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 코로나19 여신(대출) 상담창구의 모습 (출처: 뉴시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 코로나19 여신(대출) 상담창구의 모습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우리나라 가계가 빚투(빚을 내 투자)·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로 마련한 돈을 국·내외 주식에 투자하거나 주택 구입에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올해 1분기 가계의 주식 투자와 금융부채 규모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이 8일 공개한 ‘2021년 1분기 자금순환(잠정)’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가계(개인사업자 포함)와 비영리단체의 순자금 운용액은 44조원으로 작년 1분기 65조 9000억원보다 21조 9000억원 감소했다.

순자금운용액은 경제주체의 예금, 채권, 보험, 연금 준비금 등으로 굴린 돈(자금 운용액)에서 금융기관 대출금(자금 조달액)을 뺀 금액이다. 이를 통해 경제 주체의 여유 자금을 확인할 수 있다.

보통 가계는 이 순자금 운용액이 양(+)인 상태에서 여윳돈을 예금이나 투자에 넣어 기업이나 정부 등 다른 경제 주체에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조달자금이 운용자금보다 많은 기업의 경우 순자금조달 규모로 파악한다.

가계 순자금운용 규모가 줄어든 이유는 가계대출이 늘면서 자금조달 규모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올 1분기 가계의 자금운용은 작년 1분기 81조 1000억원에서 96조 1000억원으로 늘었다. 그러나 올 1분기 가계 자금조달 규모가 1년 전(15조 2000억원)보다 40조원 가까이 늘은 52조 1000억원으로 로 집계되면서 순자금 운용이 줄었다.

이는 가계의 금융기관 차입이 확대된 영향이 컸다. 가계가 빚을 내 주책 마련에 나서거나 증권 투자를 하면서 금융기관에서 빌린 돈은 작년 1분기 15조 2000억원에서 올해 1분기 52조 8000억원으로 급증했다.

이 중 장기예금기관에서 대출한 자금은 38조원으로 작년 1분기 10조 5000억원의 3배를 넘었다. 카드사 등 여신전문회사나 증권사 대출은 8조 4000억원으로 지난해(-8조 3000억원)보다 증가했다.

가계의 자금운용은 은행을 비롯한 예금취급기관에선 줄어들었지만 주식 운용은 증가세를 이어갔다. 1분기 국내주식은 36조 5000억원, 해외주식은 12조 5000억원으로 모두 2009년 통계 편제 이후 최대로 집계됐다. 직전 최대치인 작년 3분기 국내주식 23조5천억원, 해외주식 8조3천억원보다도 큰 폭으로 늘어났다. 빚을 내 마련한 돈으로 국내·외 주식에 투자하는 가계가 늘어난 것이다.

국내주식과 펀드에 투자한 금액만 따로 집계하면 39조원으로 이 역시 2009년 집계 이래 최대다.

가계가 가진 금융자산의 형태별 비중을 보면 주식 비중이 20.3%로 처음 20%를 넘었다. 펀드까지 합치면 비중은 22.7%로 높아졌다. 반면 예금 비중은 작년 1분기 44.2%에서 올해 1분기 41.0%로 낮아졌다.

여기에 올해 1분기에는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완화하면서 가계 소비지출이 확대되고 주택 투자도 늘어났다. 그만큼 가계가 여유자금을 썼다는 의미다.

비금융법인기업(일반기업)은 순자금조달 규모가 28조 6000억원에서 22조 5000억원으로 축소됐다. 수출 호조에 힘입어 기업 영업이익이 개선되며 단기차입 등 자금조달을 덜 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전체 순자금운용규모는 일반정부와 기업 순자금조달 감소에 힘입어 26조 1000억원으로 확대됐다. 전년동기(13조 4000억원)에 비해 12조 7000억원 늘었다.

올해 1분기 총금융자산은 2경1473조원으로 전분기말 대비 670조4000억원 늘었다. 지분증권 및 투자펀드의 비중은 0.5%포인트(p) 상승한 반면, 채권 비중은 0.2%p 하락했다.

가계의 금융부채 대비 금융자산 배율은 2.21배로 전분기(2.21배)와 유사한 흐름을 이어갔다. 가계의 금융자산 잔액은 4646조2000억원, 금융부채 잔액은 2103조9000억원으로 각각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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