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한국교회가 저출산이라는 ‘블랙홀’에 빠져들어 가는 것 같다.”
교계 한 관계자는 갈수록 교인 수가 감소하는 한국교회 현실을 이같이 비유했다. 그는 현재 한국교회에 닥친 가장 큰 위기는 한국사회의 저출산 문제라며 교회가 위기의식을 갖고 더 적극적인 대책에 나서야 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저출산이 한국교회에 위기를 갖고 왔다’는 이러한 목소리는 최근 교계 전반에서 나오고 있다. 우리 사회의 저출산 현상이 학령인구 감소로 이어지면서 곧바로 한국교회에도 타격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내 개신교에서 가장 큰 양대 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과 통합의 교회학교 현황을 살펴보면 처참하다. 예장합동은 교단 내 교회 절반 이상이 주일학교 학생 수가 10명 미만이라는 통계가 나왔고, 예장통합 교단은 지난 10년 동안 유치부와 초등부, 소년부까지 교회학교 학생 수가 40% 이상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이런 상황은 감리교 등 다른 개신교단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교계에선 이런 수치를 근거로 한국교회의 80% 정도가 교회학교 교육을 정상적으로 진행하지 못할 정도로 심각한 상태라고 보고 있다. 일각에선 2030년에 가면 주일학교 90%가 사라질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까지 나온다.
어디 그뿐인가. 한국교회 목사·강도사 응시생은 해마다 크게 줄고 있다. 최근 5년간 예장통합의 목사 고시 응시생은 꾸준히 감소했다. 2019년 1447명이었던 응시생은 계속 줄어 올해 997명을 기록했다. 예장통합 강도사 응시생도 2019년 795명에서, 올해 424명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신학대학 교수 등 전문가들은 학령인구 감소와 불투명한 목회 미래 등이 응시생 모집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교회도 당연히 저출산의 여파를 피할 수 없기에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교세 감소의 치명적 원인을 들여다봐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예컨대 개신교에 대한 부정적 인식 확산과 대사회적 신뢰가 무너진 것 등의 이유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에서 올초 조사한 사회 신뢰도에서 한국 개신교 신뢰도는 코로나19를 거치면서 30%대에서 20%대로 바닥을 찍었다. 신뢰도가 줄어든 데에는 교회의 ‘배타적·위선적·이기적 태도’ 등이 크게 작용했다.
개신교 교인 수 감소 문제의 원인은 저출산 때문만이 아니다. 그럼에도 한국교회 최대 연합기구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 목회자들은 “전례 없는 저출생 현상이 국가의 존립을 위협하고 있다”면서 “교회와 목회자들이 ‘생육하고 번성하라’는 하나님 명령에 따라 목회의 초점을 결혼과 출산에 맞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그러면서 젊은이들에겐 노후에 고통스러울 수 있다며 “결혼하고 출산하라”고 했다.
한국교회 목회의 초점을 ‘결혼’과 ‘출산’에 맞추면 과연 저출산 사회가 해결되고 교회가 예전처럼 부흥할 수 있을까.
종교를 갖지 않은 무종교인의 국내 인구 비율은 60%를 넘겼다. 이런 가운데 종교학자들 사이에선 최근 늘고 있는 무종교인은 모두 무신론자가 아니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기존의 무종교인들은 기성 종교에서 실망해서 종교 단체를 떠난 사람들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영적인 것에는 관심이 많으나 종교 자체에 대한 관심이 적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기존의 종교가 사람들의 영적 욕구를 충족시켜주지 못하고 있다는 말로도 보여진다.
정재영 실천신학대학교 종교사회학 교수는 한국교회 기존의 목회 패러다임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으며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고 봤다.
그러면서 기존의 목회방식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이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매우 다른 차원’의 대안을 필요로 한다는 의미라고 했다.
현재 떠나는 신자들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교회에 답이 없다고 한다. 현재를 보지 않고 미래는 있을 수 없다.
한국교회 위기 원인은 ‘영성 부재’ 때문이다. 사람들의 영적 의문에 답을 준다면 그것이 부흥의 해답이 될지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매우 다른 차원의 대안이 무엇일지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대목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