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대중 수출 1330억 달러
대중 수출 3년 연속 둔화세
대미 수출 7년째 최대 실적
“美와 상호보완 교역 늘려야”

[천지일보 부산=정다준 기자] 부산신항만 컨테이너부두에 컨테이너가 쌓여있는 모습. ⓒ천지일보 2024.08.29.
[천지일보 부산=정다준 기자] 부산신항만 컨테이너부두에 컨테이너가 쌓여있는 모습. ⓒ천지일보 2024.08.29.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우리나라의 대중·대미 수출 격차가 2003년 이후 21년 만에 최소치를 기록했다. 지난 21년간 최대 수출 시장 지위를 유지했던 대중 수출은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 갈등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으로 감소한 반면, 대미 수출은 8년 연속 플러스 성장을 이어간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6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대중 수출은 전년 대비 6.6% 늘어난 1330억 2600만 달러다. 주요 10개 지역 중 1위를 차지했다.

대중 수출은 중국의 내수 부진과 중간재 자급률 상승 등으로 점차 줄어들고 있다.

대중 수출은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지 10년 만인 2010년 처음으로 1천억 달러를 넘어선 이후, 2015년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며 2021년 1629억 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후 2022년 1557억 달러, 2023년 1248억 달러, 2024년 1330억 달러로 줄었다.

이 같은 현상은 한중 교역 구조에 변화가 생긴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그간 한국은 부품·소재 등 중간재를 중국으로 수출하고, 중국이 이를 완제품으로 만들어 세계 시장에 내놓으면서 한국도 중국 경제의 성장 과실을 함께 누려왔다.

그러나 최근 중국 내수 부진과 중간재 자립 강화로 인해 한·중 공급망 분업 체계가 흔들리면서 대중 수출은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대중 수출과 반대로 대미 수출은 차츰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대미 수출은 10.45% 증가한 1277억 9100만 달러로 중국에 이어 2위였다.

대미 수출은 지난해까지 7년 연속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으며, 8년 연속 플러스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1위 품목인 자동차와 2위 품목인 일반기계 수출이 호조세를 보이는 가운데, 3위 품목인 반도체 수출도 미국 빅테크 기업의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와 연계해 세 자릿수로 증가한 데 영향을 받았다.

이에 따라 한국의 대중·대미 수출 격차는 52억 3500만 달러로 집계됐다. 2003년(8억 9100만 달러) 이후 가장 좁혀진 것이다.

대중·대미 수출 격차는 대중 수출이 대미 수출을 처음으로 앞선 2003년 8억 9100만 달러였다가 지속적으로 늘어나 2018년 894억 500만 달러로 역대 가장 컸다. 2018년 대중 수출액은 1621억 2500만 달러로, 대미 수출(727억 2천만 달러)의 2배 이상이었다.

이후 대중·대미 수출 격차는 2019년 628억 5900만 달러, 2020년 584억 4900만 달러, 2021년 670억 1100만 달러, 2022년 460억 2300만 달러, 2023년 91억 2200만 달러로 급격히 줄어들었다.

대중 수출은 줄어들고, 대미 수출은 늘어난 결과다. 지난해 월별 대중·대미 수출액 기록도 100억 달러 안팎의 차이를 보이며 향후 대중·대미 수출 격차가 빠르게 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장상식 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큰 소비시장을 갖춘 미국은 소비재와 인프라 투자 증가에서 기인한 IT·기계류·석유화학 등으로 수출 품목이 다변화돼 있다”며 “미국 현지 투자까지 늘면서 관련 중간재 수출이 늘어나 보다 안정적인 수출 구조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장 원장은 “향후 미중 갈등과 중국의 자립도 강화 움직임을 고려하면 대중 수출 증가세를 이어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한미 동맹을 바탕으로 첨단산업 분업 체계와 공급망 강화를 통해 트럼프 행정부 2기에도 미국과 상호보완적인 교역을 늘려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제보하기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