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종교계 위기는 여전히 끝이 보이지 않았다. 코로나19와 같은 외부 악재가 사라졌음에도, 거센 ‘탈종교화’의 소용돌이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한편에서는 교계에 불어닥칠 대변혁의 거센 물결이 쉬지 않고 몰아치는 한해였다. “당신은 계시록을 아는가” “천상천하 아무도 알 수 없던 계시록이 열렸다”는 외침은 잠든 목회자들의 영혼을 깨웠고, 계시 말씀을 중심으로 화합하며 변화를 모색하자는 목소리로 모아지기 시작했다.
변화의 불씨는 작지만 가능성을 보여줬다. 수십 년간 여성의 사역권을 금지해온 보수 개신교단이 올해 처음으로 여성에게 사역권을 부여하며 역사적인 첫발을 내디뎠다.
경기도청과 경기관광공사 거리에 매주 울려 퍼진 처절한 절규는 만연한 종교탄압의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공의와 공정이 살아있는 사회로의 개혁을 촉구하며 강렬한 경종을 울렸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30일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예수교회) 맛디아지파 청주교회에서 시온기독교선교센터 115기 연합 수료식이 진행되고 있다. (제공: 신천지예수교회)ⓒ천지일보 2024.10.30.](https://cdn.newscj.com/news/photo/202412/3217172_3268871_2943.jpg)
1. ‘계시 실상’ 저력 빛났다
올해 한국교회에는 ‘성령의 바람’이 그 어느때보다 거세게 불었다. 신약 사복음서의 예언과 요한계시록의 성취를 알리는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예수교회)의 ‘계시 성취 실상 증거 말씀대성회’가 전국 방방곡곡에서 개최된 것. 매회 최대 수만명이 몰려드면서 그 관심을 실감케 했다. 이만희 총회장은 93세의 고령에도 올해 하반기부터 전국을 돌며 국내 목회자들과 만나 계시록의 예언과 이루어진 실상을 전해왔다.
목회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지난 9월 마산에서 이 총회장의 직강을 들은 한 목회자는 “그동안 어디서도 듣지 못했던 전무후무한 말씀”라며 “놀랍도록 성경적이고 이치적”이라고 말했다.
목회자들이 말하는 기성교회와 신천지예수교회의 차별점은 ‘예언에 대한 실상 유무’다. 이 총회장은 “지금은 요한계시록의 예언이 이뤄져 나타나는 실상시대”라며 “신천지(예수교회)는 계시록과 사복음서의 예언과 이루어진 실상을 보고 들은 그대로 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5일 서울 영등포구 바돌로매지파 영등포교회에서 열린 ‘2024 신천지 계시 성취 실상 증거 말씀대성회’에서 목회자들이 이만희 총회장의 강연을 경청하고 있다. 이날 목회자 400여명 등 총 1만 4000여명이 참석했다.ⓒ천지일보 2024.10.05.](https://cdn.newscj.com/news/photo/202412/3217172_3268872_314.jpg)
또 “나는 계시록에서 말하는 누구인가, 12지파에 소속됐는지 계시록을 확인해 알아야 한다”며 “계시록을 가감해 재앙을 받지 말고 우리 다 낮아지고 낮아져서 이전의 신앙 버리고 하나님의 씨로 다시 나자”고 권면했다.
특히 이 총회장은 약 1시간 반에 걸쳐 성경 한번 보지 않고 계시록 전장을 술술 풀어나가는 것은 물론 실상까지 증거하면서 박수갈채를 받기도 했다. 계시록을 배우기 위해 신천지를 찾아 떠나는 이들이 일반 교인뿐만 아니라 목회자까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2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경기도청 북문 앞에서 열린 신천지예수교회 ‘편파적인 종교탄압 규탄 결의대회’ 릴레이집회에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천지일보 2024.12.02.](https://cdn.newscj.com/news/photo/202412/3217172_3268873_3241.jpg)
2. 정교유착 종교탄압 행태 심각
올해는 그동안 수면 아래 있었던 ‘종교 차별 문제’가 사회적으로 대두된 한해였다.
경기관광공사가 신천지예수교회의 대규모 국제행사 장소 대관을 행사 당일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취소시키며 논란이 불붙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신천지를 이단시하던 개신교계와 긴밀한 행보를 보였던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개입한 정황이 확인되며 편파적 종교탄압 의혹이 제기됐다.
