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충북=홍나리 기자] 전국적인 요소수 품귀 현상이 지속되는 가운데, 8일 충북 청주시 오창읍의 한 요소수 제조업체가 품절 안내 현수막이 붙은 채 텅 비어있다.
[천지일보 충북=홍나리 기자] 전국적인 요소수 품귀 현상이 지속되는 가운데, 8일 충북 청주시 오창읍의 한 요소수 제조업체가 품절 안내 현수막이 붙은 채 텅 비어있다.

공장 폐쇄에다 사재기 ‘타격’

1만원서 12만원까지 치솟아

정부, 2만리터 호주서 급조달

공장 “원료 없어 폐쇄 불가피”

충북도, TF팀 구성 “단속 강화”

[천지일보 충북=홍나리 기자] “손님이 찾아와도 공급이 없어 요소수를 구하지도 팔지도 못하는 상황입니다. 대책 발표가 아니라 지금 당장 뭐라도 해야 되는 거 아닌가요.”

전국적인 ‘요소수 대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충북 청주시 청원구 모 주유소 관계자는 7일 현장을 찾은 기자에게 이같이 토로했다. 웃돈을 줘도 요소수를 구하지 못하는 곳도 더러 있었다. 그는 “그나마 재고가 있는 공장도 소수 거래처하고만 거래하려고 한다”며 “대량으로 필요한 곳은 사재기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충북 오창읍 한 요소수 공장은 원료 부족으로 문을 닫았다.

다음날인 8일 분주해야 할 요소수 공장은 자물쇠가 걸린 채 굳게 닫혀있었다. 현장에 있던 관계자는 “청주에서 유일한 요소수 공장인데 원료가 없어 사장님이 직접 중국까지 가셨다. 문 닫은 지 일주일이 넘었는데…”라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충북 보은군 한 요소수 제조업체 역시 재고가 넉넉지 않아 신규 거래처에 상품을 판매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상황이 그나마 나은 다른 한 주유소 역시 구비한 제품이 소량이라 곧 동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충북 청주시 청원구의 또 다른 주유소 관계자는 “소량을 비싸게 주고 샀다”며 “그나마도 찾는 손님에게 조금씩 나눠 팔고 있는데 몇달 못 버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품귀 현상을 빚고 있는 ‘요소수’는 디젤차를 주행하기 위한 필수품으로 유독가스를 정화하는 데 쓰인다.

문제는 지난달 중순 중국이 요소수 수출을 제한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소방차·화물 차량 등에 필요한 요소수가 귀해져 10ℓ에 1만원이던 요소수 가격은 12만원까지 치솟았다. 국내 요소수의 원료인 산업용 요소 97.6%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어서다.

[천지일보 충북=홍나리 기자] 지난달 15일 중국이 요소수 수출 제한을 선언한 뒤 산업계 업체들이 요소수 품귀 현상에 시름을 앓고 있다. 사진은 8일 충북 청주시 오창읍의 한 요소수 제조업체가 품절 안내 현수막만 걸어둔 채 잠겨있는 모습.
[천지일보 충북=홍나리 기자] 지난달 15일 중국이 요소수 수출 제한을 선언한 뒤 산업계 업체들이 요소수 품귀 현상에 시름을 앓고 있다. 사진은 8일 충북 청주시 오창읍의 한 요소수 제조업체가 품절 안내 현수막만 걸어둔 채 잠겨있는 모습.

현 상태가 지속되면 화물차나 포크레인 같은 건설용 중장비 등을 가동할 수 없게 된다.

충북도에 따르면 도내 등록된 화물차는 지난 7월 기준 15만 9277대로 이 중 대다수는 요소수를 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긴급호송을 해야 할 소방차량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충북도 소방본부에 따르면 도내 소방차 515대 중 절반가량이 디젤 엔진을 사용하고 있다. 현재 비축한 요소수는 10ℓ 500여통으로 약 3~4개월 분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품귀 현상이 길어질 경우 소방차량 운행까지 차질이 생길 수 있는 상황이다.

택배·물류 마비, 긴급출동 지연 등 더 큰 문제가 생기기 전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자 정부와 충북도도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섰다.

정부는 지난 2일 요소수 관련 첫 회의를 연 데 이어 4일 산업용 요소수를 차량용으로 공급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환경부는 산업용 요소·요소수를 차량용 요소수로 제조해 사용할 수 있는지 여부와 이때 대기환경과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검토해 그 결과를 내주 발표할 예정이다.

특히 정부는 7일 관련부처 회의를 통해 이번주 호주로부터 요소수 2만ℓ를 수입하고 베트남 등 요소 생산 국가와도 연내 수천톤이 들어오도록 협의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아울러 요소·요소수 매점매석을 금지하는 고시도 8일 0시부터 12월 31일까지 시행할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산업부를 주축으로 요소수 품귀 현상에 대한 대책을 찾고 있다"며 “회의를 통해 국민을 안심시키고 수급을 안정시키는 방안을 논의·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충북도 또한 8일 오전 이시종 충북도지사 주재로 긴급 간담회를 진행했다.

도는 차량용 요소수 대란에 따른 대책으로 피해기업 신고 센터를 마련해 운영하고 피해 기업들을 위한 자금지원계획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 TF팀을 꾸려 요소수 품귀현상 장기화 대책을 세우고 매점매석 행위를 철저히 단속할 방침이다.

이시종 충북도지사는 “지역경제에 영향을 최소화 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함께 경제교란행위를 적극적으로 차단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디젤(경유) 엔진 차량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요소수 품귀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5일 서울 양천구 서부트럭터미널에 화물차가 멈춰 서 있다. ⓒ천지일보 2021.11.5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디젤(경유) 엔진 차량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요소수 품귀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5일 서울 양천구 서부트럭터미널에 화물차가 멈춰 서 있다. ⓒ천지일보 202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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