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사 신도회 “낙하산 인사… 새 주지 임명 철회하라”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조계종이 주지 선거 부작용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종단 내에서는 선거 이후 대가성 또는 반대파를 제거하는 인사로 문중과 사찰에서의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조계종 제2교구본사 용주사 말사 수원사 신도들이 지난 22일 오전 신임 주지 임명과 관련해 용주사에 반발하고 나섰다. 이로 인해 주지직을 넘겨받기로 돼 있던 세영스님이 끝내 발길을 돌렸다. 총무원은 17일 종무회의를 열고 용주사 말사인 수원사 새 주지에 총무원 호법부장 세영스님을 임명했다. 이는 지난 8월 진행된 용주사 주지 선거에 따른 후속인사다.

◆“수원사 주지인사 정치보복 아니냐”

이에 대해 수원사 신도들은 “용주사는 절차가 무시된 이번 인사를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신도들은 “그동안 말사 주지 임명은 문중화합과 교구안정을 위해 용주사 운영위원회에서 결정해왔다. 하지만 이번 주지 임명은 모든 절차가 생략됐다”며 “30년간 사찰을 이끌어온 성관스님이 하루아침에 떠나신 이유를 알려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이들은 세영스님이 임명된 것과 관련해 “정치보복이 아니냐”며 반발하고 있다.

불교계에 따르면 수원사는 성관스님이 30년간 일궈온 중창사찰이다. 1986년 첫 주지를 맡은 성관스님은 건물만 앙상하던 수원사를 30여 년 만에 도심포교의 중심도량으로 가꿨다. 복지사업에도 뛰어들어 서호노인복지회관을 비롯해 영통종합사회복지관 등을 수탁하면서 지역 복지를 선도했다.

또한 사단법인 로터스월드를 설립해 캄보디아, 라오스 등 해외불교국가 지원 사업에도 앞장서는 등 지역사회에서 모범 사찰이라고 인정을 받고 있다. 그러나 성관스님의 이 같은 노력은 8월 용주사 주지 선거의 패배로, 한순간에 수포로 돌아갔다.

신도들은 주지인선 기준, 성관스님에 대한 정치보복 여부 등 5개 질문이 담긴 질의서에 대한 명확한 답변을 받을 때까지 문을 열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수원사 비상대책위원회는 용주사를 찾아 주지 성월스님과 면담할 예정이었으나 전날 용주사로부터 면담이 불가능하다는 통보를 받고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한편 문중의 최고 어른이자 한국불교의 선지식으로 존경받는 인천 용화선원장 송담스님의 탈종 선언으로 종단이 혼란한 상황에서 주지 품신이 전격적으로 이뤄져 앞으로 총무원과 용주사에 큰 부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송담스님의 탈종 선언이 용주사 선거과정에서 나타난 종단의 세속화와 부패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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