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6일(현지시각) 바티칸에서 열린 2주 일정의 세계주교대의원회의(시노드) 중 가족문제에 관한 오후 강의를 시작하고 있다. (사진출처: 뉴시스)

최종보고서 투표에서 통과 안돼… “진보표 많아 고무적” 분석도
외신 “교황·진보세력-보수세력 갈등 표출… 교황, 일격 받았다”

[천지일보=정현경 기자] ‘동성애 포용’ 등 획기적인 내용을 담은 가톨릭 세계주교대의원대회(주교 시노드) 중간보고서 해당 문구가 보수파의 강한 반발에 결국 모두 삭제됐다.

미국 뉴욕타임스(NYT), 영국 BBC방송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18일(현지시각) 시노드 마지막 날 회의에서 동성애자를 환대하고 이혼·재혼자도 영성체를 받을 수 있도록 했던 중간보고서 문구가 보수파의 반발에 모두 삭제됐다.

외신들은 이는 개혁을 시도하려는 프란치스코 교황 등 진보파와 이에 저항하는 보수파의 갈등의 골이 깊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BBC 방송은 가톨릭교회 지도자들이 동성애자와 이혼한 사람들에게 더욱 자비로운 태도를 보이도록 설득하려던 교황의 시도가 ‘퇴짜’를 맞았다고 표현했다.

앞서 13일 공개된 중간보고서에는 교회가 동성애자와 이혼·재혼자, 결혼하지 않은 커플은 물론 이들의 아이들도 환대해야 한다는 내용과 피임 등 엄격히 금지해 온 사안에 대해 기존의 교리를 변경하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폭넓게 문을 열겠다는 뜻이 담겨 파장이 일었다.

보수파 주교들은 즉각 강하게 반발했고, 교황청은 영어번역본에 동성애 관련 문구를 수위를 낮춰 표현하기도 했다.

교황청은 최종보고서 투표를 앞두고 ‘동성애자에게도 은사(gifts)가 있으며 이를 가톨릭교회에도 제공할 수 있다’고 명시했던 중간보고서 문구를 ‘동성애 성향이 있는 남녀를 존중하는 태도로 환대해야 한다’는 완화된 구절로 대체했다.

하지만 이 완화된 문구를 최종보고서에 포함할지 묻는 투표에서 찬성 118명, 반대 62명으로 결국 채택이 무산됐다. 해당 문구가 채택되려면 주교회의 참석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하기 때문이다.

AFP통신은 이번 표결에 대해 교황을 선두에 세운 가톨릭 내 진보주의 세력과 보수주의 세력이 드러내놓고 맞붙었으며 교황이 일격을 받았다고 해석했다.

하지만 찬성표가 반대표보다 두 배 가까이 나온 것은 고무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AP통신은 완화된 문구에 반발하는 진보 성향의 주교들이 반대표에 가세했기 때문에 채택이 무산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NYT는 교황청 영문 대변인인 토머스 로시카 신부가 “동성애와 이혼에 대한 구절이 완전히 거부되지 않았다”며 “진전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시노드 최종보고서는 각 교구로 전달돼 의견 수렴절차를 거친 뒤 내년 10월 시노드에서 다시 최종보고서를 펴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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