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아프리카 국가들에 최고 50%에 이르는 관세를 부과하며 경제 전쟁의 신호탄을 터뜨렸다. 지난 9일 트럼프 대통령이 대부분의 국가에 대해 90일간의 관세 유예 조치를 발표하면서 일시적으로 높은 관세 부담에서 벗어나게 됐으나 이는 오는 7월 4일에 종료될 예정이다. 이후에는 다시 높은 관세가 부과될 수 있어 아프리카 국가들은 여전히 불확실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아옐레 아디스 암베루 아프리카 뉴스채널 편집장은 트럼프 관세에 대해 아프리카가 자초하지 않은 글로벌 대립 속에서 부수적 피해를 입으며 과거 제국주의적 무역을 떠올리게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트럼프發 관세 전쟁 시작에
아프리카 국가들 경제적 피해
통화 붕괴·대량 실업 등 타격
아프리카 대외 원조까지 삭감
트럼프 정부의 메시지 명확
“복종하지 않으면 대가 치러”
이건 외교가 아니다. 이건 무역도 아니다.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국가들을 겨냥한, ‘아메리카 퍼스트’라는 허울을 쓴 경제 전쟁이다. 에티오피아의 커피 농장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자동차 공장에 이르기까지, 메시지는 분명하다. “복종하든지, 대가를 치르든지.”
최대 50%에 이르는 관세는 아프리카의 수출 산업에 벼락처럼 들이닥쳤고 그 결과는 통화 붕괴, 인플레이션, 대량 실업 사태다. 원조는 끊기고 시장은 얼어붙었으며 생명줄은 잘렸다. 전 세계는 이 사태를 그저 멍하니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한 경제학자는 속삭이듯 말했다. “이건 무역 대재앙이다. 그리고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
전 세계 분석가들이 ‘아프리카 무역 생태계의 위태로운 구조를 뒤흔든 대지진’이라고 부르는 이 사태의 중심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시 들고 나온 ‘관세 경제 전쟁’이 있다. 트럼프의 정책 전략이 다시 한번 징벌적 관세 부과로 바뀌면서 이미 기후, 분쟁, 부채로 압박을 받고 있는 아프리카 대륙은 완벽한 경제 폭풍에 휩싸여 숨을 헐떡이고 있다.
“이건 단순한 정책이 아닙니다. 경제적 네이팜탄(파괴력이 큰 소이탄의 일종)입니다.”
에티오피아의 저명한 경제학자인 레테나 에지구 왈레 박사는 미국이 에티오피아산 섬유와 커피 수출에 일괄적으로 10%의 관세를 부과한 데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시기, 방식, 범위, 모든 것이 계산된 공격처럼 느껴진다”며 에티오피아는 이미 정치 불안정으로 인해 아프리카 성장기회법(AGOA)에 따른 무역 특혜를 박탈당한 상황이라고 좌절감을 드러냈다.
그 수치는 충격적이다. 에티오피아를 비롯해 100개국 이상이 미국의 10~50%에 이르는 관세 부과 대상이었다. 남아공은 30%, 레소토는 무려 50%에 달했다. 백악관은 이 국가들을 “불공정한 무역을 일삼는 악당들”이라 지칭했다. 하지만 많은 경제학자들은 “진짜 악당은 거울 속에 있다”고 경고한다.
◆보호주의를 가장한 압박의 정책
트럼프의 관세 전략은 결코 경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커피에서 원유, AGOA에서 해외 원조에 이르기까지 그의 무기고는 넓고도 치명적이다. 멕시코의 펜타닐 문제를 이유로 25%의 관세를 경고하거나, 콜롬비아의 난민 정책에 불만을 품고 커피에 세금을 부과하는 등 그의 정책은 경제 조치라기보다 외교적 최후통첩에 가깝다.
런던정경대의 토마스 샘슨은 “관세는 지금 순항미사일처럼 쓰이고 있다. 이건 공정한 시장을 위한 게 아니라 글로벌 지배를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백악관 내부 문서에 따르면 관세율은 해당국의 대미 무역적자를 총수입으로 나눈 뒤 비율로 환산해 산정된다고 한다. 이에 대해 샘슨은 “너무 단순하고 만화 같은 방식”이라며 “그 결과는 진짜 경제에 파괴적 영향을 준다”고 덧붙였다.
