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27일 금통위서 금리 결정
집값·가계 빚·환율에 동결 전망
서울 집값, 전주 대비 0.20%↑
전세 가격 2% 이상 상승 영향
원화 가치도 주요국 대비 하락
가계대출, 지난달 증가 폭 넘어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한국은행·국세청·관세청 등에 대한 종합국정감사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천지일보 2025.10.29.](https://cdn.newscj.com/news/photo/202511/3343624_3426929_55.jpg)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오는 27일 한국은행이 올해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금융권 안팎에선 한은이 현재 연 2.50%인 기준금리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는 추세다. ‘10.15 대책’ 한 달 만에 수도권 집값이 다시 오름세를 보이는 데다 고환율 지속으로 인한 금융 안정 리스크, 가파르게 확대되는 가계대출 등을 감안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치솟는 집값… 4연속 동결 불가피
한은은 오는 27일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올해 마지막 금통위 회의에서 한은은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금통위는 올해 상반기 2·5월 두 차례 인하를 진행했다. 내수 부진과 미국 관세 영향으로 올해 성장률이 0%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수도권 아파트 가격이 급속도로 오르는 등 부동산 시장이 불안해지자 7·8·10월 3차례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이번 금통위에서 한은이 4연속 동결을 결정할 것으로 예상되는 것은 불안한 집값과 가계대출, 환율 등의 영향이 크다.
실제로 최근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세는 다시 오름폭이 확대됐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1월 셋째 주(11월 17일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 가격은 직전 주 대비 0.20% 올랐다. 매매가 상승률은 10월 셋째 주(10월 20일 기준) 0.50%를 기록한 이후 같은 달 넷째 주(10월 27일 기준) 0.23%, 11월 첫째 주(11월 3일 기준) 0.19%, 둘째 주 0.17%로 축소됐으나, 4주 만에 다시 확대로 전환했다.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 시행 이후 규제지역으로 편입된 지역의 아파트 전셋값이 한달 만에 2% 이상 치솟은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집토스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데이터를 바탕으로 10.15 대책 시행 전후 전셋값 변동을 분석한 결과, 규제지역·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서울 21개구와 경기 12개 시·구의 전셋값은 각각 2.8%, 2.0% 상승했다.
집토스는 대책 시행 전 한달(9월 20일~10월 19일)과 시행 후 한달(10월 20일~11월 19일)의 전세 거래를 비교했을 때 규제지역 편입 지역의 아파트값이 한 달간 1.2% 올랐다고 분석했다.
앞서 지난달 한은 금통위원 다수가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정부의 추가 부동산 대책 효과를 포함해 수도권 주택시장 등을 좀 더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던 것을 감안하면 이달 금리 동결 가능성에 힘이 실릴 것으로 전망된다.
◆떨어지는 원화… 환율 1470원선 등락
계속되는 원화 약세도 4연속 금리 동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한국은행과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한국의 실질실효환율 지수는 89.09(2020년=100)로 집계됐다. 이는 한 달 전보다 1.44p 하락한 수치다.
지난달 한국의 실질실효환율은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국내 정치 불확실성이 최고조에 달한 올해 3월 말의 89.29보다도 더 내려, 금융위기 때인 2009년 8월 말(88.88) 이후 16년 2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외환위기 당시던 1998년 11월 말(86.63)과도 비슷했다.
한국 실질실효환율은 이달 들어서도 추가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달 들어 22일까지 원화 가치가 2.62% 하락했기 때문이다. 원화 가치 하락률은 확장 재정 기조로 약세를 나타낸 엔화(-1.56%)와 비교해도 1%p 이상 컸다. 호주 달러(-1.31%), 캐나다 달러(-0.65%), 스위스 프랑(-0.51%), 영국 파운드(-0.41%), 유로(-0.19%) 등보다도 하락률이 컸다.
지난 2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는 전날보다 7.7원 오른 1475.6원으로 집계됐다. 당시 환율은 전날보다 4.5원 오른 1472.4원으로 출발해 장중 1476.0원까지 치솟았다.
이는 지난 13일 장중 고가(1475.4원)를 넘어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인상 이슈가 불거졌던 지난 4월 9일(장중 1487.6원·종가 1,484.1원)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한 것이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직전 거래일보다 3.6원 낮은 1472.0원으로 출발해 1470원선 부근에서 등락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금리 인하 기대감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존 윌리엄스 미국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21일(현지시간) 칠레 산티아고에서 열린 칠레중앙은행 주최 행사 연설에서 “최근 연준의 (금리 인하) 행동으로 다소 덜해지긴 했지만, 현재 통화정책 수준이 완만하게 긴축적이라고 본다”며 “가까운 시기에 기준금리를 추가 조정할 여지가 아직 남았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윌리엄스 총재의 발언 이후 연준의 12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은 39%에서 75%로 올랐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도 100.273 수준으로, 지난주(100.3)보다 낮은 수준을 보였다.
◆가계대출 급증… 한은 경계감 높일 듯
가계대출도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은 ‘2025년 3분기 가계신용(잠정)’ 통계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968조 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직전 분기(1953조 3000억원)보다 14조 9000억원 증가했다.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02년 4분기 이후 최대치다.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총액은 당국에 제출한 가계대출 증가액 한도 목표를 넘어서기도 했다.
올해 들어 지난 20일까지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의 가계대출(정책대출 제외)은 총 7조 8953억원으로 올해 증가액 한도 목표(5조 9493억원)보다 32.7% 많았다. 단 NH농협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액은 1조 8000억원으로 목표치(2조 1200억원)에 못 미쳤다.
문제는 이달 은행권 가계대출이 지난달보다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지난 20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전체 가계대출 잔액은 769조 2738억원으로 이달 들어 2조 6519억원 늘었다. 주택담보대출(+1조 1062억원)은 전월(+1조 6613억원) 증가 폭보다 작지만, 일 증가 속도(+553억원)는 전월(+536억원)보다 빨랐다. 신용대출은 1조 3843억원 늘어 2021년 7월(+1조 8637억원) 이후 4년 4개월 만에 최대 증가 폭을 기록했다.
이러한 추세에 증권가에서도 한은이 이번 금통위에서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24일 리서치를 통해 “11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유지하고 3개월 전망도 동결 우위 구도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금융안정과 물가를 위해 통화정책 조정 사이클 종료가 필요하고 경제성장 측면에서는 추가 인하가 불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가계부채 증가세가 주춤하고 있지만 부동산시장 규제가 풀리면 언제든지 다시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며 “총량으로 평가할 때 금융안정 상황이 나빠지면 나빠졌지 결코 좋아지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시장금리는 이미 11월 기준금리 동결 전망을 100% 반영하고 있다”며 “이번에는 금리 결정보다 성장 전망치와 통화정책 방향성에 관한 총재의 기자회견 내용이 중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