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직자에 높은 도덕성 기대
현실은 도덕적 해이·타락
징계커녕 제식구 감싸기

성직자 ‘전문직 성범죄’ 1위
은폐 범죄 많아 심각한 수준
“제도적 장치 강화 필요해”

[천지일보=정현경 기자] 불륜을 저지른 사립고등학교 교목에 대해 해임 처분이 마땅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기독교 교리를 가르치는 교목으로서 기대되는 도덕성이 다른 일반 교사보다 높다는 이유 때문이다. 목회자가 성범죄 등 중범죄를 저질러도 ‘하나님의 종’이라며 오히려 두둔하고 죄를 덮어버리는 경우가 많은 종교계와 사뭇 다른 반응이라 주목된다.

지난 12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이승택 부장판사)는 서울의 한 고등학교를 운영하는 학교법인이 “교목 김모 씨에게 내린 해임 처분을 정직으로 낮춘 결정을 취소해 달라”며 교원소청심사위원회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교목으로서 청소년에게 기독교 교리를 가르치는 김 씨의 업무 내용을 고려할 때 그에게 기대되는 도덕성은 다른 일반교사보다 더 높다”며 “해임처분이 지나치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2011년부터 이 학교법인이 운영하는 고등학교에 교목으로 임용돼 종교과목 수업을 담당해온 김 씨는 지난해 2월부터 한 교육연수과정에서 만난 A씨와 가까워졌다. A씨는 김 씨와 수십 차례 메시지를 주고받으면서 가까워졌고, 결국 그해 3월 남편에게 이혼을 요구했다.

이혼소송이 진행되던 중 A씨의 남편은 A씨가 김 씨와 함께 있는 것을 발견하고 둘을 간통혐의로 고소했다. 검찰은 두 사람이 내연관계를 유지한 것으로 추정되기는 하지만 간통 혐의에 대한 직접적인 증거가 없다며 김 씨를 불기소 처분했다.

이에 학교 측은 8월 김 씨에게 해임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교원소청심사위에서 해임 결정이 과하다며 정직 3개월로 징계수위를 낮추자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교원의 품위손상 행위는 본인은 물론 교원 사회 전체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실추시킬 우려가 있으므로 사립학교법에서는 직무와 관련된 부분은 물론 사적인 부분에서도 품위를 유지할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비록 증거불충분으로 기소되지는 않았지만 배우자가 있으면서도 부정한 행위를 저질러 급기야 상대방의 혼인을 파탄에 이르게 한 비위 행위는 종교과목을 가르치는 교사로서 중대한 품위손상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은 종교계의 일반적 대응과 사뭇 달라 눈길을 끈다. 사회에서는 성직자에게 높은 사회성을 요구하지만 종교계에서는 쉬쉬 하며 덮는 경우가 많고 도리어 ‘용서’와 ‘사랑’을 강조하며 유야무야 넘어가는 경우가 많아 지탄을 받고 있다.

지난달 새정치민주연합 박남춘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아 발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전문직 성범죄 중 성직자가 저지른 성범죄가 1위에 올랐다.

최근 5년간 목사·신부·승려 등 성범죄를 저질러 처벌받은 성직자는 2009년 80명, 2010년 108명, 2011년 93명, 2012년 87명, 2013년 96명 등 해마다 100명 안팎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5년간 처벌받은 성직자수는 총 464명으로, 의사 379명, 예술인 223명, 교수 119명, 언론인 59명, 변호사 20명보다 높다. 박 의원은 “성직자의 성범죄는 교단 차원에서 함구하다가 범죄사실이 심각하거나 은폐한 사실이 드러난 뒤에야 알려지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해 실제 성범죄를 저지른 성직자수는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 의원은 “성직자들의 성범죄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윤리강령 제정 등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범죄사실이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교단 차원에서 아무런 제재가 없거나 오히려 두둔하는 경우가 많아 종교계를 향한 사회의 시선은 따가울 수밖에 없다.

대표적으로 지난 2010년 여신도를 성추행한 사실을 인정하고 삼일교회를 사임한 전병욱 목사는 수많은 증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속 노회로부터 어떠한 징계도 받지 않았다. 오히려 전별금으로 무려 13여억 원을 받고 교회를 나왔으며, 2012년에는 홍대새교회를 개척하며 또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총회장 백남선 목사) 평양노회(노회장 강재식 목사) 측은 전병욱 목사에게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다가, 최근 전 목사의 성추행 의혹 전말을 담은 책 ‘숨바꼭질’이 출간돼 사회의 이목을 끌면서 징계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현재 노회 재판이 이뤄지고 있지만 이마저도 전 목사를 지지하는 노회 회원이 상당한 가운데 징계가 제대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사회에서는 성직자에게 높은 도덕성을 기대하는 반면, 종교계는 도덕적 타락과 함께 제 식구 감싸기에만 급급한 모습을 보여 사회의 지탄을 받고 있다. 종교계의 각성과 윤리강령 제정 등 제도적 장치의 강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 여신도 성추행 의혹으로 비난받고 있는 전병욱 목사는 해당 노회로부터 별다른 징계를 받지 않아논란을 키웠다. (사진출처: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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