◆초강대국 대립의 침묵 속 피해자, 아프리카
아프리카 대륙은 자신들이 유발하지도 않은 글로벌 교착 상태에서 부수적인 피해를 입고 있다. 트럼프의 관세는 일방적이며 착취적이고 지역사회를 고려하지 않던 과거 제국주의적 무역 구조를 떠올리게 한다.
AGOA 덕분에 한때 성공사례로 주목받던 에티오피아 섬유산업은 현재 추락하고 있다. AGOA 중단 이후 의류 수출의 약 39%가 사라졌고 여성 노동자 수천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나이지리아와 남아공에선 자동차 조립부터 농산물 가공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산업이 생산비 상승과 시장 축소를 겪고 있다.
응고지 오콘조-이웰라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은 “트럼프 관세는 신흥시장에 ‘너희는 소모품이다’라는 냉혹한 메시지를 전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스위스 제네바 회의에서 “관세의 무기화는 규범에 기반한 세계 무역 질서를 흔들고 있다. 이는 가난한 국가들이 감당할 수 없는 경제적 스트레스를 유발한다”고 경고했다. 또한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 덕분에 15억명이 빈곤에서 벗어났다”며 “우리는 후퇴할 여유가 없다. 이런 종류의 충격은 수십 년에 걸친 개발 진전을 단 몇 달 만에 되돌릴 수 있다”고 비판했다.

◆세계적 연쇄 반응
이러한 관세의 여진은 아프리카를 넘어 세계 전역으로 번지고 있다. 독일과 프랑스는 트럼프 관세에 맞서 청바지에서 전자제품까지 미국산 제품에 보복 관세를 예고했다. 캐나다와 멕시코는 이미 이 치명적인 탱고를 췄고 더 큰 무역 타격을 피하기 위해 군사적 양보를 단행해야 했다.
킹스칼리지 런던의 조너선 포르테스 교수는 “트럼프 정책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단순한 무역 전쟁을 넘어 세계 경제 체계 자체가 붕괴할 수 있다”며 “시장은 혼란에 빠졌고 통화는 불안정하며 연료 가격은 치솟고 있다. 이건 일종의 초강력 나비효과”라고 경고했다.
심지어 미국의 숙적 중국조차 이 상황을 ‘선물’이라 표현했다. 미국과 관계가 악화되는 아프리카 및 중남미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원조 삭감 + 관세 = 경제 재앙
사태는 더 악화되고 있다. 관세 부과에 이어, 미국은 에티오피아를 포함한 여러 아프리카 국가에 대한 대외 원조까지 중단했다. 12억 달러 이상의 원조가 현재 보류 중이며 이는 가뭄·기아·분쟁 복구에 허덕이는 에티오피아에 치명적이다.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 주재 미국 대사관의 어빈 마싱가 대사는 “식량 지원은 중단됐고 보건소는 폐쇄되고 있으며 사람들의 생명이 위태롭다”고 전했다. 인도주의 단체에 따르면 감벨라 지역의 난민 캠프에서는 식량과 의약품 부족이 벌써 보고되고 있다.
트럼프 팀의 메시지는 무엇인가. “복종하지 않으면 버림받는다.”
◆전장으로 변한 무역
트럼프의 경제 독트린은 그 어느 때보다 분명하다. 억제를 통한 외교, 조건부 원조, 그리고 복종을 강요하는 관세. 세계는 숨죽여 지켜보고 있다.
WTO는 경고하고 있다. 아프리카 지도자들은 결집하고 있다. 경제학자들은 경종을 울린다.
그러나 누가, 언제, 이것에 귀 기울일까.
왈레 박사는 “이건 단지 무역의 문제가 아니다. 주권과 존엄, 생존의 문제”라며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이 아프리카는 시작되지도 않은 전쟁에 대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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