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상 탓문화청산운동본부 대표

인간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 그 중에서도 방점을 찍어야 할 부분은 정신건강이다. 개인의 정신건강이 무너지면 평생 쌓아온 모든 것이 한순간에 와르르 무너진다. 한 사회의 정신건강이 무너지면 더욱 끔찍한 상황이 초래된다.

지금 우리 사회는 정신건강의 일대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 수천 년간 유지해온 우리 민족의 정신건강이 급속도로 무너져 가고 있으며, 국민은 총체적인 ‘멘붕(멘탈 붕괴)’ 상태에 빠져 있다. 훈훈한 인정과 상부상조의 정신이 살아 넘치던 공동체는 간데없고, 온 나라가 약육강식의 정글이 된 지 오래다.

국민은 언제, 어느 때 거리를 지나다가 ‘묻지마 범죄’에 당할지 몰라 불안에 떨고, 이혼율·자살율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 대한민국 국민의 행복도는 고작 세계 50위권 언저리를 맴돌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종내 미래도, 희망도 없는 나라가 되고 마는 게 아닌가 걱정이 될 정도다. 참으로 통탄할 일이다. 이 나라가 어떻게 만들어낸 나라인가. 우리 부모님 세대가 피와 땀으로 일궈낸 나라다. 전쟁 직후, 대한민국은 아이티보다도 가난한 세계 최빈국이었다.

그러나 우리 국민은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허리띠를 졸라매고 콩 한쪽도 나눠 먹으며 죽음의 보릿고개를 넘었고,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 냈다. 그 결과, 대한민국은 2차 대전 이후 독립한 140여 개 신생국 중에서 정치·경제적으로 가장 성공한 나라로 손꼽히고 있다.

특히 IT(정보기술)나 문화산업 등에서 세계 최고의 수준을 자랑하고 있으며, 국민 대다수가 과거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윤택하고 풍족한 삶을 누리고 있다. 세계인은 ‘IT 강국’ ‘한류의 중심’ ‘다이나믹 코리아’ 등 다양한 표현으로 국제무대에 선 대한민국을 주목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우리 국민은 그리 행복해 보이지만은 않는다. 너나 할 것 없이 ‘힘들다’ ‘죽겠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고 있으며, 과열경쟁과 성장제일주의에 지친 사람의 표정은 옛날 보릿고개 시절보다 오히려 더 불행해 보이고, 더 허기져 보인다.

과연 그 이유는 무엇일까. 물질적 풍요만으로는 절대 채워질 수 없는 것이 바로 ‘정신적 허기’이기 때문이다. ‘1980년대 황금기 이후 미국은 도덕적으로 변하지 않으면 희망이 없다는 각성을 했는데, 요즘의 우리가 꼭 그런 상황’이라는 김종인 전 행복추진위원장의 말처럼, ‘정신문화 영역’의 혁명적 변화가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 아비규환의 ‘정글’에서 살아남기 위해 서로가 서로를 탓하고 비난하는 ‘탓 문화’ 풍조가 악성 암세포처럼 우리 국민의 정신을 야금야금 갉아먹고 있다는 사실이다. 모든 것을 남의 탓, 외부 요인의 탓으로 돌리는 우리의 고질적인 ‘탓 문화’는 개인의 정신을 망가뜨리고 사회의 기강을 어지럽힐 뿐만 아니라 우리 국민의 국가관, 안보관까지 흐려놓는 망국의 병이 아닐 수 없다.

우리 국민이 모든 것을 남의 탓, 외부요인의 탓으로 돌리는 습성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개인의 인생은 물론 우리가 소속된 회사와 사회를 어지럽히고, 궁극적으로는 나라까지 망치게 될 것이다. 우리 국민의 정신을 갉아먹는 망국의 병인 ‘탓 문화’를 이제는 반드시 청산해야 한다.

무엇보다 교육에서부터 풀어 나가야 한다. 70년대 새마을운동이 대한민국의 근대화를 앞당겼던 것처럼, 박근혜 정부는 다시 한 번 ‘잘살아보세’ 신화를 재현해 국민 모두가 잘사는 나라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새마을운동의 정신을 이 시대의 상황과 과제에 맞게 계승·발전시켜 나가는 것으로부터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자라나는 세대의 올바른 국가관 정립 또한 시급한 과제다. 그러자면 학교교육과 사회교육(새마을연수원 등을 통한 국가관 교육), 각종 언론매체를 통한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전개해야 하며 ‘정신문화 영역’의 혁명적 변화를 통해 국민 대통합을 반드시 이루어야 한다.

한 사람의 변화는 그 개인의 생애를 바꾸지만, 이러한 개인의 변화가 점차 사회적 흐름을 형성해 나간다면 ‘탓 문화’ 청산은 시간문제가 될 것이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건강한 정신으로 재무장한다면, 국민 대통합이라는 큰 결실을 맺을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네가 아프니 나도 아프다”는 식의 번지르르한 감성 언어가 아니다. TV에 출연하는 유명 스님의 다소 비현실적인 법문도 아니다. 오직 조용히 자신을 돌아보며 ‘내 탓이오’를 되새김질하는 인간성 회복의 지혜를 배워야 할 때다. 우리 국민의 정신을 갉아먹는 망국의 병 ‘탓 문화’는 이제는 반드시 청산해야 할 시대적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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