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지일보 대구=송해인 기자] 대구·경북 통합 논의가 결국 백지화됐다. 당연한 결과다. 27일 나온 결과는 이미 예견된 결말이었다. 처음부터 지역민의 의사는 철저히 배제된 채 정치적 목적에만 초점을 맞춘 논의였다.
대구·경북 통합 논의는 홍준표 대구시장이 먼저 꺼냈다. 통합 논의는 대구와 경북이 하나의 지역으로 합쳐져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이 기대감은 곧 실망으로 변했다. 도민과 시민의 의견을 묻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진행된 통합 논의는 결국 신뢰를 얻지 못했다.
홍준표 시장은 왜 이런 제안을 했을까? 표면적으로는 대구와 경북의 경제적, 사회적 발전을 위해서라고 했지만, 그 이면에는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대구·경북의 통합은 홍준표 시장에게 차기 대선에서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는 수단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신중하게 접근했어야 할 문제를, 오히려 성급하게 밀어붙인 것 아닌가 싶다.
홍준표 시장이 제안했던 대구·경북 통합의 내용은 행정적 통합을 중심으로 했다. 시군구를 축소하고, 행정 절차를 단순화해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경북 지역의 반발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경북 도민들은 시군구 축소에 대해 강한 반대 의사를 표명했고, 대구와의 통합이 자신들의 지역적 정체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이런 상황에서 통합 논의가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 리 만무했다.
대구·경북 통합을 위해 필요한 선결 조건은 분명하다. 첫째, 도민과 시민의 합의가 필수적이다.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반영하는 과정이 없으면 어떤 통합도 성공할 수 없다. 둘째, 통합의 실질적 이익이 명확해야 한다.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측면에서 대구와 경북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청사진이 제시 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정치적 목적이 아닌 지역민의 실질적 이익을 우선해야 한다. 정치적 계산에 의해 휘둘리는 통합 논의는 지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
통합의 목적은 지역 발전이다. 대구와 경북이 하나로 합쳐져 더 큰 시너지를 내고,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발전을 이루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여야 한다. 하지만 통합 논의가 단순히 정치적 목적으로 시작됐다면, 이는 지역민을 위한 것이 아닌 정치인 개인의 욕심일 뿐이다. 통합이 이뤄질 때의 장점은 분명 있다. 행정 절차의 효율성 증대, 경제적 시너지 창출, 그리고 더 큰 정치적 영향력을 가질 수 있는 기회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단점도 존재한다. 지역적 정체성의 훼손, 시군구 축소로 인한 행정 서비스의 약화, 그리고 지역 간 갈등이 심화될 가능성 등이다.
홍준표 시장이 지역민의 의견을 배제한 채 통합을 밀어붙인 결과, 통합 논의는 신뢰를 잃고 무산됐다. 대구‧경북 통합은 지역 발전을 위한 명분이었으나, 결국 정치적 목적에만 치우친 판단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셈이다. 이번 대구·경북 통합 논의 불발은 민심을 외면한 정치적 행보가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를 보여준다.
민심(民心)은 천심(天心)이라는 말을 가슴에 품고 민심 앞에 겸손한 정치인이 많아진다면, 지금보다는 조금 더 빨리 ‘함께 잘 사는 세상’이 되지 않을까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