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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감·기장·통합 세습방지법 제정
합동은 법 제정 결의 ‘없던 일로’
교묘한 변칙세습도 문제로 지적

[천지일보=정현경 기자] 지난 9월 개신교 주요교단의 총회가 대부분 마무리됐다.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 감독회장 전용재 목사) 총회가 오는 10월 말 예정돼 있는 정도다. 이번 총회의 주요이슈로는 교회세습 금지, 연금재단 운용, 21세기 찬송가 사용 여부, 교단 통합, 가톨릭 이단 규정, WCC 논란 등이었다.

그중 지난해 ‘교회세습 금지’ 결의에 따른 세칙 마련에 이목이 집중됐다. 교단총회공동대책위원회는 이번 개신교 주요 교단들의 총회 개최 전 교회 세습방지에 대한 진일보한 논의를 주문했다. 그러나 결과는 좋지 못했다. 6일 이들은 ‘교단총회참관단 기자회견’을 열고 한발 후퇴한 각 교단의 교회 세습방지 대처에 대해 지적했다. 아울러 내년 총회 전에는 세습금지법안이 제정‧발효될 수 있도록 노회원들을 직접 만나 설득‧연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교회세습, 교단마다 대응 달라

몇 년간 개신교 최대 이슈 중 하나는 교회세습 문제였다. 지난해 총회에서도 교회세습방지법 제정이 주요 의제로 다루어졌다.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총회장 황용대 목사)는 세습방지법을 입법했고,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총회장 정영택 목사)은 세습방지법을 제정하기로 가결하고 올해 총회에서 세칙을 결정했다.

예장통합이 통과시킨 헌법개정안 관련조항은 헌법 제2편 정치 제28조 목사 청빙과 연임청원 6항으로, ‘위임목사 또는 담임목사 청빙에 있어, 아래 각 호에 해당하는 이는 위임목사 또는 담임목사로 청빙할 수 없다. 단 자립대상 교회에는 이를 적용하지 아니한다’란 내용이다. 각 호에 해당하는 내용은 1호 ‘해당 교회에서 사임(사직) 또는 은퇴하는 위임(담임)목사의 배우자 및 직계비속과 그 직계비속의 배우자’와 2호 ‘해당 교회 시무장로의 배우자 및 직계비속과 그 직계비속의 배우자’이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총회장 백남선 목사)은 지난해 입법화는 되지 않았지만 ‘세습이 불가하다’고 결의했다. 또 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총회장 김철봉 목사)도 1년간 연구한 후 결정하기로 했다. 그러나 예장합동은 올해 교회세습 금지 결의를 없던 일로 했다.

예장합동은 ‘세습’이라는 용어 사용을 금지하고 담임목사가 청원할 때는 헌법대로 집행하자고 결정했다. 예장합동 헌법에는 ‘세습’이라는 단어가 없다. 따라서 세습은 가치판단의 기준이 되지 않는다. 담임목사를 청빙할 수 있는 권한도 일차적으로 개교회에 있다. 또한 당회장직 세습을 금지하는 규정도 없다. 결국 ‘세습은 원칙적으로 불가하다’던 지난해 총회 결의를 원점으로 돌려놓았다. 예장고신도 “교회세습이 교계와 사회에 주는 부정적인 영향을 인정해 이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시켜야 한다”고만 결의했다.

▲ 왕성교회 세습안에 대한 최종 결정권을 가진 평양노회가 지난 15일 분당중앙교회에서 열리자 교계 시민단체들이 평양노회를 압박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개신교 신뢰도에도 악영향

교회세습 문제는 개신교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떨어뜨리는 병폐 중 하나로 지적돼 왔다. 지난 2012년 11월 공식 출범한 세반연은 출범선언문에서 “교회세습은 세상의 조롱거리가 된 지 오래”라며 “북한의 3대 세습, 재벌의 편법세습처럼 교회세습의 요체가 자기 자신과 자녀, 자기 조직만의 안정과 유지를 위한 이기적인 탐욕이라는 것은 이미 만천하에 드러났다”고 꼬집었다.

세반연에 따르면 교회세습 문제는 일부 대형교회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을 역임했던 길자연·홍재철·이용규 목사 등이 이미 교회세습으로 비판을 받았고 중소형교회에서도 교회세습이 많이 행해지고 있다.

교회세습 반대 운동을 지속적으로 펴온 세반연은 변칙세습에 대한 우려도 나타냈다. 지난 2012년 9월 기감은 한국교회 최초로 교회세습 금지법을 통과시켰으나 김국도 목사는 직계 세습만을 제한하는 법망을 교묘하게 피해 임마누엘교회를 아들인 김정국 목사에게 물려주는 변칙세습을 행했다. ‘부모가 담임목사로 있는 교회에 그의 자녀 또는 자녀의 배우자는 연속해서 동일 교회의 담임목사가 될 수 없다’는 조항에서 ‘연속해서’라는 문구의 허점을 파고들은 것이다.

김삼환 목사도 아들 김하나 목사에게 변칙세습으로 명성교회를 물려줬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세반연은 “막강한 부와 인적자원을 소유한 초대형교회의 지교회 개척에 의한 변칙세습이든 중소형교회들의 교차세습이든 이미 다양한 종류의 변칙세습이 시도되고 있다”면서 “직계세습보다 교묘한 변칙세습이 한국교회를 더 나락으로 가게 한다”고 우려했다.

이번 예장통합의 헌법 개정에서도 변칙세습을 방지하기 위한 ‘해당 교회에서 이전에 사임(사직) 또는 은퇴한 위임(담임)목사 및 장로에게 (교회 대물림 금지를) 동일하게 적용한다’는 3호 조항이 있었으나 총대들의 반대로 삭제됐다. 하지만 이 3호 조항의 삭제로 세습금지법에 대한 실효성이 떨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월 5일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이 발표한 ‘2013년 한국교회의 사회적 신뢰도 여론조사 결과’에서 우리 국민 중 개신교를 신뢰하는 사람은 10명 중 단 2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비종교인의 단 8.6%만이 개신교를 신뢰한다고 답했다.

교회 지도자들의 개선점으로는 ‘언행불일치’ ‘도덕‧윤리적 문제’ 등과 함께 ‘교회세습’도 지적됐다. 기윤실은 “한국교회가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무엇보다 윤리와 도덕실천 운동을 해야 한다”며 교회 갱신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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