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처음
FVI, 직전 분기 대비 1p↑
가계부채·부동산 가격 영향
주요 금융지주 건전성도 ↓

[천지일보=이시문 기자] 23일 서울 시내 시중은행 ATM를 시민이 이용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5.06.23.
[천지일보=이시문 기자] 23일 서울 시내 시중은행 ATM를 시민이 이용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5.06.23.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우리나라 금융 시스템 취약 수준을 보여주는 금융취약성지수(FVI)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3분기 연속 상승했다. 가계·기업 부채가 늘고 부동산 등의 가격이 오르는 등 거시건전성 지표가 악화된 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1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3분기 FVI는 32.9로 집계됐다. 직전 분기(31.9)보다 1포인트(p) 높아진 규모다.

FVI는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이 최고조에 달했던 2021년 3분기 55.2로 단기 고점을 찍은 뒤 지난해 말까지 하락했다. 이후 2023년 4분기 31.3으로 장기 평균(33.9)을 하회하고 지난해 1분기 28.6으로 2018년 4분기(28.6) 이후 최저점을 기록한 뒤 소폭 등락을 반복했다.

작년 4분기에는 28.6을 기록한 뒤 올해 1분기 30.7로 올라 3분기 연속 상승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였던 2020년 2분기∼2021년 3분기(5분기 연속) 이후 최장기간 상승이다.

한은은 신용 축적, 자산 가격, 금융기관 복원력 등을 중장기 금융 취약성 지표를 종합해 분기마다 FVI를 산출한다. FVI는 가계와 기업 부채가 늘고 부동산 등의 가격이 오르면 상승하는 경향을 보인다.

최근 FVI 반등 추세는 여러 거시건전성 지표 악화에 따른 결과로 해석된다.

우리나라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올해 2분기 말 89.7%로, 1분기 말(89.4%)보다 0.3%p 상승했다.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상승한 것은 2021년 2분기 말 98.8%에서 3분기 말 99.2%로 오른 이후 15분기 만에 처음이었다.

수도권 중심의 주택 가격 상승세는 정부의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로도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한은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월별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 지수는 올해 10월 100.984(2022년 1월=100)로, 2022년 9월(100.297) 이후 처음 100선을 넘었다. 이 지수는 지난해 5월(90.130) 이후 17개월 연속 상승했다.

주요 금융지주의 건전성 지표도 나빠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의 올해 3분기 말 요주의여신(1∼3개월 연체된 대출)은 총 18조 3490억원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4대 금융지주의 고정이하여신(3개월 이상 연체)도 9조 2682억원으로 1년 전보다 20% 가까이 늘었다.

FVI는 향후 더 오름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10.15 부동산 대책 발표한 이후 강남 지역에서 신고가 경신 사례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전용면적 114.14㎡)가 63억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지난 30일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전용면적 76㎡)와 이달 4일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전용면적 59㎡)는 각각 36억 9000만원, 31억원에 거래됐다.

서울 집값 격차는 최대로 벌어지고 있다.

KB부동산 월간 주택 가격 동향 시계열 자료에 따르면 10월 서울 5분위(상위 20%) 아파트 평균 가격은 33억 4409만원으로 5개월 만에 3억원 이상 올랐다. 아파트들 평균 가격은 지난 5월 30억원을 처음으로 돌파한 뒤 상승세를 이어갔다.

하위 20%인 1분위 아파트 평균 가격은 4억 9536만원으로 집계됐다. 저가 아파트 평균 가격은 2022년 하반기부터 하락하기 시작해 2024년 1월 4억 9913만원을 기록하며 5억원 아래로 떨어진 뒤 22개월째 4억원대에 머물고 있다.

고가 아파트와 저가 아파트 간 가격 격차가 확대되면서 서울 아파트 5분위 배율(상위 20%를 하위 20%로 나눈 값)은 6.8을 기록해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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