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 갈등의 핵심으로 떠오른 희토류에 대한 전쟁이 아프리카에서도 벌어진다. 중국이 사실상 독점한 희토류 자원을 얻기 위해 미국을 포함한 많은 국가들이 풍부한 자원을 가진 아프리카 일부 지역을 주목하고 있다고 아옐레 아디스 암베루 아프리카 뉴스채널 편집장이 전했다. 그는 희토류를 둘러싼 서방의 ‘新식민주의’를 경계하고 아프리카가 광물 수출국에만 그쳐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기술 패권 경쟁의 장 된 아프리카
아프리카 막대한 희토류 자원 보유
美·유럽, 中 희토류 의존도 줄이고
아프리카와 새로운 동맹 구축 의지
환경 파괴 등 新식민주의 논란도
민주콩고·말라위·케냐 등 주요국 부상
제도 개선과 지역 협력 과제 해결해
단순 수출국 아닌 산업화된 주체 돼야
미국과 중국 간 희토류 원소(Rare Earth Elements, REE) 생산을 둘러싼 경쟁이 풍부한 자원을 지닌 먼 아프리카 대륙에서 격화되고 있다. 아프리카는 두 초강대국이 핵심 광물의 공급망을 확보하려는 전략적 전장이 됐다. 이번 칼럼에서는 콩고민주공화국, 말라위, 남아프리카공화국과 같은 국가들이 희토류에 대한 전 세계적 수요 증가 속에서 지정학적 세력 간 균형을 어떻게 잡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내용을 담았다.
아프리카는 전기차, 최신 스마트폰, 풍력 터빈, 정밀 미사일 등 다양한 기술에 필수적인 희토류를 둘러싼 열강 간 경쟁의 중심에 다시 서게 됐다. 이는 마치 식민지 시대의 아프리카 쟁탈전을 연상시키는 장면이다. 미국과 중국은 광물이 풍부한 아프리카 지역으로 몰려들어 권리를 주장하고 거래를 체결하며 아프리카의 경제적 주권을 위협하고 있다.
미중 간 기술 혁신의 주도권을 둘러싼 갈등이 심화되면서 그 싸움은 실리콘밸리나 베이징뿐 아니라 오히려 아프리카에서 더욱 중요하게 벌어지고 있다. 막대한 희토류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으나 아직 대부분 개발되지 않은 아프리카는 저탄소 고기술 세계에서 미래를 보장받기 위한 열강 간의 경쟁장으로 고착됐다.
이들 희귀 광물 중 하나는 전기차, 풍력 터빈, 스마트폰, 군사 시스템에 사용되는 17종의 희토류다. 그러나 중국은 전 세계 가공량의 85% 이상을 점유하며 사실상 독점하고 있어 이는 워싱턴과 브뤼셀의 정책 결정자들에게 경고 신호가 됐다.
최근 중국이 REE 자석의 수출을 74% 줄이고 대미 수출은 전년 대비 93% 감소시킨 사실은 이 광물이 지정학적 무기로 활용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상황에서 서방 국가들과 산업계는 아프리카를 원자재 공급원으로 보는 동시에 글로벌 공급망을 재편하기 위한 새로운 동맹의 기회로 간주하고 있다.
아프리카개발은행(AfDB)의 대규모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아프리카에는 400만t이 넘는 희토류 산화물이 존재하며 나미비아의 로프달, 남아공의 스틴캄스크랄 등 세계적 수준의 매장지가 있다. 이 외에도 부룬디의 가카라(이미 정광 수출 중), 말라위의 송웨와 칸간쿤데, 케냐의 므리마 힐 등이 주요 프로젝트로 꼽힌다. 그러나 대부분은 단순 채굴 단계에 머물러 있고 현지에서의 정제나 가공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중국은 전 세계 생산량의 약 70%, 가공 능력의 85%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최신 보도에 따르면 베이징은 이 같은 지배력을 지정학적 지렛대로 사용해왔고 그 징후는 점점 명확해지고 있다. 워싱턴이 이러한 독점을 경계하면서 미국의 정책 결정자들과 동맹국들은 중국 외 대안으로 아프리카와의 접촉을 확대하고 있다.
