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호익 통일IT포럼 회장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초빙연구원

 
교수신문은 2014년 갑오년에 들어서 새로운 사자성어로 ‘전미개오(轉迷開悟)’를 선정했다. “올 한 해에는 속임과 거짓에서 벗어나 진실을 깨닫고 새로운 한 해를 열자는 뜻에서 선정했다”고 한다. 그러나 지난 2013년 계사년(癸巳年)에 교수들이 뽑은 그 해의 사자성어는 ‘도행역시(到行逆施)’였다. ‘도행역시’는 사마천 사기에 나오는 고사성어이다.

춘추시대 오나라의 오자서는 아버지와 형제를 살해한 초평왕에게 복수하기 위해 이미 죽은 초평왕의 무덤을 파헤쳐 시체를 꺼내 채찍으로 300번을 때렸다. 이 소식을 들은 친구 신포서가 편지를 보내 과한 행동이라고 질책하자 오자서는 “도리에 어긋나는 줄 알지만 부득이하게 순리를 거스르는 행동을 했다”고 했다. 이후 그 의미가 확대돼 잘못된 길을 고집해서 걷는 상황을 일컫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교수신문 측은 “현 정부가 국민의 기대와는 달리 인사와 정책 등의 분야에서 퇴행적으로 후퇴하고 있는 점을 비판한 것”이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교수들이 이 사자성어를 뽑은 배경은 “종북, 빨갱이, 새마을, 정보정치 등의 낡은 개념들이 부활해서 이데올로기적인 좌·우파 분열을 잉태하고 시대착오적인 정보정치 감시처벌로 세포분열을 하고 있다는 그런 생각에 아마 많은 분이 동의해 주신 것”이라고 밝혔다.

교수신문은 2001년부터 연말마다 한 해 동안 우리나라에 있었던 사건을 바탕으로 사자성어를 선정, 발표해 왔는데 이명박 정부 첫 해인 2008년에는 ‘병을 숨기면서 의사에게 보이지 않는다’는 뜻의 ‘호질기의(護疾忌醫)’가 선정됐고 노무현 정부 첫 해인 2003년에는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며 일의 방향을 종잡지 못한다’는 뜻의 ‘우왕좌왕(右往左往)’이 선정된 바 있다. 

한편 인천시 강화군 의회는 2013년 의정활동을 마무리하면서 2014년 갑오년(甲午年) 새해를 맞아 군민에게 희망을 주는 사자성어로 ‘기운은 산과 같이 굳세고 마음은 바다와 같이 넓다’는 뜻의 ‘기산심해(氣山心海)’로 정했다고 한다.

갑오년은 육십 간지 중 31번째로 ‘갑’은 ‘청’을 의미함으로 ‘파란 말의 해’ ‘청마(靑馬)의 해’이다. 말은 역동성, 성공, 부, 건강함, 강인함과 함께 승승장구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 올해 2014년에는 우리나라와 우리 국민이 모두 갑오년의 의미처럼, 파란 말처럼 건강하면서도 역동적이고 활기 넘치며 큰 성과를 내고 승승장구하는 한 해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런 의미에서 2014년 갑오년 연말에는 교수신문에서 ‘집집마다 넉넉하고 사람마다 풍족하여 살기가 좋다’는 의미의 ‘가급인족(家給人足)’이 사자성어로 선정되기를 기대해 본다. 현재 우리나라는 새로운 성장동력의 확보, 실업 특히 청년실업 해소, 저출산 고령화대책, 노동문제 해결, 복지 확대와 더불어 재정건전성 확보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하다. 또한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 급박한 북한 리스크, 지속적인 엔저로 인한 수출채산성 악화, 한·중·일 간 영토분쟁 문제 등 우리나라가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어려운 과제도 많다.

이 모든 것을 해결하면서 ‘가급인족(家給人足)’이 되려면 대통령의 혼자 힘만으로는 될 수 없을 것이다. 정부와 여당은 물론 야당, 시민단체, 노동계 등 전 국민이 서로 양보하고 타협하면서 협력하고 노력해도 성공을 단언하기 어려운 일이다. 비판도 필요는 하겠지만 극단적 갈등과 대립보다는 격려와 지지, 화합과 협력이 더욱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올해 갑오년(甲午年)에는 ‘가급인족(家給人足)’ 하여 하늘로 약진하는 청마(靑馬)의 해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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