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 국무총리와 최태원 SK회장이 25일 경기도 이천시 SK하이닉스 R&D센터에서 열린 '청년희망ON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김부겸 국무총리와 최태원 SK회장이 25일 경기도 이천시 SK하이닉스 R&D센터에서 열린 '청년희망ON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대기업 일자리 10만여개 생겨도

전체 고용 86%, 중소기업에서 나와

“중소→대기업 성장 발판 마련돼야”

[천지일보=이우혁 기자] 최근 정부가 김부겸 국무총리를 앞세워 대기업의 일자리 창출에 열을 올리고 있다. 김 총리는 KT의 구현모 회장을 시작으로 삼성, LG, SK 등 대기업 총수들을 연달아 만나며 청년고용을 확대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내고 있다.

다만 업계에선 국내 기업 중 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0.1% 남짓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정부의 이 같은 노력이 실속이 있는지는 ‘물음표’가 생긴다고 비판한다.

30일 정부와 재계에 따르면, 김 총리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지난 25일 경기 이천시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에서 만나 향후 3년간 2만 7000개의 일자리 창출하겠다고 협의했다. 이로써 김 총리가 그룹 총수들을 만나 창출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낸 대기업 일자리는 KT 1만 2000개, 삼성그룹 3만개, LG그룹 3만 9000개, SK그룹 2만 7000개 등 총 10만 8000개다. 아울러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을 만나게 된다면 김 총리가 ‘청년희망ON 프로젝트’로 창출할 일자리는 13만개를 넘어설 전망이다.

양질의 청년 일자리가 13만개나 생긴다는 부분은 분명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다만 일각에선 대기업-중소기업 간의 양극화 해결부터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무총리가 대기업 총수들을 직접 만나면서 이들이 청년고용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것처럼 홍보하고 있지만, 문제는 대기업의 고용률이 전체 고용의 11% 수준이라는 것이다. 기업분석 전문 한국CXO연구소가 공정거래위원회가 자산 5조원 이상 64개 그룹의 고용현황을 조사한 결과 이들의 고용 규모는 전체(1386만명)의 11%이고, 자영업자까지 포함하면 비율을 더 낮아질 수 있다.

반면 중소기업의 고용 비중은 주요 국가 중에서도 손에 꼽힐 정도로 높다.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이 OECD통계와 통계청 데이터 등 국내 고용시장 현황을 분석한 결과, 국내 고용 중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86.1%다. 이는 G5 중에서도 높은 편이다. 국가별 중소기업 고용 비중은 미국이 42.1%, 프랑스 52.7%, 영국 53.6%, 독일 58.9%, 일본 60.8% 등으로 나타났다.

즉 대기업의 고용이 지금보다 크게 늘어도 86%에 달하는 중소기업의 일자리 질이나 복지 등이 해결되지 않고는 고용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기업 중 대기업의 비중이 0.1% 남짓이지만 고용의 11%를 차지하는 것을 감안하면, 대기업에 인원이 얼마나 많이 몰리는지와 중소기업의 인력난이 얼마나 심화했는지 엿볼 수 있다. 한경연에 따르면 국내 기업 중 대기업 비중은 0.09%로 G5 중에서도 크게 부족했다.

대기업 비중이 적다는 것은 중소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하지 못함을 의미하기도 해, 일각에선 규제가 심하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분석한다. 한경연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중소기업이 글로벌 대기업까지 성장하기 위해 약 275개의 규제를 해결해야 하는 등의 구조적 문제점을 발굴해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대기업 대비 중소기업 노동생산성이 28.7%로 OECD 평균(64.8%)에 크게 못 미치는 낮은 수준을 지적하며 중소기업 근로자에 대한 직원 훈련 등 인적 자본 투자 및 연구 개발 지원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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