콩고민주공화국(DRC)은 이미 코발트 생산으로 핵심 국가가 됐으며 이 외에도 대규모 희토류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다. 일대일로(BRI, 중국이 추진 중인 신 실크로드 전략) 구상 하에서 중국 기업들은 장기 임대와 인프라-광물 교환 방식으로 DRC 광산 산업에 깊이 뿌리 내리고 있다. 모던 디플로머시에 따르면 DRC 정부와 미국 간 협의가 진행 중이며 미국은 중국의 광물 독점을 차단하기 위해 안보 및 개발 패키지를 제안할 준비가 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DRC 외에도 말라위, 나미비아, 케냐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케냐의 므리마 힐에는 호주와 케냐의 합작 기업이 활동 중이며 미국의 참여도 증가하고 있다. 말라위와 부룬디는 미국 국방부와 협의 중이며 이들은 희토류를 현지에서 직접 공급받기를 원하고 있다. 한편 나미비아와 짐바브웨는 부가가치 있는 제품 생산국으로 전환을 시도 중이며 리튬과 희토류 원자재 수출을 금지하는 조치를 도입했다. 이는 더 많은 국가적 이익을 유도할 뿐 아니라 자원 민족주의의 변화를 통해 세계 열강과의 관계 양식을 새롭게 만들고 있다.

◆‘채굴 중심’ 구조 반복해선 안 돼
그러나 아프리카 희토류를 둘러싼 경쟁에는 주권, 지속가능성, 전략적 자율성과 관련된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비판론자들은 중국 및 서방 기업들이 아프리카 광물권을 나눠갖고 지역 주민들은 빈곤과 생태계 파괴만 겪는 신식민주의를 지적한다. 잠비아, 마다가스카르 등 일부 국가에서는 통제되지 않은 광업 활동으로 인해 오염과 강제 이주 문제가 발생하며 환경이 더 큰 압력을 받고 있다. 이에 투명성 국제기구 및 현지 NGO들은 광산 호황의 혜택이 부패로 소멸되는 것을 막기 위해 더 강력한 거버넌스 체계를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아프리카 지도자들의 주체성도 강화되고 있다. 짐바브웨와 나미비아의 수출 통제 정책은 단순 원자재 공급국이 아닌 한 단계 높은 산업적 역할을 지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아프리카대륙자유무역지대(AfCFTA)를 인센티브로 활용하면 국경 간 가치사슬 및 지역 정제 허브를 구축해 협상력을 키울 수 있다.
호른 리뷰의 요나스 이제제우는 “아프리카가 중국의 광물 지배에 대한 전략적 대안이 될 수 있다”며 “단 아프리카의 주체성을 인정하지 않고 단순 자원 공급원으로만 취급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아프리카는 전 세계 핵심 광물의 30%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며 이를 능숙하게 활용할 경우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다.
하지만 미중이 아프리카에서 활동하는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중국의 투자는 장기적이며 인프라 중심이고 국책 대출과 연계되는 경우가 많다. 반면 미국의 접근은 규모나 범위 면에서 상대적으로 작다.
올해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과 주요 7개국(G7)은 핵심 광물 전략을 약속했지만 아프리카에서의 실제 투자액은 3억 달러 미만이었다. 이는 중국이 최근 5년간 투자한 80억~100억 달러에 비해 크게 뒤처진다. 더구나 서아프리카 국가들이 미국의 비자 제한 및 고위급 접촉 부족을 문제 삼으면서 협력 확대는 외교적 난항을 겪고 있다.
희토류 경쟁이 가속화됨에 따라 향후 수년은 아프리카가 글로벌 기술 냉전의 희생양이 될지, 아니면 산업적 미래를 주도하는 중심축이 될지를 판가름할 것이다.
