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 경제성장률 2.1% 그칠 듯
연평균 잠재성장률도 2% 전망
계엄 선포에 소비자 지갑 닫아
소비자심리지수·카드 이용액↓
원/달러 환율 1500원 목전
고환율에 중소기업·물가 불안
비정상 감액예산안 국회 통과
한은까지도 추경 편성 요구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로 소비심리가 극도로 위축된 가운데 17일 서울 중구 명동거리가 비교적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천지일보 2024.12.17.](https://cdn.newscj.com/news/photo/202412/3217045_3268679_752.jpg)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2024년 한 해는 고환율, 고물가, 고금리로 소상공인·자영업자, 중소기업 등 많은 국민이 어려움을 겪었던 해였다. 그러나 이 같은 어려움은 2024년에 이어 2025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비상계엄 선포로 소비심리와 경제심리가 악화되면서 내수 위축이 관찰됐고, 이에 따라 올해 연간 성장률은 2.1%에 그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정치적 리스크로 인해 원/달러 환율은 26년 만에 1360원을 돌파했고, 2%대로 둔화되는 듯했던 물가는 비상계엄 여파로 먹거리 부담이 크게 오르면서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韓경제, 불확실성에 흔들
최근 우리나라 경제는 정치적 불확실성 확대에 위기를 맞고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대로 전망되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8일 물가 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에서 “탄핵 사태로 소비심리와 경제 심리가 급격히 악화됐으며 카드 사용액이 감소하는 등 내수 위축이 관찰됐다”며 “연간 성장률 전망치가 2.2%에서 2.1%로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3%, 아시아개발은행(ADB), 한국개발연구원(KDI)·국제통화기금(IMF)·한국은행·아세안+3거시경제조사기구(AMRO)의 2.2%보다 낮은 수치다.
경제성장률이 차츰 하락함에 따라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도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노동·자본·자원 등 모든 생산요소를 동원하면서도 물가 상승을 유발하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생산 수준, 경제 규모인 잠재 GDP의 증가율이 차츰 하락한 것이다.
한은의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과 향후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은 2000년대 초반 5% 안팎에서 2010년대 연평균 3% 초중반, 2016∼2020년 2% 중반을 기록했다. 이후 2024~2026년 연평균 2% 수준이 될 것으로 추정됐다.
한은은 “우리 경제의 혁신 부족, 자원 배분 비효율성 등으로 총요소생산성의 기여도가 낮아지는 가운데, 인구구조 변화와 경제 성숙기 진입에 따른 투자 둔화 등으로 노동·자본 투입 기여도까지 감소하며 잠재성장률이 하락 추세를 맞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 추세가 개선 없이 이어질 경우 연평균 잠재성장률은 ▲2025∼2029년 1.8% ▲2030∼2034년 1.3% ▲2035∼2039년 1.1% ▲2040∼2044년 0.7% ▲2045∼2049년 0.6%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소비는 휘청, 환율은 급등
비상계엄 여파로 소비도 휘청이고 있다. 소비자들의 경제 상황에 대한 심리를 종합적으로 나타내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2월 88.4로 전월 대비 12.3p 하락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인 2020년 3월(-18.3p) 이후 4년 9개월 만에 가장 크다.
통계청이 공개하는 속보성 데이터인 나우캐스트 지표를 보면, 이달 6일 기준 전국 신용카드 이용금액은 전주 대비 26.3% 감소하면서 지난 9월 20일(-26.3%) 이후 11주 만에 가장 크게 감소했다. 이 중 서울 카드 이용금액이 29.3% 급감해 지난해 7월 7일(-32.2%) 이후 1년 5개월 만에 최대 감소세를 보였다.
원/달러 환율도 빠르게 급등하고 있다. 환율은 27일 한때 1480원을 돌파해 1486.7원에 달하며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16일(1488원) 이후 최고 수준이다.
이미 환율은 지난 10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대통령 선거 승리 이후 급등세를 보이고 있었다. 이후 12월 초순 다소 진정세를 보였으나 비상계엄이 선포되면서 금융시장 불안감이 확산돼 원화 가치가 하락했다.
연준이 지난 19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마치고 내년 말 예상 금리를 9월 전망치인 3.4%에서 3.9%로 상향해 금리 인하 속도 조절 가능성을 내비친 점도 환율 급등에 영향을 미쳤다.
이에 따라 고환율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복합위기로 인해 고환율 추세를 뒤집을 반전 요소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한은에 따르면 환율은 올해 1월부터 이달 26일까지 242거래일 연속 1300원을 밑돌았다. 환율 변동제를 도입한 1990년 이후 최장 기록이다.
기존에 환율이 1300원대에 머문 건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1997~98년)를 겪은 144거래일, 글로벌 금융위기(2009년) 당시 78거래일, 레고랜드 사태(2022년) 당시 78거래일 등이다.
