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예상했던 시나리오가 그대로 펼쳐졌다. 정부가 대선을 앞두고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을 0.8%에서 0.5%로 낮추기로 한 가운데 카드사들이 혜택이 좋은 일명 ‘혜자카드’ 단종에 나섰다.
계속되는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로 경영환경 악화에 직면한 카드사들이 소비자 혜택을 제공하는 혜자카드 운영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카드는 지난 27일 “12월 31일부터 더모아(The More)카드 신규발급과 재발급을 중단한다”고 공지했다. 이외에도 빅플러스(Big Plus)GS칼텍스애경, 2030 우체국멤버십, 레이디(Lady) 교육사랑, 레이디 우체국 멤버십 등의 카드도 신규발급을 중단하고 유효기간 연장만 가능하도록 했다.
특히 더모아카드는 지난해 11월 출시되면서 뛰어난 혜택으로 소비자들의 입소문을 타온 바 있다. 그러나 출시 1년 만에 단종이 결정됐다.
신한카드는 “기존의 더모아카드는 혜택만 누리는 체리피커로 인해 과도한 손실이 발생해 연말까지로 발급을 중단을 결정했다”며 “향후 카드 이용 고객 편의를 높이는 등 리뉴얼을 통해 내년 1월 새롭게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더모아카드 단종으로 다른 카드사들도 혜택이 많은 카드를 단종하는 카드 구조조정을 진행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내년부터 신용카드 가맹점수수료가 크게 인하되고 카드론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 포함되면서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지난 23일 더불어민주당과 금융위원회는 당정회의를 열고 내년 카드 가맹점 수수료 개편안을 마련했다. 이번 개편안에 따라 중소가맹점 중 ▲연 매출 3억원 이하 0.8%→0.5% ▲3억~5억원 1.3%→1.1% ▲5억~10억원 1.4%→1.25% ▲10억~30억원 1.6%→1.5%로 수수료율이 각각 낮아진다. 매출 30억원 초과 가맹점에는 현재 1.9% 이상 수수료율이 유지된다.
체크카드도 ▲3억원 이하 0.5%→0.25% ▲3억~5억원 1.0%→ 0.85% ▲5억~10억원 1.1%→1.0% ▲10억~30억원 1.3%→1.25%로 내려갔다. 조정된 수수료율은 오는 2022~2025년 3년 동안 적용된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적격비용 산정 결과 2018년 이후 추가적인 수수료 부담경감 가능 금액은 약 6900억원”이라며 “2018년 이후 우대수수료율 적용 대상 확대 등을 통해 가맹점 수수료 부담을 줄인 금액 2200억원을 감안하면 수수료율 조정을 통한 경감금액은 약 4700억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자본시장 원리를 따졌을 때 가맹점이 4700억원의 부담을 던 만큼, 그 피해를 카드사가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실제로 최근 2년간 카드 가맹점 수수료는 1300억원 이상의 적자를 기록한 상황이다. 금융당국이 수수료율을 주무르기 시작한 2012년 이후 카드업계의 가맹점 수수료 부문 영업이익은 ▲2013~2015년 5000억원 ▲2016~2018년 245억원 ▲2019~2020년 –1317억원으로 수익이 급감했다.
아울러 내년부터 카드론까지 DSR 규제에 포함되면서 카드사의 수익성은 더 악화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업계 내에서는 수익 보존을 위해 희망퇴직이 줄이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에는 수수료율 인하와 함께 DSR 규제로 악재에 악재가 이어질 수 밖에 없다”며 “희망퇴직도 희망퇴직이지만, 카드 혜택도 줄어들 것이 예상돼 고객까지도 피해가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현재 카드업계 신용판매 수익은 매번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며 “카드 수수료 인하에 따라 인건비, 관리비, 마케팅 비용을 절감하면 다시 수수료율을 낮추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호소했다.
일각에서는 카드업계가 혜자카드 단종과 함께 인력 감축도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달 희망퇴직을 진행한 KB국민카드에 이어 지난해 200여명의 인력감축을 진행한 롯데카드도 지난 28일까지 근속 10년차 이상 직원 희망퇴직을 진행했다.
우리카드 역시 1966~1967년생 소속장급 직원 대상으로 희망퇴직 접수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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