위협은 단지 이론이 아니다. 생태 파괴, 경제적 종속, 전략적 배제라는 현실이 있다. 그러나 정책을 조율하고 거버넌스를 투명하게 하며 전략적 제휴를 체계화할 경우 아프리카는 희토류를 흥정 수단이 아닌 지속가능한 발전의 도구로 삼아 세계 경제에서 새로운 위상을 구축할 수 있다.
아프리카 정책 설계자들이 바꾸고자 하는 것은 추출–수출–제품 재수입이라는 비균형적 구조다. 아프리카개발은행 산하 천연자원센터(ANRC)에 따르면 이를 바꾸기 위한 유일한 해법은 희토류 공급망의 전 과정에 수직적으로 참여하는 것이다. 이는 (1) 상류 채굴 및 정제 (2) 중간 가공 및 분리 (3) 하류 자석 및 첨단 부품 제조의 세 단계를 포함한다. 그러나 아프리카 국가들은 풍력기, 전기차, 전자제품 등 희토류 기술을 소비하긴 하지만 3단계 제조 능력은 보유하지 못한 상태다.
경제적 논리는 명확하다. 아프리카의 광물은 전 세계 저탄소 전환에 핵심 역할을 할 전망이다. 네오디뮴, 프라세오디뮴, 디스프로슘 등 일부 희토류 금속에 대한 수요는 전기차 중심의 세계에서 65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차 판매는 2019년 대비 2030년까지 60배 증가해 3200만 대에 이를 것으로 보이며 풍력 발전 덕분에 자석 수요도 30% 이상 증가할 전망이다. 이처럼 아프리카는 현지에서 더 많은 부가가치를 확보할 수 있는 유리한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그러나 변화에는 제약도 많다.
대부분의 아프리카 국가는 고급 가공 및 제조를 뒷받침할 기술 기반, 규제 체계, 투자 환경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또한 역내 통합의 미비로 국경 간 가치사슬 조직이 어렵다. ANRC는 AfCFTA를 활용한 지역 정제 허브 구축을 제안하며 중소국이 자원을 결집해 더 큰 산업 투자를 유치할 수 있다고 본다. 세계 경쟁자들은 이미 이를 주목하고 있다.
미국은 자국 국방물자생산법(DPA) 및 광물안보파트너십(MSP)을 통해 아프리카 프로젝트에 투자해 중국 의존도를 줄이려 하고 있다. 호주, 캐나다, 일본, 유럽연합(EU)도 아프리카 공급망 확보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이들 역시 아프리카 국가들이 현지 콘텐츠, 기술 이전, 환경 보호에 더 많은 통제를 행사하지 않으면 기존의 ‘채굴 중심’ 구조를 반복할 위험이 있다.
학자들은 ‘녹색 에너지’라는 미명 아래 또 다른 아프리카 쟁탈전이 벌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아프리카개발은행의 에마뉴엘 핀토 모레이라 박사는 “아프리카의 산업화는 우연히 일어나지 않는다. 치밀한 계획, 상호 이익에 기반한 제휴, 가치사슬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전문가들은 정부에 대해 지질 정보의 고도화, 부가가치 투자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 동아시아 ‘호랑이 경제’의 산업 도약 사례를 따를 것을 권고하고 있다.
국내 시장 내 시너지 가능성도 여전히 존재한다. 예를 들어 우간다에서는 아이오닉 레어어스가 REE 정광을 해외로 수출할 때 우간다 최초 전기차 제조업체 키이라 모터스는 이 광물로 만든 자석과 배터리를 수입하고 있다. 적절한 정책 체계가 갖춰진다면 이 같은 연결고리를 국가 혹은 지역 차원의 REE–전기차 산업 체계로 전환할 수 있다.
이는 막대한 이해관계가 걸린 싸움이다. 아프리카가 단순 수출국에 머문다면 변혁의 기회를 잃을 위험이 있다. 그러나 자원의 지혜로운 활용, 현지 산업 육성, 청렴한 파트너와의 제휴를 통해 아프리카는 세계 에너지 전환의 중심이자 희토류를 둘러싼 다극화된 미래에서 자립적 강국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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