![[천지일보 부산=정다준 기자] 부산신항만 컨테이너부두에 컨테이너가 쌓여있는 모습. ⓒ천지일보 2024.08.29.](https://cdn.newscj.com/news/photo/202412/3217045_3268682_927.jpg)
◆물가·중소기업에도 ‘비상’ 걸려
이로 인해 중간재를 수입해 가공, 판매하는 중소기업의 불안이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현대차 같은 대기업은 해외 생산기지가 많고 고환율 대응 능력이 있지만 중소기업은 약 90%가 중간재를 수입해 가공한 뒤 대기업이나 해외로 판매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산업연구원은 환율이 10% 오를 경우 대기업은 영업이익률이 0.29%p 하락하는 데 그치지만 중소기업은 환율이 1%만 올라도 영업이익률이 0.36%p 감소한다고 분석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10~13일 수출 중소기업 513곳을 설문한 결과 22%가 탄핵 정국의 피해로 ‘고환율’을 꼽기도 했다.
환율이 치솟으면서 물가 불안도 커지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생산자물가와 수입물가를 결합해 산출하는 국내 공급물가지수는 지난 11월 124.15로 집계돼 10월(123.47)보다 0.6% 올랐다. 올 4월(1%) 이후 7개월 만에 가장 크게 상승한 것이다.
11월 생산자물가는 환율 상승과 더불어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 여파에 0.1% 상승한 119.11을 기록했다. 항목별 생산자물가는 농림수산품이 전월보다 3.6% 내렸지만 공산품과 전력·가스·수도 및 폐기물이 각각 0.1%, 2.3% 상승했다.
생산자물가가 오르면서 내년 이후 소비자물가도 2%대 이상으로 다시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생산자물가는 1~2개월의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1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5%를 기록하며 9월(1.6%)에 이어 3개월 연속 1%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올해 1~11월 누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3%로 지난해 같은 기간(3.6%)보다 1.3%p 하락했다.
12월 실적치 공개만을 남긴 현재로선 올해 연간 물가 상승률은 2%대 초반 수준에서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더해 수출 역시도 트럼프 행정부 2기의 ‘보편 관세’ 부과 현실화에 악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산업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모든 수입품에 10~20% 관세를 부과하는 보편 관세가 부과될 경우, 대미 수출은 9.3~13.1%, 이에 따라 부가가치는 0.34~0.46% 감소할 것으로 추정됐다. 대미 수출 감소에 따라 우리 경제의 명목 부가가치는 약 0.34%(7조 9000억원)에서 0.46%(10조 6000억원) 감소하는 것으로도 나타났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418회 국회(정기회) 본회의에서 2025년도 예산안에 대한 수정안이 재적 300인, 재석 278인, 찬성 183인, 반대 94인, 기권 1인으로 통과되고 있다. ⓒ천지일보 2024.12.10.](https://cdn.newscj.com/news/photo/202412/3217045_3268686_1040.jpg)
◆시장, 추경 편성 가능성에 주목
이러한 가운데 정치적 불확실성에 우리 경제가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내후년까지 1%대 저성장이 예상되는 가운데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데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결과에 따라 내년 1~2분기까지도 대응하지 못한 채 흘려보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통상적이라면 본예산을 집행한 이후 추경을 논의해야 하지만, 2025년 본예산이 정상적으로 국회 심의를 통과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야당 단독으로 ‘증액 없는 감액’ 예산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추경을 통해 2025년 본예산이 확정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국회의 감액 심의만으로 통과된 2025년 본예산이 1년간 변함없이 지속될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 경기도 빠르게 얼어붙고 있어 내수 부진이 악화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수출과 투자심리도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만큼 재정지출을 통해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한몫하고 있다.
경기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통화정책 수장인 한은 총재도 재정 정책의 조기 집행 필요성을 강조하며 추경 편성에 대해 찬성하기도 했다.
이 총재는 지난 17일 임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현재 재정은 긴축 수준이라 추경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이튿날인 18일 물가 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를 열고 “하방 압력이 커진 만큼 경기를 소폭 부양하는 재정 정책이 필요하다”면서 “추경안 등이 여야 합의로 빨리 통과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 총재는 “추경 편성은 한은 입장에서 빠를수록 좋다고 본다”며 “늦게 할수록 경제 전망 기관들이 이를 반영할 수 없어 낮은 성장률을 전망하게 되고, 낮은 성장률은 또 (경제) 심리에 영향을 주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중요한 경제 정책을 빠른 속도로 합의해서 처리하는 모습을 보이면 경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한다는 점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굉장히 중요하다”며 “추경이 편성되더라도 장기 재정 건전성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경기 부양책으로 쓰는 것이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타깃을 두고 지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문제는 추경 편성 시 적자 국채 발행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다만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으로 국채 발행 여건이 상대적으로 개선돼 시장 안팎에선 추경 편성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다.
실제로 세계적 투자은행인 씨티는 내년 1분기로 우리나라가 추경을 진행할 것으로 전망했다. 씨티는 지난 26일 보고서를 통해 “향후 한국은 재정 및 통화 정책의 조화로운 실행이 중요하다”면서 “추경 및 금리 인하가 경 안정화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씨티는 또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과 외부 관세 리스크를 고려했을 때, GDP의 1.1%(약 30조원)에 해당하는 추경이 2025년의 재정 긴축 효과를 완화하기 위해 필요하다”며 “추경 시점은 내년 1분기에 10조~15조원, 대통령 선거 이후 하반기에 15조~20조원 추가 집행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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