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 논란 장본인들 포진
하나님‧성경 앞세워 혐오 선동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수도권기독교총연합회(수기총)가 신천지예수교회가 주관하는 임진각 평화누리 대관을 취소하도록 방해 시위를 한 바로 다음날 경기관광공사가 대관을 취소했다. 수기총은 즉각 환영 성명을 냈다. 수기총의 행태와 결과는 같은 국민인 신천지를 이단이라 주장하는 개신교 단체의 압박에 공공기관이 굴복한 종교편향적 행정조치라는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신천지 수료식을 적극 저지하고 나선 수기총은 어떤 곳일까.
◆기득권 지키는 ‘그들만의 방식’
신천지예수교회는 11만 수료식을 위해 29일~31일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을 대관해 행사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하지만 대관을 승인했던 경기관광공사는 수기총이 28일 반대시위를 연 바로 다음날인 29일 신천지 측과 아무런 협의도 없이 급작스럽게 대관 취소 결정을 내렸다.
수기총은 대관 취소 요구의 명분 중 하나로 코로나19 유행상황 속에서 신천지예수교회가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심각하게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일상 생활하라”던 말을 믿고 예배드린 탓에 심각한 피해를 입은 대한민국 국민을 ‘역병의 가해자’로 뒤집어씌우는 이들의 주장은 소위 ‘마녀사냥’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신천지예수교회는 코로나19와 관련해 이미 ‘방역방해 무혐의’ 판결을 받았다.
또 수기총은 북한에서 남북 연결도로 일부 구간을 폭파하는 등 현재 남북 간의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한 가운데 북한과의 초 접경지역인 파주시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에서 3만명이 넘는 집회가 열린다는 사실에 더욱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며 대관 취소를 요청했다. 하지만 수기총에 한국교회 보수 성향의 인사들이 다수 포진한다는 측면에서 그 진의에 물음표가 생긴다. 그간 대북 관계에 문제가 됐던 대북 전단지 살포나 김포 애기봉 성탄트리 점등에 대해 한국교회 보수 우파가 보여줬던 태도 때문이다.
수기총의 주요 인사들은 대부분 한국 보수 개신교 진영의 핵심 인물들로, 이들은 한국교회총연합이나 한기총과 같은 보수 단체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한국교회총연합 A 목사, B 목사 등의 수기총 지도부는 한국교회 보수 성향의 인사로 분류된다. 한국교회 보수 교회와 인사들은 대북 전단 살포나 김포 애기봉 성탄 트리 점등과 같은 정치적 행위를 지지하며, 이념적 결속을 강화해왔다.
이들의 행동은 보수 우파 개신교가 남북 문제, 특히 대북 정책에까지 영향을 미치고자 하는 의도를 반영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수기총 전문위원, ‘가짜뉴스 논란’ 주요 장본인들
수기총의 전문위원 중에는 ‘가짜뉴스 공장’으로 비판 받는 에스더기도운동본부의 C 교수와 반동성애 활동가인 D 교수 등이 있다.
에스더기도운동본부는 동성애 혐오 및 차별금지법 반대 논리로 가짜뉴스를 퍼뜨려 사회적 논란을 일으켰고, 이로 인해 법적 소송까지 휘말렸다. 2018년 9월 27일부터 한 달여간 한겨레 탐사팀은 “‘가짜뉴스’의 뿌리를 찾아서”라는 주제로 에스더기도운동본부 중심의 반동성애 단체와 인사들이 사실과 다른 내용을 담은 허위 정보를 퍼뜨리는 과정을 추적했다. 한겨레는 해당 보도에서 가짜뉴스가 유통되는 유튜브 채널 100여개, 카카오톡 채팅방 50여개를 전수조사하고 연결망 분석 기법 등을 이용해 에스더기도운동본부를 ‘가짜뉴스 유통 공장’이라고 결론 냈다. 이에 반발해 에스더기도운동본부는 형사고소와 함께 민사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했다. 검찰은 불기소 처분을 내렸고, 에스더기도운동본부는 이에 항고했지만 결과는 같았다. 민사 손배소도 3년여에 걸친 소송전 끝에 결국 패소했다.
재판부는 판결에서 “핵심은 ‘내용의 진실성 여부, 즉 정보에 포함된 사실이 실재하는가’, ‘정보의 전달과정에 어떠한 의도가 있는가’인데,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유튜브채널에 올라온 동영상에서 원고가 허위조작정보 또는 오정보를 전달하고, 결국 동일한 취지의 콘텐츠가 계속 올라오는 특정 유튜브채널을 통해 이러한 허위조작정보 또는 오정보가 전파되는 것을 원고가 가짜뉴스를 전파한 것이라고 표현한 것은 진실에 부합하다”고 설명했다.
또 D 교수도 개신교 보수 언론인 뉴스앤조이가 ‘가짜뉴스 유포자’로 D 교수를 지목한 데 대해 손배소를 진행했다가 C 교수와 마찬가지로 패소했다. 이들을 간판 전문위원으로 내걸었다는 점에서 수기총은 극우적 성향을 더욱 부각시켰고, 혐오와 차별을 조장하는 방식으로 그들의 영향력을 확대하고자 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 수기총, 성경 앞세워 증오‧혐오 선동
이들을 통해 수기총이 원하는 목적이 뭘까. 수기총의 공식 웹사이트와 설립 취지를 보면, 그들의 궁극적 목표는 ‘성경적 가치 수호와 수도권 복음화’이다. 더 구체적으로 이를 위해 이들은 ▲수도권 내 기독교 지역 연합 사업 ▲수도권 교회‧국가‧사회의 공동 관심사에 대한 대응 및 연구 사업 ▲신앙의 자유, 양심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차별금지법(평등법) 등 성경적 가치관에 반하는 악법 반대 활동 및 성경적이고 건전한 입법 지원 사업 ▲선교사업, 교육사업 또는 이에 상응하는 제반 사업 ▲타 지역 기독교단체, 시민단체, 사회단체 등과 협력‧연대 사업 등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는 대한민국 국민들의 다양성과 권익을 존중하기보다는 한국교회의 이익을 지키고, 이를 위해 차별금지법 등 진보적 법안에 반대하는 보수 성향의 법안들을 추진하고자 함을 의미한다. 수기총이 특정 종교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만들어진 성향이 분명한 종교집단이라는 의미다.
이번 임진각 평화누리 대관 방해 사건을 통해 수기총은 한국교회의 입장과 권익을 대변하며, 타 종교 및 다원적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모습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
이는 단순한 신념 표명 이상으로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고 사회적 다양성을 저해하는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어 우려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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