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전 부산 부산진구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전기차 화재 상황을 가정한 소방 대응 합동 훈련이 진행되고 있다. 주차장 외부로 견인된 차량 주위로는 이동식침수조가 설치됐고, 부산소방은 호스를 이용해 물을 채우고 있다. 2024.08.27.(출처: 뉴시스)
27일 오전 부산 부산진구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전기차 화재 상황을 가정한 소방 대응 합동 훈련이 진행되고 있다. 주차장 외부로 견인된 차량 주위로는 이동식침수조가 설치됐고, 부산소방은 호스를 이용해 물을 채우고 있다. 2024.08.27.(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정다준 기자] ‘전기차 포비아(공포증)’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최근 전기차에 대한 불안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지난 1일 인천 청라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벤츠 전기차 화재로 대규모 피해가 발생하는 등 전기차 사고가 잇따르면서다.

전기차 화재는 전기차 보급과 함께 이전에도 있었지만, 이번 인천 화재는 차량 40여대가 화재로 소실되고 100여대가 그을음 등 손상이 발생한 데에 그치지 않고 아파트 전체까지 피해가 발생하면서 주목됐다. 일부 곳곳에서는 전기차를 지하주차장에 못 들어가게 하거나, 전기차를 테러하는 등 거부감도 보이고 있다.

전기차 화재는 내연기관차 대비 화재 진압이 어려운 부분이 있다. 전기차는 기존 내연기관 차량과 달리 화재가 발생하면 배터리 온도가 1000도 이상 급상승하는 ‘열 폭주’ 현상을 보인다. 전기차에 탑재된 배터리는 보호 팩으로 덮여 있어 일반적인 소화 약제로는 진압이 어렵고 화재 진압까지 짧게는 1시간, 길게는 8시간의 시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전기차 화재를 진압하기 위한 소방인력이 많이 필요하며, 화재 발생 시 피해액도 많은 실정이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지난 5년간 화재, 폭발에 의한 전기차 자기차량손해담보(자차담보) 사고 건수는 53건, 전기차 1만대당 화재·폭발 사고 건수는 0.93대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비전기차 화재·폭발 사고 건수는 6256대로 1만대당 0.90대를 기록해 전기차보다 적었다. 특히 사고 발생 시 전기차의 평균 손해액은 1314만원으로 비전기차의 693만원에 비해 1.9배에 달하는 등 화재 사고로 인한 피해 규모도 컸다.

업계에서는 자동차에 전기 배터리를 탑재하면서 화재 우려가 계속 있었던 만큼 전동화 전환에 따라 터질 게 터졌다는 분위기다. 이에 업계는 확산된 전기차 포비아를 불식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인천 화재가 발생한 이후 전기차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발생하자 각 완성차업체들은 전기차에 들어간 배터리의 제조사를 공개하며 대응에 나섰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대중화를 목표하는 만큼 전기차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에 대한 설명회를 열거나 페달 오작동 방지 기술을 선보이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에 나섰다.

전기차 배터리 관리 행사에서 김영원 현대자동차 배터리개발센터 실장은 “화재 때문에 휴대전화가 다시 유선전화로 돌아가지 않았고 전동화나 전기차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며 “이러한 성장통을 잘 겪어내야지만 그리고 그걸 빠르게 극복해야지만 전동화에서 경쟁력을 갖고 1등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앞서 배터리 문제로 코나EV를 리콜한 바 있다. 그렇기에 김영원 실장의 ‘전동화 전환에 있어 전기차 배터리 화재 문제는 거쳐야 할 성장통’이라는 말은 설득력 있어 보인다. 다만 그 피해를 감당해야 하는 건 소비자 몫이기 때문에 더욱 안전에 신경 써야 한다. 이번 화재를 타산지석 삼아 완성차 업체들의 전동화 전환이 안전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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