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윤석열 정부가 1세대 1주택자의 종부세 부담을 2020년 수준으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9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의 모습. ⓒ천지일보 2022.5.23](https://cdn.newscj.com/news/photo/202406/3148926_3180926_2416.jpg)
[천지일보=이재빈 기자] 에콰도르 도서 지역에 자리 잡은 갈라파고스에는 다른 지역에서 볼 수 없는 희귀한 동식물이 많이 산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갈라파고스’라는 단어는 때때로 특정 기술·서비스가 국제 표준과 다른 독자적 기준을 고집해 세계 시장으로부터 고립되는 현상을 의미하기도 한다.
한국의 경우 컴퓨터를 이용하는 사람들이라면 몸서리쳤을 ActiveX, 국내에서 자체적으로 구축한 카드 결제망, 타국에 비해 높은 망 사용료 문제로 스트리밍 사이트 트위치가 철수했던 사례 등이 ‘한국의 갈라파고스화’ 사례로 언급된다.
또 다른 사례도 있다. 해외에 비해 남다른 한국의 종합부동산세(종부세)와 법인세, 상속세 체계다. 이는 한국의 ‘세금 갈라파고스’라고 부를 수 있다.
종부세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만 시행하고 있고, 한국의 상속세와 법인세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종부세는 이중과세를 필두로 세 부담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된 바 있으며, 국제 평균을 넘어간 상속세와 법인세는 한국 기업들의 성장을 방해한다는 지적을 받는다.
최근 정부와 국회에서 거론되고 있는 세제 개편안이 주목받는 건 이 같은 문제 때문이다.
정치권에선 특히 종부세 폐지 관련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일각에선 자산 불평등 문제를 심화시킨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이중과세 논란과 징벌적 과세 형태 등 종부세의 역기능이 지속 부각되고 있어 폐지에 무게가 실리는 모양새다.
종부세는 민생과 직결된 정도가 강해 상속세와 법인세에 비해 이목이 쏠리는 사안이다. 종부세는 취득세와 재산세를 납부한 후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세금으로, 이중과세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정부가 부과하는 종부세와 지자체가 부과하는 재산세가 동일한 부동산에 대해 중복으로 과세하는 구조 때문이다. 이러한 구조는 조세법률주의에 반한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소유한 주택 수를 불문하고 체감되는 세금 부담에 종부세는 주택 가격 안정이라는 본래 목적을 상실했다는 평을 받는다.
종부세는 주택 보유 수에 따라 세율이 달라지는 방식으로, 다주택자에게는 최고 5%의 중과세율이 적용된다. 그러나 1주택자의 경우도 주택 매매 시 양도소득세, 취득 시 취득세, 그리고 보유 시 재산세를 이미 내는 상황에서 종부세는 추가 부담이다.
일례로 서울 아파트 시장의 경우 노무현 정부 종부세 도입으로 20%가 넘는 월세 급등이 관측됐고, 다시 안정화되던 월세가 문재인 정부 종부세 강화 이후 전월세상한제 영향과 중첩돼 실거래가 월세지수로 40%에 육박하는 급등세가 발생했다.
또 정부가 문제로 삼는 부분은 종부세의 편중 현상이 심해지면서 징벌적 성격이 더 강화됐다는 것이다. 국세청이 발표한 지난해 종부세 통계에 따르면 종부세 납세인원은 49만 5193명으로 전년 대비 61.4% 줄었고, 결정세액은 4조 1951억원으로 37.6% 감소했다.
다만 결정세액 상위 10%가 3조 7107억원을 내 전체 세액의 88.5%를 차지하고 있다. 돈이 많으면 납부해야 할 세금이 많은 게 당연할 수 있지만, 지나친 편중은 독이 될 수 있다.
종부세 폐지에 긍정적인 입장만 있는 건 아니다. 앞서 헌법재판소는 종합부동산세에 대해 합헌 판결을 낸 바 있다. 또 일부 시민단체 등에선 종부세 폐지에 대해 ‘부자 감세’의 일환이며, 자산 불평등을 심화시킬 것이란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그럼에도 여·야·정 모두 종부세 완화나 폐지와 관련된 입장들을 드러내고 있는 이유는 앞서 언급한 부작용들 때문이다. 일각에선 전세사기가 판치는 원인으로 종부세를 꼽기도 한다.
이에 정부는 종부세 폐지를 염두에 두고 세제 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종부세 폐지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히며, 종부세 개편을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1주택자 종부세 면제를 놓고 여당과 의견 차가 있지만, 먼저 종부세 폐지를 언급한 만큼 큰 틀을 놓고 보면 정부·여당과 같은 입장이다.
윤석열 정부는 이전부터 종부세 중과 대상을 줄여왔다. 국세청 등에 따르면 지난해 귀속분 개인 주택분 종부세 대상 중 중과 대상은 2597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2년 귀속분(48만 3454명)에 비해 99.5% 줄어든 규모로 일반세율 적용 대상자 감소 폭(46.9%)의 2배를 웃돌았다.
종부세 폐지는 이중과세 해소를 통해 국민의 세 부담을 줄이는 게 주요 취지다. 나아가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세율 폐지해 주택 시장 불안정을 해소하고, 임대료 상승 압박을 완화할 수 있다.
상속세와 법인세도 개편 목소리가 지속돼 왔다. 현재 대한민국의 상속세 최고 세율은 60%로, 전 세계 평균인 15%를 한참 초과한다. 높은 상속세로 인해 중소기업들이 경영권을 유지하기 어려워 사모펀드에 매각되는 사례가 빈번하다. 이는 기업의 지속 가능한 경영을 저해하며, 일자리 감소로 이어진다.
법인세의 경우 한국은 26%로, 미국과 OECD 평균인 21%, 싱가포르의 17%, 아일랜드의 12%에 비해 높다. 법인세가 높을 경우 외국인 직접투자 유치에 장애를 줘 일자리를 줄인다. 실제로 많은 기업들이 미국과 베트남 등으로 공장을 옮기고 있다.
국가가 독자적 체계를 갖추는 건 적절할 경우 자체 경쟁력 강화, 국가 정보 보안 등 이점을 갖는다. 그러나 그 정도가 과해 국제 기준과 멀어지면 세계적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국가 성장에 악영향을 끼친다.
한국의 세금 갈라파고스는 부작용을 고려하면 후자에 해당한다. 종부세는 부동산 시장을 망가뜨리고 있고, 국제 평균을 뛰어넘은 법인세와 상속세는 일자리 창출 저해, 기업 성장 방해로 이어지고 있다.
정부와 국회는 종부세를 폐지하고, 법인세와 상속세는 평균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 이를 위해선 다주택자 중과세율 폐지, 1주택자 종부세 폐지 등 여야 간 입장 차가 생기는 부분에 대한 신속한 합의가 필요하다.
종부세 전면적 폐지가 현실적이지 않다면 해당 제도들의 불합리한 부분을 해소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종부세 체계 일원화를 취지로, 현행 3주택 이상 다주택자에 적용되는 중과세율(최고 5.0%)을 기본세율(최고 2.7%)로 하향 조정하는 방안 등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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