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조스님 “종정·원로, 종단 현실 외면할 것인가”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1994년 조계종 개혁회의 부의장을 지낸 설조스님(전 불국사 주지, 사진)이 조계종 큰 어른 송담스님의 탈종(종단 탈퇴) 사태에 대해 “더 이상 침묵해선 안 된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8일 서울 장충동 만해NGO교육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한 설조스님은 ‘종정님, 원로님, 방장‧조실님, 율사님들께 드리는 글’을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스님은 “송담스님이 문도들에 의해 용주사에서 무도한 작태가 벌어졌음에 큰 책임감을 느끼시고 ‘탈종’이라는 극약처방을 하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불교의 선지식으로 존경받는 송담스님(법보선원 이사장)을 비롯한 이사회 임원 전원은 지난달 19일 재적 본사인 용주사에 제적원(조계종 승적 취소)을 냈으며, 앞서 15일 탈종을 공고했다. 탈종을 선언한 지 20여 일이 지난 현재까지 총무원을 비롯한 원로스님들이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설조스님은 “오늘의 우리 종단은 아주 이상한 지경에 처해 있다. 종단의 원로스님들이 침묵해선 안 된다”고 촉구했다.

◆“법인법 반대해 탈종 주장은 ‘망발’”

스님은 또 종단 내에서 ‘송담스님이 법인법에 불응하고자 종단을 떠났다’는 주장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설조스님은 “일부 몰지각한 이들이 송담스님이 법인법에 불응하고자 탈종한 것이라는 망발을 하고 있다”며 “나아가 불경한 언급도 나오고 있어 기가 막히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용주사 주지선거 과정에서 불거졌던 승적 논란에 대해선 “‘비구계(남자 승려가 받아 지켜야 할 계율)를 받지 않은 자’가 본사 주지로 당선됐다”며 “종헌과 종법은 부처님의 유교를 무시하고 율장을 외면한 적주비구(불법에 관심이 없음에도 자신의 이익이나 생계수단으로 불교에 들어와 승려 행세를 하는 자)와 사기협잡배, 노름(도박)꾼들을 보호하기 위한 위장막이 아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설조스님은 “이웃 교단에서 서품을 받지 않은 사람이 교구장을 한다면 끔찍한 일”이라며 “본사 주지가 구족계 없이 선거에 당선돼 일을 맡는 것은 한 지역의 일이 아니라 종단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송담스님은 지난 8월 실시된 용주사 주지 선거에서 문중운영위원회가 추대로 선출하기 바란다는 당부를 남겼으나 결국 선거가 치러졌고, 총무원장을 지낸 정대스님의 제자 성월스님이 주지가 됐다. 성월스님은 승적부에서 ‘부산 범어사에서 사미계를, 남양주 봉선사에서 구족계를 받았다’고 밝혔으나 선거과정에서 사실이 아니라는 ‘승적 의혹’을 받았다.

◆“종단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기를”

스님은 “종정, 원로, 방장·조실, 율사 스님들은 구족계 미수지자와 비(非)비구가 본사 주지가 되어도 침묵하고, 원로가 되어도 침묵하고, 고위 행정직에 있어도 침묵하고 있다”고 종단 현실을 강하게 비판하며 “더는 외면(침묵)해서는 안 된다”고 재차 주장했다.

설조스님은 끝으로 “교단이 더 이상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기를 바란다”며 “수행인과 미래의 불자들을 위해 바른 말씀을 하시고 모범이 되시기를 간청한다”고 호소했다.

한편 송담스님은 한국의 대표적인 선승(禪僧, 참선을 수행하는 승려)으로 선불교의 법맥을 잇는 대선사다. 평생을 은둔 수행하며 수행의 모범을 보여 불교 수행자들의 존경을 받고 있으며 10년 묵언을 통해 깨달음을 얻었다 해 일명 묵언 선사로도 불린다.

조계종 종정(종단 최고 어른)을 맡고 있는 진제스님과 함께 ‘남진제 북송담’으로 불리는 한국 선불교의 큰 어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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