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의 투자수익을 노리는 젊은층이나 노후자금이 절박한 고령층을 대상으로 불법 유사수신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특히 고령층 피해가 심각하다. 금감원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사금융 피해자 중 60세 이상이 36.5%를 차지한다. 평생 연금처럼 배당금을 지급할 것처럼 속여 고액의 투자자를 모집하고, 뚜렷하지 않은 수익 구조임에도 수익을 보장한다고 현혹한다. 지역별 플랫폼장을 세워놓고, 지인을 소개하면 소개비를 준다며 다단계식 불법성 영업도 서슴지 않는다. 천지일보는 심층 취재를 통해 이 같은 폰지사기 사금융 수법을 역사를 통해 파헤치고 피해자들의 사례를 조명해 투자심리를 들여다보며, 피해를 막을 법안과 대안을 찾아본다.

비트코인 (출처: 로이터, 연합뉴스)
비트코인 (출처: 로이터, 연합뉴스)

블록체인 전문가 “욕심 금물”

“법인등기부등본·홈페이지 등

꼼꼼히 따져 신중 결정해야”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1. 가상자산의 핵심 기술인 ‘블록체인’에 대해 잘 알고 있는 A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한 지인을 통해 2년 전 한 회사를 소개받았다. 지인 B씨는 서울 강남 소재 C회사에서 열린 사업설명회에 A씨를 데려갔다.

C회사는 은행에 돈을 넣어두고 찾아가지 않아 주인이 없는 것과도 같은 상태의 현금처럼 비트코인에 투자한 뒤 이를 방치해 영영 찾아가지 않을 것 같이 돼 버린 비트코인을 해킹해 찾으려는 회사였다.

C회사는 당시 사업설명회에서 해커의 해킹을 통해 비트코인 8만개를 해킹했고 1차 암호를 풀었다며 해당 내용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보여줬다. 2차 암호만 풀면 비트코인 8만개를 완벽히 소유하게 돼 현금화하는 것도 문제없어 보였다.

다만 회사는 2차 암호를 풀기 위해선 고성능 CPU(중앙처리장치)가 탑재된 컴퓨터 100대를 동시에 가동시켜 6개월간 암호해독 작업을 거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컴퓨터 가격은 1대당 1500만원. 회사는 1000만원을 투자하면 6개월 뒤 2차 암호해독 후 비트코인 20개를 주겠다고 했다.

비트코인 시세가 현재 1개당 4000만원대를 호가하는 점을 고려해 2년 전 당시 가격이 2000만원이라고만 가정하더라도 비트코인 20개면 약 4억원에 해당했다. 회사의 설명을 정리하면 1000만원 투자 시 6개월 뒤 3억 9000만원의 수익을 얻게 된다는 것이다.

C회사는 사업설명회에 참석한 사람들이 신뢰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자료는 물론 직접 해킹을 진행했다는 해커까지 소개해줬다. 하지만 A씨는 회사가 제공한 정보만으론 100% 신뢰할 수 없다고 판단, C회사에 투자하지 않았다.

2년 뒤인 올해 A씨는 또 다른 지인 D씨로부터 우연히 C회사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됐다. A씨의 예상대로 C회사는 2차 암호를 해독하지 못한 상태였다. 다만 C회사는 2년이나 지난 시점인 올해까지도 계속해서 투자자를 모집하고 있었다. 금액도 1000만원이었던 것이 100만원으로 떨어져 있었다.

A씨는 “C회사는 ‘언젠가는 반드시 풀린다’는 말로 사람들의 심리를 자극하면서 희망고문하고 있었다”며 “고수익에 대한 부푼 꿈을 줘서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A씨가 지인 B·D씨와 달리 C회사의 설명에 혹하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연삼흠 한국블록체인산업협회 회장은 16일 이와 관련해 “투자설명회에서 알려주는 정보뿐 아니라 스스로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은 충분히 확인한 뒤 신중히 투자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투자자를 모집하는 회사의 설명을 지나치게 신뢰한다거나 당장의 이익에 눈이 멀어 ‘지나친 욕심’을 부려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연 회장의 설명에 따르면 우선 투자자를 모집하는 회사에 대해 정확히 알아볼 필요가 있다. 법인회사인 경우 사업자번호 및 설립연도 등의 정보만 있으면 대법원 등기사이트에 접속해서 법인등기부등본을 확인할 수 있다.

법인등기부등본에는 사업목적을 비롯해 상호, 발행 주식총수, 1주 금액(액면가), 공고 방법, 자본금 규모, 임원 현황 등이 기록돼 있다. 법인등기부등본상 어떤 목적을 가진 회사인지 사업설명회에서 소개한 내용과 일치하는지 등을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 또한 해당 회사의 자본금이 얼마인지 회사 홈페이지에 소개된 내용을 인위적으로 바꾼 건 아닌지도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살펴볼 것은 홈페이지다. 최근 폰지사기 의혹을 받는 시더스그룹 휴스템코리아는 출자금을 2.6배에 달하는 디지털 자산으로 늘려준다고 홍보하며 출자조합원을 모았다. 휴스템코리아는 전국에 지부를 두고 사업설명회를 통해 주로 고령층을 대상으로 ‘높은 수익률을 제공한다’며 투자자들을 끌어모았다. 하지만 휴스템코리아 홈페이지에선 ‘정관’을 찾을 수 없었다. ‘이용약관’도 표기만 돼 있고 들어가지지 않았다.

휴스템코리아 재무제표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 2021년 말 기준 매출액 107억원, 순손실 300억원을 기록했다. 납입자본금은 1억원에 불과한데 부채총계는 791억원에 달했다. 심각한 자본잠식 상태다. 이는 신규 자금이 들어오지 않으면 조합원들에게 원금과 배당을 지급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서초구청은 휴스템코리아에 대한 진상 조사를 진행했고 위법 내용을 발견해 ‘해산명령 청구’를 신청한 상태다.

마지막으로 살펴볼 것은 최종 의사결정권자, 즉 그 회사의 대표자다. 대표자의 이력을 검색했는데 어느 날을 기점으로 10~15년 또는 20~30년 공백이 있었다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사기범들이 형을 살고 나와 재범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대표자와 관련된 주변 사람들을 알아보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한편 연 회장은 정부가 국가 차원에서 ‘보이스피싱’에 대한 예방책을 펴는 것과 같이 ‘가상자산을 이용한 폰지사기’에 대해서도 예방책을 마련해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폰지사기로 볼 수 있는지 개인이 점검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배포하고, 국민이 사기에 당하지 않도록 홍보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가상자산 사기 피해 예방 체크리스트. ⓒ천지일보
가상자산 사기 피해 예방 체크리스트. ⓒ천지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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