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출금 막혀 5281억 피해
경찰 몰수보전액 전체 2.7%
“올 초부터 원금 자동 연기
월 7% 특판해 돈 끌어모아”

[천지일보=홍보영 기자] ‘원조 기획부동산업자’이자 전과 39범, 이 중 사기 전과만 22범인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수천억원대 폰지사기 혐의로 구속 기소된 가운데 전관 변호사를 선임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이 몰수 보전한 금액이 전체 범죄 수익의 약 2.7%에 불과한데 반해 변호사 선임 비용이 수십억원대로 추정되면서 은닉 자금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정현 부장검사)는 지난 11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유사수신행위규제법 위반, 방문판매법 위반 혐의로 김 회장과 임직원 등 3명을 구속 기소하고, 주요 영업책 1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경찰이 송치한 나머지 영업책 18명에 대해서는 아직 수사가 진행 중이다.
김 회장 일당은 원금 보장과 고수익을 약속하고 정부가 개발할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이 확정되면 이익을 얻는다고 투자자들을 속여 수천억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법원 사건 조회 결과 김 회장과 그의 처제이자 케이삼흥 부대표인 봉모씨가 선임한 법무법인은 A법인이다. A법인에서 이번 사건을 맡는 변호사는 총 7명으로, 이 가운데 김모 변호사는 전 서울고법 부장, 국모 변호사는 전 수원지검 형사4부 부장을 각각 역임했다. 금융피해자연대 고문인 이민석 변호사는 “서울고법 부장판사의 경우 차관급”이라며 “착수금이 10억원이 넘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1조원대 폰지사기 혐의로 구속 기소된 휴스템코리아의 경우 검사장 출신 이종근 변호사에게 22억원의 수임료를 지급한 바 있어 논란이 일었다.
이처럼 형량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수십억원을 들여 전관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범죄 수익에서 상당한 자금을 은닉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경찰 조사 결과 김 회장 일당은 2021년 9월부터 올해 4월까지 피해자 2209명으로부터 5281억원을 가로챈 것으로 확인됐는데, 이 중 몰수 보전한 금액은 142억원(2.69%)에 해당한다. 이마저도 대부분이 케이삼흥이 보유한 필지 21곳과 김 회장 소유의 부동산 1곳에 대한 금액이다.
경찰은 “파악된 범죄 금액 5000억원 중 80%가량은 기존 투자자들의 원금과 수익금으로 지급됐다”고 밝혔지만, 피해자들은 상당한 금액이 은닉됐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그 이유로는 올해 초부터 회사 측에서 원금을 반환해달라는 신청에도 자동 연기로 미뤄왔다는 점, 지급 정지를 알린 3월과 그 다음 달에도 투자자를 유치한 점을 꼽는다. 나아가 원금 반환도 제대로 되지 않은 상황에서 특판으로 7% 이상의 배당금을 주겠다고 내걸어 끝까지 탈탈 털어갔다는 게 피해자들의 호소다.
처음부터 가능성이 없는 원금 보장에 최소 월 2%(연 24%)가량의 배당금을 무조건 지급한다는 보상 계획으로 투자자들을 기망한 점을 미뤄보아, 마지막 출금이 막히기 전까지 최대한 범죄 수익을 끌어올리고 은닉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아울러 지난 3월 원금 및 배당금 미반환 사태가 발생한 이후 2개월이 지난 5월 14일에 압수수색이 이뤄졌고, 지난 10월 17일 구속됐기에 은닉할 시간이 짧지 않았다는 점도 유효하다는 지적이다.
피해자들은 경찰 조사 결과에도 신뢰성이 떨어진다고 호소하고 있다. 경찰이 파악한 피해자 중 50억원 이상의 고액 투자자는 총 8명으로, 이 중에는 83억원을 피해를 본 60대 여성도 포함돼 있다고 발표했는데, 직원들 사이에서 고액 투자자들을 모를 리 없다는 설명이다. 한 피해자는 “50억원 이상 되는 고객은 저희 직원들이 알기에는 딱 한 명”이라며 “80몇억원이나 투자한 고객은 듣도 보도 못했다. 처음부터 사기치려고 그냥 가짜 고객을 만들어 놓은 게 아닌가라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경찰이 공시지가로 계산한 22곳의 부동산 금액을 포함한 몰수 보전한 금액에 대해서도 “회사에서 약 28억원인가 주고 산 신림동 부지의 경우 법원 감정평가서를 봤을 때 65억원이었다”며 “또 용인에 있는 땅도 지금 한창 개발되고 있고, 시내 상가 지역으로 값어치가 상당했을 텐데 그런 것들을 다 합해서 100여억원밖에 안 된다는 게 너무 의심스럽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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