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번역판 일부 단어·어조 수정공개
국내 일부 개신교계 반대·비판 입장
[천지일보=정현경 기자] ‘동성애 포용’ 등 획기적인 내용을 담은 가톨릭 세계주교대의원대회(주교 시노드) 중간보고서 영어 번역판이 보수적 주교들의 반발로 수위를 다소 낮춘 내용으로 수정됐다.
교황청은 16일(현지시각) 영어판의 일부 단어와 어조를 수정해 공개했다. 주초 공개된 중간보고서에는 ‘동성애자를 환대하며(Welcoming homosexuals)’라는 내용이 담겼으나 보수적인 영어권 주교들이 즉각 반발하자 ‘Welcoming’을 ‘허용(Providing for)’으로 바꿨다.
또 “교회는 그들에게 ‘형제애적 자리(fraternal space)’를 마련해 줄 수 있는가?”라는 문장에서 ‘fraternal space’는 ‘동료적 자리(place of fellowship)’로 수정했다.
페데리코 롬바르디 바티칸 대변인은 이에 대해 영어권 주교들이 초판의 번역이 성급하고 오류가 있었다며 수정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외신들은 원문인 이탈리아어판과 달리 영어판의 새 번역이 중요한 의미를 ‘희석하고 있다(watering down)’고 보도했다.
AP통신은 “본문의 어조는 확실히 냉정해졌다(significantly colder)”고 지적했고, 로이터통신은 한 이탈리아인 기자가 원문의 이탈리아어 ‘accogliere’는 ‘welcoming’이지 ‘providing for’는 아니라며 새 번역은 ‘곡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2주 동안의 일정 중간에 발표된 이 보고서는 시노드에서 논의된 내용을 요약한 것으로 원문은 이탈리아어로 작성되며, 편의를 위해 영어 등 다른 언어로 번역, 제공된 비공식 문서다.
공식적인 최종 보고서는 재검토를 거쳐 19일 발표되며 참석한 주교의 3분의 2가 찬성하면 내년 주교회의 전까지 전 세계 교구에서 토론 자료로 활용된다.
한편 시노드 중간보고서 내용이 알려지자 국내 개신교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한국교회언론회(대표 김승동 목사)는 지난 15일 ‘진리는 인간들에 의하여 변하지 않는다’는 제목의 논평을 발표하고 “성경에서는 단연코 동성애에 대해 금지 내지 매우 부정적으로 말씀하고 있다. 진리는 시간이 지나고 공간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것이다. 시류(時流)에 따라 달라지는 것은 결코 진리라 말할 수 없다”며 동성애에 반대의 입장을 분명히 했다.
언론회는 동성애가 창조의 섭리에 맞지 않는다면서 “이번에 로마 가톨릭에서 십 수세기 동안 지켜 온 동성애 문제에 대해 ‘혁명적 발상’을 했다고 하나, 이는 종교의 이름으로 교인들을 타락시키고 사회적 혼란만 가중시키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한국교회연합(한교연, 대표회장 한영훈 목사)도 17일 ‘동성애는 하나님의 창조질서에 대한 도전행위’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하고 “우리는 시노드에서 동성애를 포용하고 인정하는 발표를 한 데 대해 심각하게 우려하며, 성경의 가르침을 정면에서 뒤집는 어떠한 결정이나 행위도 용납할 수 없음을 분명히 밝히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어 “성경은 동성애에 대해 분명히 타락과 죄로 규정하고 있다”면서 “그 행위는 인간의 가장 타락한 모습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성경은 동성애를 하나님의 거룩한 창조질서를 거스르는 패역한 행위로 가증하고, 부끄러우며, 불의한 일이라고 분명히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