이는 사실로 드러났다. 목사 출신인 서성란 경기도 의원이 일산 모교회 설교에서 “신천지 행사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안수집사인 도지사 등에게 직접 연락해 대관을 막아달라고 요청했고 하루만에 대관이 취소됐다”고 말한 영상을 본지가 입수하면서다.

서 의원이 김 지사 등 경기도 주요 공직자들의 개신교적 배경을 이용해 공권력을 동원하고, 대관 취소에 관여한 정황이 사실상 확인되면서 헌법이 보장하는 종교의 자유와 정교분리 원칙, 공직자의 종교적 중립 의무 위반에 대한 비판이 확산했다.
신천지예수교회 성도들의 분노는 들불처럼 끓어 올랐고 ‘종교 차별을 뿌리뽑자’는 함성이 연일 경기도청과 경기관광공사를 에워쌌다.
4주간 매주 세 차례씩 열린 ‘편파적인 종교탄압 규탄대회’에는 매주 최소 수백명부터 수천명의 전국 각지 성도들이 참여했으며 특히 목사, 스님 등 이웃 종교인도 연대해 종교 차별 근절에 목소리를 높였다.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김 지사는 4주 만에 “안보에 따른 조치였다”며 유감이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대관 취소에 대한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형식적인 표현과 원론적인 답변으로 책임을 회피하는 데 그쳤다는 비판을 피하진 못했다.

3.성직자도 없다... 탈종교 심화
청년을 중심으로 한 탈종교 물결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올해 목회데이터연구소가 공개한 ‘2023 한국인의 종교생활과 신앙의식 조사’ 결과를 보면 2022년 기준 국내 성인 중 종교인 비중은 37%, 무종교인은 63%로 나타났다. 종교인 비중이 30%대로 떨어진 건 1998년 조사 시작 이래 처음이다.
탈종교화로 종교 인구 감소가 이어지면서 종교계가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 개신교, 천주교, 불교 등 주요 종단에서 신도 수 감소는 물론이거니와 성직자 확보도 막막한 상황이다. 급기야 불교에서는 유학 차원을 넘어 외국인 승려를 상좌(스승의 대를 잇는 제자)로 받고 있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개신교의 경우 대부분의 신학대학원이 신입생 정원 미달을 기록하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국내 최대 규모 신학교인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은 지난해 1980년 개교 이래 처음으로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는 소식이 전해져 충격을 안겼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추세가 계속된다면 빈 절, 빈 성당은 물론이고 성직자를 외국에서 수입하는 현상이 만연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4. 부처핸섬! 외친 HIP한 ‘불교’열풍
탈종교화에 주요 종단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이에 시대 변화에 맞춰 새로운 변화를 위한 다양한 시도에 나서기도 했다. 그 중심에는 불교가 있었다. 올해 불교의 키워드는 ‘힙(Hip)’이었다.
전자음악에 맞춰 합장한 채 점프하며 ‘부처핸섬’을 외치는 ‘뉴진스님’부터 절에서 하는 단체미팅 ‘나는 절로’, 힐링‧서핑‧반려견 등 젊은 층을 겨냥한 다양한 테마의 템플스테이까지 고리타분한 이미지에서 벗어나 젊고 개성 있는 모습으로 변신을 시도한 불교는 20~30대 이른바 MZ세대에게 적지 않은 호응을 받았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와 하반기 개최된 서울·부산국제불교박람회는 2030 세대가 중심이 돼 방문한 관람객 수가 전년 대비 3배 증가하는 기염을 토했다.
재밌는 불교 콘텐츠로 대중과 불교의 접점을 넓혔다는 평가도 있지만 일각에서는 비판과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일례로 뉴진스님이 승복을 입고 클럽 등에서 공연하는 것에 대한 논란이 일기도 했다. 특히 싱가포르 등 해외에서는 ‘불교계 모욕’을 이유로 공연이 취소되는 일도 벌어졌다. 불교 인사들 사이에서는 불교가 부처님의 법이 본질이 아닌 그 피상만 접하게 하는 주객전도의 소비문화로 자리 잡아선 안 된다며 실질적 포교 방안을 고심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오기도 했다.
