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한주간 24.5원↑
외환당국 무제한 유동성 공급
IB들, 투자의견·성장률 전망↓
국내증시 하방압력 강해질 듯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국민의힘 김상욱 의원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8회 국회(정기회) 본회의에서 상정된 윤석열 대통령탄핵소추안의 기표를 마치고 투표함으로 이동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4.12.07.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국민의힘 김상욱 의원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8회 국회(정기회) 본회의에서 상정된 윤석열 대통령탄핵소추안의 기표를 마치고 투표함으로 이동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4.12.07.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12.3 비상계엄 사태’로 인해 우리나라 경제가 어두운 터널에 갇히게 됐다. 특히 여담의 투표 불참으로 탄핵안 가결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경제 측면에선 불확실성이라는 악재가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탄핵 정국 여파 등으로 우리나라 원화 가치는 주요국 통화 중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고, 이에 따라 원/달러 환율이 유례없는 고점으로 치솟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수출 둔화 등으로 전망이 암울한 한국 경제가 비상계엄 사태로 정치적 불확실성이란 추가 리스크를 안게 됐다고 분석하고 있다.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주간거래 종가 기준 지난 한 주간 24.5원 급증했다. 지난주 상승 폭은 지난 1월 15~19일 25.5원 이후 11개월 만에 가장 컸다.

이 같은 상승 폭은 비상계엄 사태 영향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계엄군이 국회에 투입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원/달러 환율은 야간거래에서 급등, 4일 오전 0시 26분 1446.5원에 거래되는 등 지난 2009년 3월 15일(1488.0원) 이후 15년 8개월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야간 거래를 포함한 환율 변동 폭만 따졌을 때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제 충격과 단기자금시장 경색 여파로 달러가 급격한 강세를 나타냈던 지난 2020년 3월 19일(49.9원) 이후 4년 8개월여 만에 최대였다.

유로화(+0.03%), 엔화(+0.10%), 파운드화(+0.26%), 대만달러(+0.51%) 등은 달러 대비 강세를 보였던 것과 상반된다.

이에 외환당국은 무제한 유동성 공급 등을 통해 시장 안정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시장 개입 여부가 공식 확인되지 않았으나 지난 3일 등에 환율이 급등할 때는 적극 방어에 나선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6일의 경우 환율이 갑자기 1429.2원까지 치솟았다가 당국 추정 물량이 나오자 상승 폭이 줄었다.

금융·외환당국은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에 따른 시장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며 해외 투자자들의 우려를 진화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5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비상계엄 조치가 헌법과 법률에 따라 신속히 해제됐기 때문에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제한적이었다고 생각한다”며 “경기침체 진입 우려는 너무 과도하다”고 평가했다.

최 부총리는 또 “시장이 잘 작동하고 있고 그 결과로 시장 안정성을 찾아가고 있다”며 “앞으로 만약에 불확실성이 커지더라도 시장과 관련된 지침이 작동을 하고 그에 잘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부총리는 “단기적으로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한국은행과 금융당국이 공동으로 시장에 유동성을 제한없이 공급할 예정”이라며 “과거 사례를 봤을 때 외국인 투자자들은 경제 외적인 요소보다는 한국경제의 펀더멘털(기초여건)에 따라 투자심리에 영향을 받는 만큼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지난 6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계엄령 시도에 따른 국내 정치적 혼란으로 한국 경제와 금융 시장의 중요한 구조적 개혁이 지연될 것”이라면서도 “중국과의 경쟁 심화 및 차기 트럼프 정부가 부과할 것으로 예상되는 막대한 관세와 비교하면 이번 사태의 경제적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이 총재는 앞서 지난 5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도 “계엄 사태가 부정적 뉴스이기 때문에 환율이 1410원대로 약간 오른 상태”라면서도 “이후 새 쇼크(충격)가 없다면 천천히 다시 내려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당국의 해명에도 글로벌 IB들은 내년 전망에서 한국 주식에 대한 투자의견과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는 한편, 아예 한국 주식 매도 시기를 앞당겨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5일 보고서를 통해 “수출 둔화와 D램 가격 하락이 이어지며 한국 기업의 실적 하향 사이클이 지속될 수 있다”며 “경제 정책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펀더멘털(기초여건)은 당분간 개선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골드만삭스는 “2025년 한국 경제는 글로벌 경기 순환에 따라 다른 지역보다 강달러와 높은 장기 금리, 관세 불확실성 등의 역풍에 더 많이 노출돼 있다”며 “거시경제 환경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성장세가 둔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골드만삭스는 또 “전반적인 밸류에이션(가치평가)이 매력적인 수준까지 떨어졌지만, 재평가를 위한 명확한 계기가 없는 한 낮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며 “한국 기업의 실적 하방 리스크와 국내외 정책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단기적으로 변동성 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평가했다.

모건스탠리는 내년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0%에서 1.7%로 하향 조정하는 한편 한국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 의견을 ‘중립’에서 ‘비중 축소(매도)’로 낮췄다.

모건스탠리는 “계엄 사태에도 수출 약세와 소비 회복 지연에 대한 기본 전망은 변함이 없다”며 “불확실한 정책 환경을 고려할 때, 탄핵 가능성과 대통령 교체가 경제 전망에 대한 가계와 투자자들의 우려를 증폭시킬 수 있기 때문에 내수·투자 활동의 하방 리스크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글로벌 IB에서 연일 부정적인 견해가 나오면서 국내 증시 반등은 한동안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지난 7일 국회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이 무산되면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초래한 금융시장 혼란이 연장돼 증시에 가해지는 하방 압력이 더욱 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계엄 사태 이후 빠른 수습 국면 전환에 금융시장 충격이 예상만큼 크지는 않았으나, 혼란이 장기화할 경우 주요 정책의 지속성 및 신뢰도 문제가 더욱 불거질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특히 한국 민주주의 회복력에 대한 신뢰감으로 증시 충격이 제한적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탄핵안 처리 과정에서 드러난 여야의 극한 대립이 외국인 투자자의 이탈을 더욱 부추길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난 6일 코스피는 전주보다 27.75포인트(1.13%) 내린 2428.16으로 마감했다.

빠른 계엄령 해제와 무제한 유동성 공급으로 인해 코스피 낙폭은 4일 1.44%, 5일 0.90%, 6일 0.56%로 점차 줄었다. 외국인도 지난 한 주(2~6일)간 5740억원 순매도하는 데 그쳐 제한된 모습을 보였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기점(4~6일)으로 봤을 때 외국인은 1조 86억원을 순매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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