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EPU, 28.7% 오른 214.08
미국, 투자 선불 요구에 불확실성↑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경제 정책의 불확실성을 반영하는 ‘경제불확실성지수(EPU)’가 6개월 만에 다시 상승했다. 소비를 중심으로 경기가 다소 개선되고 있지만 수출 증가세가 둔화하고 건설투자 부진이 이어지는 등 불확실성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분석이다.
9일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10월 EPU는 전월(166.33)보다 28.7% 오른 214.08로 집계됐다. EPU는 지난 4월 이후 6개월 만에 오름세를 보였다.
EPU는 언론 보도 등을 바탕으로 경제 정책의 불확실성을 실시간 계량화한 지표다. 통상 정치적 혼란과 정책 불투명성, 대외 불확실성 등이 겹칠 때 수치가 높아진다.
EPU는 비상계엄이 선포됐던 지난해 12월 472.29로 역대 최고치를 찍은 이후, 올해 4월까지 등락을 반복했다. 이후 지난 5월 267.78을 기점으로 5개월 연속 떨어져 지난 9월 166.33로 작년 10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10월 EPU는 미국이 3500억 달러 규모 대미 투자 펀드를 전액 현금·선불로 지급할 것을 요구하며 한 달 만에 47.78% 상승했다. 미국이 요구한 3500억 달러는 한국 외환보유액(4288억 달러)의 약 82%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미 통화 스와프 협상까지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국내 경제 전반에 대한 충격 우려가 커지자 EPU가 빠르게 치솟은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달 29일 경주 동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한국과 미국이 연간 투자 상한을 200억 달러로 설정하기로 협의하며 불확실성이 다소 해소된 만큼, EPU가 다시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다만 한미 관세협상 팩트시트 서명이 지연되고 있는 만큼, 관망세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한편 이날 KDI는 9월 전산업생산이 전년 동월 대비 6.7% 늘어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광공업생산(11.6%) 등 산업 전반에서 생산 증가세가 크게 확대됐지만, 지난해 9월에 있었던 추석 연휴가 올해는 10월로 이동하면서 전년 동월 대비 조업일수가 4일 늘어난 데 따른 일시적 현상일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소비와 연관성이 큰 서비스업생산(6.2%)은 도소매, 금융·보험을 중심으로 증가 폭이 확대됐고, 조업일수의 영향이 배제된 계절조정 전년 동월 대비 기준으로도 증가세를 이어가는 등 양호한 모습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민간소비는 시장금리 하락세와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 등 정부 지원 정책으로 완만하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9월 소매판매액은 전년 동월 대비 2.2% 늘었다. 9월 소비자심리지수(109.8)도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반대로 9월 건설기성(-4.3%)은 감소세를 지속했다. 건축 수주의 개선 흐름에도 불구하고 건설투자의 부진이 장기화된 것이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강화와 지방 부동산경기 둔화 등으로 수주가 착공으로 원활하게 연결되지 못하고, 공사 기간도 확대되면서 부진이 지속된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