뒤 도주

 

사기 피해자 대다수 ‘서민층’

전 재산 잃고 친인척간 불화

개인파산 속출… 극단선택도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최근 투자 원금에 대해 매달 높은 수준의 수익금을 준다고 약속하고 실제론 다음 투자자의 돈으로 먼저 투자한 사람에게 수익금을 지급하는 이른바 ‘폰지사기’ 수법이 성행하는 가운데 과거 최소 4~5조원대의 천문학적인 금액의 폰지사기 사건이었던 이른바 ‘조희팔 사태’가 다시 주목된다.

조희팔(남, 사망 추정)은 대한민국 최대 사기 사건으로 꼽히는 ‘의료기 역렌탈 계약 사기 사건’의 범인이자, 최소 4~5조원 이상의 피해를 준 희대의 사기꾼이다. 당시 조희팔의 사기에 당한 피해자 10여명은 절망감으로 인해 극단적 선택까지 하는 등 사회적 파장이 컸다.

1957년 경북 영천군 금호면 오계동 소재 조씨 집성촌에서 태어난 조희팔은 위로 형과 누나 각각 3명이 있었으며 아래로는 막내 여동생 1명이 있었다. 가난했던 그는 초등학교(당시 국민학교)를 졸업하고 홀몸으로 대구광역시로 떠났다.

이후 조희팔은 막노동을 하며 생계를 이어가다 냉동식품 도매업소에 취직했고, 도박판 허드렛일도 하다가 경상도 폭력 조직인 ‘동성로파’ 행동대원들과 어울리게 됐다. 이때 다단계를 알게 된 조희팔은 다단계 사업체에 들어가 본격적으로 일을 배웠다.

조희팔은 2004년부터 ‘의료기기를 사면 빌려줘서 고수익을 낸다’는 말로 돈을 끌어모았다. 그는 사업을 벌이면서 지역별로 다른 이름을 썼는데 대구·경북권은 ㈜첼린, 부울경권은 ㈜씨엔, 서울·수도권·충청권에서는 ㈜리브라는 이름을 썼다.

이후 조희팔은 투자자들에게 수익금을 실제로 지급하면서 신뢰를 쌓았고, 점차 회원 수를 늘려나갔다. 그는 전국에 걸쳐 수십개 법인과 49개소의 센터를 운영하게 됐다. 조희팔은 투자자들에게 설명한 대로 수익금을 주는 듯했으나 사실은 전형적인 폰지사기 수법을 사용해 수익금을 지급했다.

조희팔은 전국의 모텔이나 찜질방 등으로 임대 수입을 올린다며 투자자들을 모았지만 이는 사실과 달랐고, 수익은 거의 나지 않았다. 폰지사기 수법대로 나중에 투자한 사람에게 받은 돈의 일부를 떼어 먼저 투자한 사람의 수당으로 지급하는 형태였다.

하지만 먼저 투자했던 사람들은 한동안 일정량의 수익을 얻게 되자, 수당금 지급이 지체되는 상황이 와도 기존에 지급되던 수익금에 대한 기대감으로 인해 조희팔을 사기꾼으로 의심하지 않았다.

특히 조희팔은 유명인사들까지 섭외해 홍보에 활용했고 이를 토대로 조희팔에 대해 더욱 신뢰하게 된 이들은 경찰이나 검찰에 신고하지 않았다. 이는 사기 피해 규모를 키우게 된 또 하나의 원인이 됐다.

조희팔은 자신의 거짓말이 들통나 피해자들이 의문을 품고 문제를 제기할 시점까지 걸리는 소요기간을 예상할 수 있는 컴퓨터 시뮬레이션까지 진행하는 등 치밀한 도주 계획을 짰다.

결국 조희팔은 2008년 10월 회사 전산망을 일부러 파괴한 뒤 현금화해 둔 개인 자산을 들고 달아났다. 같은해 11월 지명수배됐으나 그 다음달인 12월 중국으로 밀항해 종적을 감췄다.

이후 2012년 5월 ‘조희팔이 2011년 12월 중국 현지에서 이미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으나 ‘사망 조작’ 의혹은 현재까지도 명확하게 풀리지 않았다.

조희팔이 사업을 벌이고 도주하기 직전까지 약 5년간 그에게 사기를 당한 피해자는 총 3만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액은 대구·부산 지역에서만 1조원에 달하며, 서울·수도권·충청권 1조 2000억원 등 전국적으로 최소 4~5조원대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의 대부분은 서민이었다. 개인 파산은 속출했고, 특히 투자자들이 자신의 전 재산은 물론 가족·친척·지인의 돈까지 끌어다 쓴 바람에 사회불화가 확산하게 됐다. 10여명은 절망감으로 인해 극단적 선택까지 하는 등 사회적 파장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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