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요주의여신 18.3조원
2019년 1분기 이후 최대치
NPL도 9조원 넘어 역대급
충당금 누적 기준 가장 많아
4대 은행 채권 상매각 4.6조

[천지일보=이시문 기자] 23일 서울 시내 시중은행 ATM를 시민이 이용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5.06.23.
[천지일보=이시문 기자] 23일 서울 시내 시중은행 ATM를 시민이 이용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5.06.23.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지난 3분기까지 KB·신한·하나·우리 등 국내 4대 금융지주가 15조원이 넘는 최대 이익을 거뒀다. 그러나 부실 대출도 눈덩이처럼 불어나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최근 경기 회복이 일부 대기업·수출기업 위주로 이뤄지면서 당분간 금융권의 자산 건전성 지표는 계속 나빠질 것으로 전망된다.

9일 4대 금융지주가 공개한 팩트북 등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9월 말) 기준 4대 금융지주 요주의여신(연체 1∼3개월) 합은 18조 3490억원으로 집계됐다. 4대 금융지주 합산 통계가 시작된 2019년 1분기 이후 최대 규모다.

3개월 이상 연체된 고정이하여신(NPL)도 9조 2682억원에 달했다. 4대 금융지주 출범 이래 가장 많았던 올해 2분기(9조 3042억원)보다 360억원 정도 줄었지만, 1년 전인 작년 3분기 말(7조 8651억원)보단 18% 늘었다.

전체 여신(대출) 중 NPL 비율(단순평균)은 0.72%를 기록했다. 최고 기록인 올해 1분기 말(0.74%), 2분기 말(0.74%)과 비슷한 수준이다.

부실 감당 능력을 가늠할 수 있는 단순평균 NPL 커버리지 비율(대손충당금 잔액/고정이하여신)은 123.1%에 그쳤다. 이는 역대 최저 수준이다. 단순평균 NPL 커버리지 비율은 작년 3분기 말(141.6%)과 비교해 1년 사이 18.5%p 급락했다.

금융권 안팎에선 각 금융지주가 막대한 충당금을 쌓고 활발한 상·매각으로 부실 채권을 털어냈음에도 건전성 지표가 악화됐다는 점을 들어 더 심각하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올해 들어 3분기까지 4대 금융지주는 총 5조 6296억원의 충당금을 적립했다. 비교가 가능한 2019년 이후 3분기 누적 기준 가장 많은 수준이다.

올해 1∼3분기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은 부실 채권을 총 4조 6461억원가량 상·매각했다. 이는 이들 은행 상·매각 합산 통계가 가능한 2018년 이래 3분기 누적 기준 최대 기록이다.

은행은 3개월 이상 연체된 대출 채권을 ‘고정 이하’ 등급의 부실 채권으로 분류하고 회수 가능성이 현저히 낮다고 판단되면 장부에서 지워버리거나(상각), 자산유동화 전문회사 등에 헐값에 파는(매각) 방식으로 처리한다.

금융권은 수년간 이어진 한국 경제의 저조한 성장과 높은 금리 등을 부실 확대의 원인으로 꼽고 있다.

경기가 회복되고 있지만 양극화로 모든 경제 주체들이 체감하기 어렵고, 환율 등 경제 불확실성도 커 자영업자나 중소기업 등 취약계층이 여전히 원리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주장이다. 또 부동산·가계부채 관리 등을 위해 기준금리 인하가 지연되면서 시장금리 인하 속도도 예상보다 느려 취약계층의 연체율 급등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권 여신 건전성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금융권 내에선 증시 활황과 소비 쿠폰 등 정부의 경기부양책의 영향으로 금융권 여신 건전성도 회복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일각에선 근본적으로 당분간 경제 성장률이 잠재 수준(약 2%)을 하회할 가능성이 큰 만큼 뚜렷한 자산 건전성 개선이 나타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현대경제연구원은 ‘국내외 금융리스크 점검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국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개선세가 더디고,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부채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우리나라 금융 건전성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유의·부실 우려 부동산 PF 익스포저(위험노출액) 규모는 20조 8000억원이다. 지난해 말(19조 2000억원)보다 1조 6000억원 증가했다.

유의·부실 우려 사업장의 약 52.7%(12조 6000억원)가 지난 1년 동안 재구조화·정리됐지만 건설경기 부진, 지방 부동산 침체 등으로 인해 개선 속도가 더뎌졌다.

연구원은 “정부의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으로 주담대 증가세가 둔화하겠지만, 주택 매수자들이 신용대출 등 비담보대출까지 추가로 활용할 경우 금융 건전성이 악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주택담보대출을 포함한 전체 가계부채 규모는 지난 2분기 말 기준 1953조원에 달했다. 경제 규모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감소세지만, 여타 국가보다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가계대출 연체율은 올해는 1%대를 웃돌았고,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연구원은 “금융시스템 전반의 안정성을 제고하기 위해 선제적인 위험 관리와 취약부문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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