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지일보=정현경 기자] 지난 1969년 국내 첫 추기경인 김수환 추기경을 임명하면서 우리나라와 인연을 맺었던 교황 바오로 6세의 시복식이 바티칸 성베드로 광장에서 진행됐다.
19일(현지시각) 가톨릭교회의 개혁가이자 폭넓은 외교로 ‘순례자 교황’이라 불린 바오로 6세(재임 1963~1978)의 시복식(복자 추대식)이 프란치스코 교황의 주재로 성베드로 광장에서 진행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위대한 교황이자 용감한 기독교인, 지치지 않는 사도에게 오늘 하느님 앞에서 진심을 담아 단순한 한 단어를 말하고 싶다”며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전임자인 베네딕토 16세도 참여했다.
조반니 몬티니가 본명인 바오로 6세는 교황으로 선출되자마자 전임자인 요한 23세의 선종 이후 중단됐던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재개해 2년 만에 마무리했다. 이를 통해 교회에서 라틴어 대신 현지 용어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다른 종교와 가톨릭교회 간의 관계에 혁명적 변화를 가져왔다.
6대륙을 모두 방문한 최초의 교황인 바오로 6세는 외교활동에 오랜 시간을 할애한 덕에 ‘순례자 교황’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다른 기독교 종파들을 ‘분열된 형제’라고 부르며 지난 9세기 이후 처음으로 동방 교회들을 방문하기도 했다.
1964년에는 예루살렘을 찾아 정교회 총대주교인 아테나고라스 1세와 만났다. 로마 가톨릭과 정교회는 이듬해인 1965년 서로에게 내렸던 파문을 취소했다.
성공회 지도자와 만난 최초의 교황이기도 하다. 그는 영국 성공회의 수장인 캔터베리 대주교 마이클 램지와 만났다.
1965년 교황으로는 최초로 미국을 방문해 뉴욕에 있는 유엔 본부에서 베트남전쟁을 의식해 “두 번 다시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 인류의 운명은 평화가 이끌어야 한다”고 연설했다.
같은 해에는 주교대의원회(주교 시노드)를 설립해 가톨릭교회의 상설기구이자 교황의 자문기구로 삼았다. 이후 대형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시노드를 소집해 이를 논의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시노드를 거론하며 “신은 새로운 것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그래서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우리를 인도하고 가슴을 열게 해준다”면서 “따라서 기독교인들은 용기를 갖고 많은 새로운 도전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일간 코리에레 델라 세라의 보도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바오로 6세 교황의 말을 인용해 “조심스럽게 시대의 징후를 세밀하게 조사하고 시대의 점증하는 요구와 사회 조건의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수단과 방법을 찾을 수 있도록 교회, 특히 주교 시노드는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동성애자를 환대하고 이혼·재혼자도 영성체를 받을 수 있도록 했던 시노드 중간보고서 문구는 최종보고서에서 삭제됐다.
미국의 가톨릭 전문지인 내셔널 가톨릭 리포터는 교회에서 이 문제가 공개적으로 논의된 것 자체가 프란치스코 교황의 승리며 그가 바랬던 것이라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