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카메룬에서 43년간 장기 집권을 해 온 폴 비야 대통령(92)이 최근 오는 10월 대선에서 8선에 도전한다고 발표했다. 비야 대통령의 독재 논란이 불거지는 가운데 약 3개월 남은 카메룬 대선 정국은 핏빛으로 물들었다. 특히 그 칼은 언론인들을 겨누고 있다.

정부의 심기를 건드린 기자들은 무장 괴한에게 공격당하고 장비를 빼앗겼다. 정부 비판 언론사들은 강제 폐쇄되고 프로그램은 중단되며 언론인들은 협박받고 있다.

카메룬 매체인 카메르 프레스 미디어 편집장이자 최고경영자(CEO) 타미탄 버트랜드는 이러한 언론 탄압이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가로막는 구조적 위협으로 자리 잡았다고 지적했다.

 

카메룬 정부, 비판 언론에 칼 겨눠

검열·해고·유혈에 기자 실종 잇따라

언론에 행정적·법적 압박도 강화돼

 

“정권 서사 거스른 기자는 처벌받아”

“진실이 아닌 생존 말하는 시대 와”

 

기자들 건강·문화 등 안전 취재 집중

국제감시단체 카메룬 언론 자유 경고

균형 잡힌 보도 없으면 유권자가 피해

타미탄 버트랜드 카메르 프레스 미디어 편집장. ⓒ천지일보
타미탄 버트랜드 카메르 프레스 미디어 편집장. ⓒ천지일보

카메룬이 올해 대통령 선거라는 중요한 시점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언론인을 대상으로 한 폭력, 위협, 제도적 탄압이 심각하게 급증하고 있다. 언론에 대한 이 같은 적대감의 고조는 국가의 취약한 민주주의 구조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위한 전망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최근 몇 달 사이 언론인을 향한 공격은 빈도와 잔혹성 모두에서 더욱 급증했다. 특히 라 보이스 뒤 센트르(La Voix du Centre)의 편집장 에마뉘엘 에쿨리는 야운데에서 두 차례 폭행을 당했다. 그는 자상을 입고 취재 장비를 모두 빼앗겼으며 이는 그의 보도를 침묵시키려는 치밀한 시도로 여겨진다. 마찬가지로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온 자비에 메세와 아르센 은콘다 역시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이들로부터 신체적 폭행을 당했다. 이들 중 일부는 민간 복장을 하고 무기를 소지하고 있었으며 이는 비공식적인 국가 개입에 대한 의혹을 불러일으켰다.

카메룬 언론사 대표자 네트워크(REPAC)에 따르면 단 3주 사이 야운데에서 최소 4명의 언론인이 총기와 마체테를 든 남성들에게 공격을 받았다. 이러한 사건들은 우연한 일이 아니며 공격이 조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언론계 전반에 깊은 공포를 조성하며 자율 검열을 확산시키고 있다.

언론인이자 인권운동가인 장클로드 포그는 “이것은 단순한 폭력이 아니다”라며 “반대 의견을 침묵시키려는 조직적인 캠페인이다. 언론이 포위되면, 민주주의도 포위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직적 검열과 행정적 탄압

폭력은 억압의 한 축일 뿐이다. 행정적 검열도 마찬가지로 강화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정치적으로 대담한 콘텐츠로 알려진 라디오 방송국 RIS FM이 정부 당국에 의해 강제로 폐쇄된 일이다. 방송국의 책임자인 시스몽디 바를레프 비조카는 고위 공직자에 대한 ‘모욕적이고 근거 없는 발언’을 방송했다는 이유로 국가통신위원회(NCC)에 의해 6개월간 정직 처분을 받았다.

방송 매체도 예외는 아니다. 카메룬 내 몇 안 되는 독립 채널 중 하나인 에키녹스TV는 특히 집중적인 표적이 됐다. 이 방송국의 대표적인 정치 프로그램 ‘드루아 드 레폰스’는 정부 장관 두 명을 명예 훼손했다는 이유로 한 달간 정지 처분을 받았다. 그 대체 프로그램 ‘르 데바 237’도 두 번째 방송이 나가기도 전에 금지당했다. 이후 방송국의 일부 기자들은 살해 위협을 받았고 이들 중 일부는 은신하거나 망명하게 되었다.

보다 체계적인 탄압으로는 반대 의견을 범죄화하기 위해 법적 수단이 활용되고 있다. 야운데가 포함된 행정 구역 음퐁디 지역 당국은 작년 7월, 정부 기관이나 공직자를 위험하게 모욕하는 개인이나 단체를 금지하는 법령을 발표했다. 이 모호한 표현의 법령은 주로 비판적인 언론인이나 블로거에게 선택적으로 적용돼 공공질서 유지를 명분으로 비판적 담론을 억압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

법률 전문가들은 이러한 모호한 용어가 위험한 선례를 창출한다고 경고한다.

