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대선 주자 단번에 추월
MZ 세대, 정치 전면에 등장
야권 잠룡, 전략 수정 불가피
[천지일보=이대경 기자]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최근 대선 후보 선호도 여론조사에 3%를 기록하며 정치권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는 국민의힘 내부 인사 중 가장 높은 지지율로 기존 야권 잠룡의 입지에 비상등이 켜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6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국갤럽이 공표한 6월 첫째 주 여론조사에서 ‘다음 대통령감으로 누가 좋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은 결과 이 후보는 이재명 경기지사(24%), 윤석열 전 검찰총장(21%),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5%)에 이어 4위인 3%를 기록했다. 다음으로는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2%), 정세균 전 국무총리·홍준표 무소속 의원(각 1%) 순으로 나타났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 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는 오래전부터 대권 도전을 준비해온 안철수, 정세균, 홍준표 등 기존 여야 대선 주자를 단번에 추월한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기성 정치인에 대한 염증과 함께 보수정당의 파격적 변화를 갈망하는 민심이 이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지지로 이어진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번 여론조사에서 주목할 점은 후보 명을 제시하지 않고 유권자가 스스로 답한 인물을 기록하는 주관식 집계 방식으로 이뤄졌다는 점이다. 이 후보는 특히 2030 세대의 지지를 많이 받았는데, MZ세대가 한국 정치 전면에 등장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현행 헌법상 대통령 피선거권(출마 자격)은 40세부터 부여되는 만큼 올해 36세인 이준석 후보는 내년 대통령 선거에 입후보할 수 없다. 아직까지 대선 경쟁력이 있다고 평가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비판도 상당하다.
이 후보도 전당대회가 끝나면 여론조사 결과에서 빼달라고 공식 요청을 할 예정이다. 그는 지난 4일 대전 KT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대전·세종·충북·충남 합동연설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차기 정치 지도자의 한 명으로 인정해주신 데 대해 국민께 감사한다”라면서도 “수치를 언급하지 않으면 한다”고 했다. 이어 “의도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서, 우리 대권 주자들의 빛이 바래게 하는 형태로 가지 않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후보가 유승민, 홍준표, 원희룡 등 기존 대선주자들을 추월한 것은 많은 정치권의 각성과 변화를 바라는 국민이 많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여기에 제도권에 들어와 있지 않은 윤석열 전 총장과 같은 새로운 인물이 기존 잠룡들을 제치고 사실상 독주를 하고 있는 것도 예사롭게 볼 현상이 아니라는 의견도 상당하다.
아울러 갈수록 정권교체 여론이 비등하거나 우세해지면서 야권에 유리한 국면이 조성되고 있다. 오래전부터 대선을 준비해 온 야권 잠룡들의 전략에 전면 수정이 필요한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커진다.
다만,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경우 기존 잠룡들에 비해 타격은 적을 전망이다. 윤 전 총장이 정치에 입문하지 않았고 기존 정치 세력과 다른 행보를 보일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만약 야당에서 세대교체가 일어난다면, 여당도 강 건너 불구경을 할 상황은 아니게 된다.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도 소장파를 중심으로 ‘세대교체론’과 ‘40대 기수론’이 터져 나올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야권에서는 대권주자로 언급되는 정치인들이 여당의 실패에 따른 반사이익 외에 대안세력으로서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태풍’으로 발전했다고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한 의원은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결국 국민이 우리 당 대선주자들에게 ‘너희는 그동안 무엇을 했느냐’고 따져 묻고 있는 것이라고 본다”며 “대선 주자들이 ‘우리는 정부‧여당과 다르다’는 비전과 청사진을 제시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