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용품에 ‘케이삼흥’ 상표 그대로 언론 노출돼
소속사 측 “계약 기간 남아 제외 어려워” 해명
피해자들 “미국서 사기꾼회사 홍보” 분노 표출

[천지일보=홍보영 기자] LPGA FM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유해란이 난처한 입장에 처했다. 이번 대회에서 후원받은 업체 중 한 곳이 수천억대 폰지사기(불법다단계·유사수신) 혐의를 받는 ‘케이삼흥’인데, 계약 기간이 남아 유해란의 착용품에 업체 상표가 노출돼 논란이 일면서다.
유해란은 지난 2일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FM 챔피언십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9개와 보기 1개로 8언더파를 쳐, 최종 합계 15언더파를 기록해 고진영과 함께 동타를 이룬 뒤 연장 승부 끝에 우승을 차지했다. 그런데 이번 대회에서 그가 착용한 골프 캡에 새겨진 로고가 지난 3월 원금 및 배당금 미반환 사태를 일으켜 추정 피해액 3천억원을 낳은 ‘케이삼흥’의 것으로 확인됐다.
유해란이 쓴 골프 캡 상단에는 그의 소속팀인 ‘DAOL 다올금융그룹’이 적혔고, 창 오른쪽 끝부분에는 케이삼흥 로고인 삼각형과 ‘K.삼흥’이 새겨졌다.
유해란 소속사인 세마스포츠 관계자는 케이삼흥 후원 광고와 관련해 “올해 초 2년으로 재계약했다”면서 “이 일이 터지고 그쪽(케이삼흥)에 문의해 보니 (사기 행각) 사실 여부에 대해 나와 있지 않다고 했다. 저희 변호사 측에 상의해 보니 계약상에 나와 있는 로고를 제외시키는 것은 ‘저희 권리가 아직은 아니다’라는 의견을 주셨다”고 난감한 입장을 전했다.
무죄 추정 원칙으로 재판도 열리지 않은 상황에서 케이삼흥 측에 연락해 공식적인 문서를 받으려고 했으나, 담당자도 모두 퇴사해 단기간에 일 처리가 어렵게 됐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어 “선수도 좋지 않은 이미지로 피해를 본 상황”이라면서도 피해자들에 대해 “굉장히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케이삼흥 피해자들은 유해란이 착용한 골프 캡에 적힌 케이삼흥 로고 모습에 아직 후원을 받고 있는 것인지에 대해 의구심을 품었으며, 분노를 표출했다. 피해자 단톡방에서는 “뉴스에서 이 모자를 쓰고 인터뷰하는 거 보니까 정말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입니다” “미국에서 사기꾼 회사 홍보를 했네요” “길거리 지나가다 삼각형만 봐도 치가 떨린다” 등의 반응이 나왔다.

앞서 유해란은 출금이 막히기 전 케이삼흥 본사에 방문하기도 했으며, 지난해 10월 LPGA 대회 1차 우승 때 기념품을 모든 케이삼흥 직원에게 나눠주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들은 케이삼흥이 스포츠 선수 후원과 연예인들의 홍보, 지상파·케이블 방송 TV·라디오 광고를 통해 회사에 대한 신뢰감을 높여 피해가 커졌다고 입을 모은다.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은 기획 부동산 사업을 국내 최초로 들인 원조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는 2003년 기획 부동산 사기로 210억원을 가로채고, 회삿돈 수백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지난 2006년 징역 3년을 선고받아 복역한 바 있다.
감옥에서 나온 김 회장은 2021년 자본금 100만원으로 케이삼흥을 설립했다. 케이삼흥은 정부가 개발할 토지를 매입한 뒤 수익을 창출한다면서 원금 보장과 월 최소 2%가량의 배당금을 지급하겠다 약속하고 투자자들을 모집했다. 하지만 실상은 부동산 십여개만 매입했을 뿐 수천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 유사수신 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 김 회장 등 일당을 수사 중이다. 지난 5월에는 김 회장의 집과 케이삼흥 본사를 포함한 사무실 5곳 등을 압수수색했다.
한편 또 다른 1조원대 폰지사기 혐의로 최근 1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 받은 이상은 휴스템코리아 회장은 지난해 KLPGA 대회를 개최하고 공로상을 수상하면서 피해자들의 원성이 높아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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