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6일 오후 조계종 제16대 중앙종회의원 선거가 서울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을 비롯해 전국 24개 교구본사에서 일제히 진행됐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조계종 제16대 중앙종회의원 선거

‘여대야소’ 집행부 힘 실리나
여권, 개헌의석수 이상 확보
야권, 비판·견제기능 위축 우려

선거 과정·결과 잡음 야권반발
폭행·성희롱 논란 후보자 당선
입법기관 ‘종회’ 도덕성 치명타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조계종 제16대 중앙종회의원(국회의원격) 선거가 여권인 불교광장의 압승으로 끝났다. 현 집행부를 이끄는 총무원장 자승스님이 어느 때보다 힘을 얻게 됐다.

중앙종회의원 선거가 지난 16일 오후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을 비롯해 전국 24개 교구본사에서 일제히 진행됐다.

범여권(불교광장, 무량회, 무당파)은 직선직 종회의원 51석 가운데 약 38석, 직능직 종회의원 20석 가운데 16석을 확보해 사실상 개헌을 위한 54석을 넘어선 56석을 확보했다. 반면 야권 삼화도량(무차회, 백상도량, 원융회)은 직선직 종회의원 12석, 직능직 종회의원 3석 등 15석을 얻는 데 그쳐 참패했다. 이번 선 거는 총 81석 가운데 비구니 종회의 원 10명을 제외하면 범여권 56석 대 범야권 15석으로 마무리됐다.

여권의 압승은 선거가 진행되기 전부터 감지됐다. 무량회가 가세한 범여권이 개헌의석을 확보할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한 가운데 선거가 치러졌다. 삼화도량은 유력 후보자들이 대거 탈락하며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지 못했다.

여권은 8교구 직지사와 13교구 쌍계사를 제외한 모든 교구에서 당선자를 내며 야권을 압도했다. 2교구 용주사와 3교구 신흥사, 4교구 월정사, 6교구 마곡사, 9교구 동화사, 10교구 은해사, 11교구 불국사, 14교구 범어사, 16교구 고운사, 17교구 금산사, 18교구 백양사, 19교구 화엄사, 21교구 송광사, 23교구 관음사, 24교구 선운사, 25교구 봉선사 등 무려 16개 교구를 싹쓸이했다.

▲ 직할교구 종회의원 선거를 마치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원들이 표를 정리하고 있다. 직할교구에서는 우봉스님, 법원스님, 현민스님, 덕현스님이 당선됐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불교광장 압승… 삼화도량 진통 예상

불교광장과 무량회가 통합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어 거대 여당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불교광장은 56명의 소속 의원들을 4개 계파로 나누어 운영한다는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 집행부에 대한 견제론을 제시하며 표심에 호소한 삼화도량은 이번 선거에서 사실상 완패하며 내부적으로 회장 교체 등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전망이다. 삼화도량의 가장 큰 패인은 당선이 유력했던 무차회 소속 후보들의 낙선에서 비롯됐다. 직할교구에 출마한 가섭스님과 대흥사 법인스님은 당선 안정권으로 분류됐던 후보들이었다. 하지만 뜻하지 않은 복병을 만나면서 낙선해 큰 충격을 안겼다.

무차회는 직선직에서도 정덕(법주사)·정범(수덕사)·오심(통도사)·광전(백양사)·월우(대흥사)스님과 직능대표 법상·정산스님을 포함해 7석을 얻는 데 그치는 초라한 성적을 거두었다. 삼화도량 회장 영담스님이 이끈 백상도량은 직할 덕현스님, 해인사 원타스님, 쌍계사 영담·명진스님, 직능대표 심우스님 등 5명이 당선돼 지난 15대 선거 당시 확보했던 13석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냈다.

여권의 압승으로 끝남에 따라 중앙종회의 견제와 비판 기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여권이 힘의 논리를 앞세운다면 야권의 응집력을 키울 수도 있다.

불교광장 대표 지홍스님은 선거 결과에 대해 “여야가 극명히 갈린 선거였다. 여당의 책임성이 한층 커진 결과가 나왔다”며 “앞으로 불교광장은 종단 미래의 초석을 놓겠다는 마음가짐으로 16대 중앙종회를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여당이 잘못하면 ‘압승’은 의미가 없다”며 “불교광장이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면 또 다른 문제가 야기될 것이다. 1994년 종단개혁 이전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있어 더 많은 책임감을 가지고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삼화도량 대표 영담스님은 “이번 선거에서 총무원장이 각 교구 선거에까지 직접 개입하는 등 종단의 미래보다 권력을 차지한 데 몰두하는 모습이 매우 실망스럽다”고 비판했다. 이어 “직선직 종회의원 선거에는 할 말이 없다. 야당으로서 해야 할 일을 생각하며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스님은 “직능직 선출 과정과 결과에는 승복하기 어렵다”고 밝혀 소청심사 결과에 따라 또 다른 파장을 예고했다.

 

◆세대교체 바람… 초선 37명 당선

이번 선거에서 경선이 치러진 교구는 총 12곳이다. 12개 교구는 무투표 당선을 확정지으며 새로운 얼굴이 대거 등장했다. 초선의원은 비구니대표를 제외한 71명 가운데 31명으로 44% 수준이다. 비구니대표 9명 가운데 초선 의원은 6명이다.

직할교구는 4명의 당선자 모두 첫 중앙종회의원 당선이고, 용주사 성무스님과 환적스님도 초선이다. 신흥사 삼조스님, 월정사 설암스님, 법주사 원경·정덕스님, 마곡사 선일·제민스님, 동화사 지원·선광스님, 해인사 도현·원타스님, 통도사 진각스님, 금산사 덕산스님, 백양사 광전스님, 송광사 자공·연광스님, 대흥사 법원스님, 선운사 태효스님, 봉선사 동산·해송스님도 첫 중앙종회의원 진출이다. 직능직 중에서는 혜자·호산·적광·탄원·도견·혜초스님이 새롭게 이름을 올렸다.

최다선 의원은 7선인 영담스님이, 지홍스님과 영배스님은 6선으로 뒤를 이었다. 5선은 지현스님과 법보스님, 4선은 성문스님, 원행스님, 월우스님, 초격스님 등 4명이다. 최고령 의원은 명진스님(1950년생)이고, 가장 나이가 어린 의원은 법원스님(1971년생)이다.

16대 중앙종회의원 선거가 끝나면서 중앙종회의장 선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불교광장 내에서는 6선 의원인 지홍스님과 4선인 성문스님, 5선인 지현스님 등이 종회의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7선의 영담스님은 11월 예정된 종회의장을 선출하기 위한 임시의장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선거에서 폭력, 성희롱, 횡령의혹 등 논란을 빚은 후보들이 당선돼 잡음이 예상된다. 사회법으로 처벌받은 스님도 당선되며 종앙종회의 도덕성에 큰 흠집을 냈다. ‘조계종에 희망이 없다’는 송담스님의 우려가 현실이 돼고 있다는 일각의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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