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오르고 생활물가도 급등

가계대출 금리 8년 만에 최고

수입 의존에 우크라 사태 취약

[천지일보 정읍=김도은 기자] 설 명절을 앞둔 지난 24일 전북 정읍 100년 전통 ‘샘고을 전통시장’에 사람들이 보이지 않아 썰렁하다. ⓒ천지일보 2022.1.27
[천지일보 정읍=김도은 기자] 설 명절을 앞둔 지난 1월 24일 전북 정읍 100년 전통 ‘샘고을 전통시장’에 사람들이 보이지 않아 썰렁하다. ⓒ천지일보 2022.5.3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3년 6개월 만에 4.8%까지 오르면서 서민 살림살이가 더욱 팍팍해지고 있다. 5%대에 근접한 고물가는 결국 추가적인 금리 상승을 부를 수밖에 없어 괴로움이 가중될 전망이다.

3일 통계청에 따르면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8%를 기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인 2008년 10월 수준과 동일해 그만큼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특히 체감물가를 보여주는 생활물가지수가 5.7%나 올랐다. 이 역시 2008년 8월(6.6%)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품목별로 보면 석유류 가격이 1년 전보다 무려 34.4% 뛰어올라 물가 상승을 이끌었다. 그중 서민 연료인 경유 가격이 42.4%나 급등했다. 휘발유(28.5%)와 자동차용 액화석유가스(LPG)(29.3%) 가격도 크게 올랐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6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011년 12월 이후10년 3개월 만에 4%대를 기록했다. 사진은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에 유가정보가 표시돼 있다. ⓒ천지일보 2022.4.7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지난 3월 27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에 유가정보가 표시돼 있다. ⓒ천지일보 2022.5.3

빵(9.1%)을 비롯한 가공식품 가격도 7.2% 올랐다. 이에 따라 석유류와 가공식품을 포함한 공업제품(7.8%) 물가는 2008년 10월(9.1%)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이같이 유류나 빵 등 품목의 가격 상승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여파 때문이다. 국제유가와 곡물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이들 원자재를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은 더욱 큰 타격을 입게 된 것이다. 유류는 어쩔 수 없이 수입에 의존해야 하지만 곡물의 경우는 우리나라의 곡물자급률이 워낙 낮아 물가영향에 취약한 약점을 노출했다는 지적의 목소리도 크다.

2020년 기준으로 한국의 곡물자급률(사료용 포함)은 약 20%밖에 되지 않으며 매년 감소세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다. 캐나다(192%), 미국(120.1%), 중국(91.1%) 등의 주요 국가들의 곡물자급률과 비교하면 크게 낮으며 전 세계 평균이 100%를 웃돈다. 세계가 곡물을 자급자족하는 추세 속에서 우리는 오히려 역행한 탓에 이번 사태를 맞아 충격이 클 수밖에 없었다.

공공서비스 가격도 치솟았다. 지난달 국제유가에 연동되는 기준연료비가 인상되면서 전기료가 11.0% 올랐고, 일부 지자체가 가스 요금을 올린 영향으로 도시가스(2.9%)도 상승했다. 공공서비스는 일종의 원재료 성격인 만큼 다른 상품·서비스의 추가적인 가격 상승을 이끌게 된다.

농축수산물(1.9%)도 전월보다 오름폭을 키웠다. 특히 수입 쇠고기(28.8%)와 돼지고기(5.5%), 국산 쇠고기(3.4%) 등 축산물 가격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개인서비스의 경우 외식(6.6%)을 중심으로 오름세를 이어갔다. 품목별로는 생선회(외식)가 10.9% 올랐고, 치킨도 9.0% 급등했다.

[천지일보 광주=이미애 기자] 민족 고유의 설 명절을 일주일 앞둔 24일 광주 북구 말바우 전통시장을 찾은 시민들이 전통방식으로 만들어진 강정과 유과를 살펴보고 있다. ⓒ천지일보 2022.1.27
[천지일보 광주=이미애 기자] 민족 고유의 설 명절을 일주일 앞둔 1월 24일 광주 북구 말바우 전통시장을 찾은 시민들이 전통방식으로 만들어진 강정과 유과를 살펴보고 있다. ⓒ천지일보 2022.5.3

이같이 고물가가 지속될 경우 물가를 잡기 위해 통화당국도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어 이는 결국 민생에 심각한 위협 요인이 될 우려가 크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금융기관 가중평균 금리’ 통계를 보면 3월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금리(가중평균·신규취급액 기준)는 연 3.98%로 한 달 새 0.05%포인트(p) 높아졌다. 2014년 5월(4.02%) 이후 7년 10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2일 기준으로 다시 연 3%대를 넘어선 상황이다. 시장금리 상승은 은행의 조달 비용을 늘려 각종 대출상품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 금리를 끌어올리는 구조다. 시차를 두고 변동금리부 대출금리가 더 오른다는 의미다.

한국은행 역시 성장보다 물가에 대해 더 큰 우려를 표명하며 추가 금리 인상을 시사한 상황이다.

이처럼 물가와 금리 등 민생 악화로 출범을 앞둔 윤석열 정부는 시작부터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2일 인사청문회에서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공급망 차질과 인플레이션 압력이 가중하는 가운데 성장세는 약화하고 서민 살림살이는 팍팍해지고 있다”면서 “민생 안정을 최우선으로 챙기겠다”고 말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후보자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천지일보 2022.5.2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후보자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천지일보 20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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