5. 여성들의 ‘목회의 꿈’, 더 가까워졌다
시대적 변화는 결코 움직이지 않을 것 같던 바위도 움직이게 했다. 국내 대표적인 개신교 보수 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은 교단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에게 강도사 자격을 허용해 교계 안팎으로부터 환영을 받았다.
이는 그동안 예장합동이 여성의 강단 진출을 금지했던 ‘여자는 남자를 가르칠 수 없다(딤전 2:11~12)’ 등과 같은 보수적 성경 해석과 ‘남성은 설교, 여성은 보조’로 구분한 전통적 관점에서 벗어난 진일보한 변화이기 때문이다.
강도사는 설교와 목회 활동을 준비하는 중요한 자격으로 이번 결정으로 여성도 강도사 고시에 응시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또 여성 사역자의 정년과 처우를 남성과 동등하게 맞추기로 결정했다. 헌법 개정이 필요해 실제 시행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지만, 이는 교단 내 성평등과 포용성을 높이는 첫걸음으로 평가된다.
6. 그놈의 이단이 뭐라고... 한국교회 통합 또 무산
이단 시비가 결국 한국교회 통합의 발목을 잡았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신뢰도 회복을 목표로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와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의 기관 통합이 논의돼왔지만 올해 또다시 수포로 돌아갔다.
양측은 한국교회 통합의 필요성에는 공감했으나, 한교총이 제안한 통합 합의문이 한기총의 입장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한기총은 추후 한기총의 입장을 반영한 새로운 연합기관 합의문을 마련해 한교총에 역제안하기로 했으나 그런다고 할지라도 난항이 예상된다.
무엇보다 가장 큰 걸림돌은 이단 규정 논란이다. 한기총과 한교총 내 회원 교단별로 이단 규정 여부가 다르기 때문에 이단 시비가 붙은 회원 교단을 두고 계속 대립해왔다.
실제로 양측 통합추진위원회가 최종합의안까지 도출했으나, 한교총 상임회장단이 이단 시비가 붙은 교단을 한기총이 퇴출 안시켰단 이유로 반대해 결국 통합이 무산된 바 있다. 한기총 내 한 임원은 “한교총이 우리와 통합하려는 의지를 느낄 수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기총과 한교총은 2017년 이후 수년간 통합을 추진했으나 번번이 실패해왔다. 올해 통합 불발은 한국교회의 연합과 화합의 한계를 보여준다. 또 한국교회 통합을 위해선 조건 없는 협상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27일 서울 세종대로 일대에서 ‘한국교회연합 200만 연합예배 및 큰 기도회 조직위원회’ 주최로 동성혼과 차별금지법 제정에 반대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다.ⓒ천지일보 2024.10.27.](https://cdn.newscj.com/news/photo/202412/3217172_3268877_3617.jpg)
7. ‘10.27 한국교회 연합예배’ 동성애 혐오 논란
한국 보수 개신교계가 종교개혁주일인 지난 10월 27일 서울 시청광장을 비롯해 도심 곳곳에서 ‘10.27 한국교회 200만 연합예배 및 큰 기도회’를 야심차게 개최했다.
한국교회의 회복과 부흥을 외쳤지만, 실상은 동성애 반대와 차별금지법 저지를 목적으로 열렸다는 점에서 종교적 순수성에 의문을 두고 교계 내부에서도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목사들의 입에서 쏟아진 노골적인 성소수자 비하 발언은 일반 시민의 눈살까지 찌푸리게 했다.
교계에서는 종교의 이름으로 폭력을 정당화시키며 사회 갈등을 심화시키고 있다며 혐오와 저주의 예배라는 비판이 터져나왔다. “주류 교회들이 모여 자기 세력을 과시하는 자리”라며 권력 지향의 한국교회 부끄러운 민낯을 보여주는 행사라는 지적도 나왔다.
반면 주최 측은 한국교회 연합과 신앙 회복을 위한 정당한 행사라고 반박했다. 도리어 연합예배를 반대하는 자들이 마귀 사탄이라며 날을 세웠다. 연합예배는 주최 측 추산 약 110만명, 경찰 측 추산은 23만여명으로 화력에는 큰 차이를 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