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티몬·위메프 미정산 사태에 대한 현안질의에서 구영배 큐텐 대표 관련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4.07.30.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티몬·위메프 미정산 사태에 대한 현안질의에서 구영배 큐텐 대표 관련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4.07.30.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머지포인트 사태부터 금융감독원이 보여줬던 해이한 모습으로 티몬·위메프 피해가 양산됐다.” “이번 사태는 기업 탐욕과 정부 무사안일의 합작품이다.”

7월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티몬·위메프 미정산 및 환불 지연 사태 관련 긴급 현안질의’에서 나온 발언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 같은 지적에 “티몬·위메프에 미상환·미정산 금액이나 신규 유입자금에 대한 별도 관리를 앞서 요청했지만 이들이 별도 관리를 이행하지 않아 이번 사태가 빚어졌다”고 해명했다. 또 “규제 체계상 여러 어려움이 있었다”면서도 “몇 가지 조치를 했으나 부족해 송구스럽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같이 티몬·위메프 판매자 대금 미정산 및 상품 환불 중단 사태와 관련해 금융권 안팎에서 금융당국의 감독 소홀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앞서 3년 전인 2021년 머지포인트 환불 대란 사태가 발생했을 당시 금감원의 감독 소홀 문제가 대두됐던 만큼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머지포인트는 평균 시세보다 약 20%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모바일 상품권 시장에서 약 1년 만에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그러나 2년이 넘는 영업 기간 동안 전자금융업자 등록 없이 사업을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법 위반 사실이 보도되자 머지포인트의 운영사 머지플러스가 머지머니 판매를 중단하고 사용처를 축소했고 구매자들이 대거 환불을 요구하는 이른바 ‘머지런(머지플러스+뱅크런) 사태’를 불러일으켰다.

머지포인트 사태가 터졌을 당시 신규 플랫폼 사업의 규제 사각지대 문제도 대두됐다. 머지플러스는 2년 넘게 사업을 하면서 가입자가 100만명에 이를 정도로 덩치를 키웠지만, 전자금융사업자 등록을 안 한 사실을 이용자 모두가 인지하지 못했고, 금감원 역시 미등록됐다는 이유로 감독을 소홀히 했기 때문이다.

당시 금융당국은 “머지 플러스가 등록 업체가 아니어서 감독할 법적 권한이 없으며 미등록 업체들까지 모두 감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수수방관하는 모습까지도 보였으나, 사태가 커지자 “등록된 선불업자에 대해 이용자 자금 보호 가이드라인의 준수 실태를 재점검하고, 등록되지 않은 사례가 있는지도 조사하겠다”며 말을 바꿔 여론의 질책을 받았다.

이번 티몬·위메프 사태에서 금감원 역시 뭇매를 피하지 못했다.

전자금융감독규정 63조에 따라 티몬·위메프는 자기자본이 항상 0을 초과해야 한다. 티몬·위메프는 2022년부터 자본 잠식으로 해당 규정을 지키지 못했고, 금감원은 같은 해 6월 경영개선협약(MOU)을 체결했다. 체결 이후인 올해 3월 티몬의 자기자본은 –8300억원, 미상환 잔액 비율도 30만%를 기록했다.

이 같은 자본 잠식 상태의 티몬은 지난 6월부터 도서문화상품권, 컬쳐랜드·해피머니 상품권, 티몬 캐시 등을 최대 10% 할인해 판매하는 등 무리한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이로 인해 일각에선 티몬의 모회사 큐텐이 미국 ‘위시’ 인수를 앞두고 현금 끌어모으기를 지시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자본 잠식이 지속되고 무리한 프로모션이 진행되고 있음에도 금감원은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고, 7월 8일 결국 티몬·위메프 대금 미정산 사태가 발생하고 말았다. 이에 대해 이복현 원장은 “몇 가지 조치를 했지만 부족해 송구스럽다”면서도 “규제 체계상 어려움이 있었다”고 책임 회피성 발언을 했다.

전자금융업자로 등록하지 않아 사각지대가 됐던 머지포인트, 등록했음에도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던 티몬·위메프, 두 사태 모두 금감원의 감독 소홀로 일이 커졌다. 책임이 있는 만큼 규제 체계를 언급하면서 책임을 회피하기보단 관리·감독체계가 잘 작동할 수 있도록 살펴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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