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연쇄범 가족 호화생활”
전과 39범인데 징역 3년 살아
낮은 형량에 재범 지속 이유로
언론·정계 관련 비호세력 의심
최근 동종 범죄에 5천억 피해

기획부동산 대부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지난 2006년 부동산 사기로 구속된 당시 보도 화면. (캡처: MBC)  ⓒ천지일보 2024.10.24.
기획부동산 대부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지난 2006년 부동산 사기로 구속된 당시 보도 화면. (캡처: MBC) ⓒ천지일보 2024.10.24.

[천지일보=홍보영 기자] “정말 궁금한 게 (케이삼흥 김현재가) 전과 39범이 되기 전에 왜 단 한 번도 전과 10범이다, 20범이다, 30범이다 단계별로 단 하나의 뉴스 기사나 글도 없었을까요? 사기 전과가 22범이나 되는 사실을 알려주는 기사가 단 한 개라도 존재했다면 그의 딸이 포르쉐를 탈 수 있었을까요?”

전과 39범, 이 중 사기 전과만 22범인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수천억원대 폰지사기 혐의로 구속 기소된 가운데, 연쇄범으로 높은 형량을 받아 사회에 알려지고 완전히 격리됐거나 은닉 자금을 모두 몰수했더라면 김 회장 당사자뿐 아니라 그의 가족이 호화로운 생활을 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피해자의 원망 섞인 하소연이다.

‘원조 기획 부동산업자’ 김 회장이 5천억원대 사기 혐의로 또다시 구속됐다. 이번 사건의 충격이 큰 이유는 그가 약 20년 전 동일한 사기 수법으로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했던 전과 39범이라는 점에서 더욱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김 회장은 여전히 법의 테두리 안에서 자유롭게 범행을 저지르며 피해자를 양산해왔으며, 그의 이번 행각에는 정·언론계와의 유착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번 사건은 솜방망이 처벌이 얼마나 심각한 후폭풍을 가져올 수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토지 보상 사업 빙자한 5천억원대 사기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정현 부장검사)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유사수신행위규제법 위반, 방문판매법 위반 혐의로 김 회장과 임직원 등 3명을 구속 기소하고, 주요 영업책 1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경찰이 송치한 나머지 영업책 18명에 대해서는 아직 수사가 진행 중이다.

김 회장 일당은 2021년 9월부터 올해 4월까지 부동산 투자를 명목으로 고수익을 보장하며 투자자를 모집했지만, 이는 전형적인 ‘폰지 사기’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정부가 개발할 예정이라는 토지를 미리 매입해 큰 수익을 낸다며 원금 보장에 최소 월 약 2% 배당금을 약속하고 지급했지만, 실상은 매입한 토지가 22곳에 불과했고 이마저도 보상일과 보상금액을 알 수 없는 땅인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올해 3월부터 배당금이 끊기고 투자금 반환이 중단되면서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다. 경찰 조사 결과 피해자 중 50억원 이상을 투자한 고액 투자자도 8명에 달하며, 특히 1인당 많게는 피해액이 83억원에 달했다.

김 회장이 사용한 사기 수법은 20여년 전 기획부동산 범행 당시와 동일했다.

2000년대 초반 그는 개발 불가능한 토지를 개발 가능한 것처럼 속여 110여명으로부터 210억원대 토지판매 사기와 법인세 88억원 탈루, 회삿돈 245억여원을 빼돌린 혐의로 실형을 받았다.

그가 기획부동산 사기로 2007년 항소심에서 6개월 감형된 징역 3년에 벌금 81억원을 선고받고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되기 전까지 무혐의 처리되기 일쑤였는데, 이때 만약 강한 처벌을 받았다면 오늘날에 이르러 이렇게 막대한 피해를 보지 않았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그는 1986년부터 2011년까지 동종 전과로 7번이나 기소됐지만 매번 벌금 30만~700만원을 선고 받는데 그쳤다.

지난해 11월 전남 영암군 향교에 세워진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의 공적을 기리는 공적비와 축하 기념비. 아래 사진은 기념비가 철거된 모습. ⓒ천지일보 2024.06.24.
지난해 11월 전남 영암군 향교에 세워진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의 공적을 기리는 공적비와 축하 기념비. 아래 사진은 기념비가 철거된 모습. ⓒ천지일보 2024.06.24.

◆정·언계와의 밀착 관계… 의심되는 비호 세력의 존재

경찰은 이번 사건에 유명 정치인이 연루되거나 로비가 있었던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피해자들은 여전히 관련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김 회장의 사기 행각이 오랜 기간 이어질 수 있었던 배경으로는 정계와 언론계에 걸친 광범위한 인맥이 자리하고 있다는 점을 꼽는다. 지난해 그의 자선 사업을 기리는 공적비가 세워지면서 정치계와 법조계, 언론계의 유력 인사들이 후원금과 이름을 올린 사실이 밝혀졌다. 공적비에는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 법조계의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과 신승남 전 검찰총장 등 고위 인사들의 이름이 기록돼 있었다.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 꼽히는 열린우리당 의원들과도 깊은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노 전 대통령에게 국민훈장 모란장을 수여받은 모습이 담긴 사진. (제공: 제보자) ⓒ천지일보 2024.11.22.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 꼽히는 열린우리당 의원들과도 깊은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노 전 대통령에게 국민훈장 모란장을 수여받은 모습이 담긴 사진. (제공: 제보자) ⓒ천지일보 2024.11.22.

김 회장은 또한 과거 민주당 주요 인사들과 친분을 쌓으며 언론사 인수와 정치적 후원 등을 통해 정계와 언론계에 막강한 인맥을 형성해왔다. 이러한 네트워크는 그가 사법 처벌을 피해가고, 이후에도 대규모 사기 사건을 저지를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정·언론계와의 유착 의혹이 지속되는 가운데, 피해자들은 “케이삼흥은 ‘언론과 정치가 얽히면 사기도 사기로 보지 않는다’는 모토 아래 움직인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경찰 수사 및 추가 조치… 솜방망이 처벌, 여전히 문제

경찰은 전국 각지에서 접수된 사건을 병합해 수사에 착수했고, 김 회장의 자택과 케이삼흥 본사를 포함한 10여개 지점을 압수수색했다. 그 결과 경찰은 범죄 수익금 약 142억원 상당을 기소 전에 몰수하는 조치를 취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을 통해 유사수신 행위와 불법 다단계 금융 사기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지만, 김 회장의 약 20년간 이어진 반복 범행을 통해 보았듯이 법적 처벌의 강도를 높이지 않으면 실질적인 예방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케이삼흥 사건의 사례는 사회적 안전망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여실히 드러내며, 현행법이 재범을 막기에 충분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케이삼흥과 같은 대규모 사기범에게 솜방망이 처벌이 반복될 경우 또다시 수많은 피해자들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전과 39범에 이르는 그가 이번 사기극을 통해 2200여명의 피해자를 만들어낸 것처럼, 더 강력한 형량과 제도적 개혁이 없다면 ‘제2의 김현재’가 또다시 범죄의 중심에 설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피해자들은 김 회장과 같은 범죄자가 다시는 피해를 양산하지 않도록 법적 장치가 강화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범죄자에게 실질적인 억지력을 발휘할 수 있는 형량 제도의 개편이 시급히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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