헌법학자인 야운데 II 대학교 마르틴 은두무 교수는 “이 법적 도구들은 표현의 자유를 탄압하는 무기로 활용되고 있다”며 “이러한 법은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처벌하고 침묵시키기 위해 설계된 것”이라고 경고한다.

공공연한 공격과 법적 제재 이면에는 더욱 교묘한 억압의 형태가 있다. 편집 조작이다. 정치적 압력에 따라 일부 언론사 소유주들이 기자들에게 정치적으로 민감한 주제를 피하라는 내부 지침을 내렸다는 보도가 있다. 이러한 편집 제한에 저항한 기자들은 강등되거나 해고되기도 했다.

카메룬 언론인노조 회장인 마리옹 오밤은 “표현과 언론의 자유가 축소되기 시작했다. 기자들은 상사나 편집자의 지시에 따라 자율적으로 검열을 하고 있다”며 “진실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생존을 말하는 시대가 온 것”이라고 암울한 현실을 전했다.

이전까지 정부, 부패, 선거 투명성을 보도하던 많은 기자들은 이제 건강, 문화, 스포츠와 같은 ‘안전한 영역’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대선인 2018년 10월 7일 카메룬 브리케트리 지역의 투표소에 폴 비야 대통령의 이름이 적힌 투표용지가 있다. 92살의 비야 대통령은 최근 8선 도전을 발표했다. (출처: 뉴시스)
지난 대선인 2018년 10월 7일 카메룬 브리케트리 지역의 투표소에 폴 비야 대통령의 이름이 적힌 투표용지가 있다. 92살의 비야 대통령은 최근 8선 도전을 발표했다. (출처: 뉴시스)

◆“선거 담론 전체를 통제하려는 시도”

국제 감시 단체들도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국경 없는 기자회(RSF)는 최근 발표한 2025년 세계 언론자유 지수에서 카메룬을 180개국 중 131위로 평가하며 폭력의 증가와 국가의 언론인 압박을 주요 이유로 들었다. 언론인보호위원회(CPJ)는 카메룬에서 지난 1년간 수많은 괴롭힘, 자의적 구금, 언론사 폐쇄 사례를 기록했다.

한 사례로 기자 알베르트 음바니는 SNS에 허위 정보를 유포했다는 이유로 두알라에서 체포돼 38일간 공식 기소 없이 구금됐다. 그는 결국 석방됐으나 이는 다른 기자들에게 즉각적인 위축 효과를 불러왔다.

CPJ 대표는 “정부의 메시지는 분명하다”며 “정권의 서사를 거스르는 기자는 반드시 처벌받는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다가오는 선거에 대한 파장은 매우 깊다. 자유롭고 독립적인 언론은 어떤 민주적 절차에서도 핵심적 요소다. 언론인이 침묵하게 되면 유권자는 정보를 얻을 수 없게 되고 그에 따라 현명한 판단을 내릴 수 없게 된다. 균형 잡힌 보도의 부재는 허위정보와 선전의 확산을 불러오며 공공 담론을 왜곡시킨다.

몇몇 정치 분석가들은 이 같은 탄압이 결과적으로는 현 체제를 유지하려는 사전 조치라고 본다. 다카르에 기반을 둔 카메룬 정치학자 르네 츄미 “이것은 단순히 언론에 대한 문제가 아니다. 선거 담론 전체를 통제하려는 시도”라고 지적했다.

반대 세력의 목소리가 이미 소외된 상황에서 언론 매체에 대한 표적화는 민주적 토론의 공간을 더욱 좁히고 있다.

선거가 다가옴에 따라 시민사회와 국제 파트너, 지역 기구들의 역할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아프리카연합, 유엔, 유럽연합의 관찰자들은 언론 자유를 선거 감시 의제의 최우선 순위로 삼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편 카메룬 내부의 언론인들은 연대를 호소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언론인은 “우리는 개인적으로 침묵할 수는 있지만 집단적으로는 저항해야 한다”며 “진실은 침묵 속에 죽어서는 안 된다”고 호소했다.

카메룬에서 벌어지고 있는 언론인에 대한 공격은 개별적인 인권 침해 그 이상을 의미한다. 이는 권력에 대한 마지막 남은 감시 장치 중 하나를 무력화하려는 체계적인 시도다.

대선이 다가오는 지금 정부는 언론인의 안전과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선거는 민주주의의 실현이 아닌 철저히 통제된 쇼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

카메룬은 지금 갈림길에 서 있다. 억압이냐 개혁이냐의 선택은 올해 선거의 결과뿐 아니라 향후 수년간 카메룬 민주주의의 미래를 결정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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