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한체대 스포츠 언론정보연구소장

 
운동선수들의 첫 번째 덕목은 무엇일까. 성공을 하는 것이다. 자신의 능력을 펼쳐 화려하게 명성도 쌓고 돈도 많이 버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운동선수로서 성공을 하는 경우는 바늘구멍 들어가기보다도 어렵다. 초등학교 때 운동을 시작해 중고등학교를 거쳐, 대학교와 프로 및 실업팀 등에서 절정기의 기량을 발휘해 최고수의 자리에 오르는 이는 극히 드물다. 일반인들의 로망인 공부를 해서 최고 명문대인 서울대 법대를 들어가 사법고시에 합격할 가능성보다 인기종목 최고의 선수가 되는 게 훨씬 더 어렵다고 체육인들은 말한다. 운동선수로 최고가 되기 위해 쏟는 집중력과 열정이 공부로 성공한 이에 결코 뒤질게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성공한 선수들의 모습에는 공통점이 보인다. 가족에 대한 애착이 유별나다는 게다. 아시아 선수로는 최고액인 7년간 1억 3천만 달러(약 1371억 원)의 천문학적인 금액으로 텍사스와 계약을 체결한 추신수는 지난달 30일 롯데호텔에서 열린 13개월 만의 귀국 기자회견에서 우승에 대한 욕심과 함께 가족의 행복이 텍사스와의 계약 배경이었다고 설명했다. 추신수는 “팀 선택의 첫 번째 기준은 이기는 팀이었다. 두 번째는 가족들이 얼마나 연고지에서 편안하게 사느냐였다. 사실 여러 팀의 제안이 있었는데 내가 내년부터 우승에 도전할 수 있고, 가족들이 편하게 살 수 있는 곳을 골랐을 때 텍사스가 남았다. 또 텍사스가 가장 적극적으로 제안을 해왔다. 표현은 안 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마음속에는 텍사스가 있었다”고 밝혔다. 추신수는 미 프로야구 최고 명문팀 뉴욕 양키스의 제안도 받았지만 텍사스를 더 원한 가족들의 뜻에 따랐다는 후문이다.

추신수의 가족사랑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원정에서 부진할 때면 가장 먼저 수화기를 들고 가족들의 목소리를 듣는다. 메이저리거이기에 앞서 그도 한 부인의 남편이고, 세 아이의 아버지인 것이다. 추신수는 2011년 사구에 손가락 부상을 당한 이후 왼손 투수를 상대할 때 어려움을 겪었던 순간을 가장 힘들었던 시기 중 하나로 꼽으면서 “내가 여기서 겁을 먹고 물러서면 우리 가족은 바깥에 나가 앉는다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으로 타석에서 싸웠다”며 가족들이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큰 힘이 됐다고 설명했다.

LA 다저스의 ‘괴물투수’ 류현진도 추신수 못지않은 뜨거운 가족애를 보인다. 아직 미혼인 류현진은 아버지, 어머니, 형 등 가족들이 자신의 경기를 지켜볼 때, 더욱 힘이 솟아나고 실제로 승수를 더 많이 올릴 수 있었다고 밝혔다. 올해 LA에서 미 프로야구 첫 해를 성공적으로 보낸 류현진은 가족들과 함께 귀국해 고향인 인천야구의 발전을 위한 협약식에 함께 참석하며 훈훈한 가족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유럽축구무대에서 활약하는 신세대 스타 기성용, 박주영, 정조국 등 결혼한 선수들도 가정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훈남들이다. 탤런트 및 영화배우 한혜진과 결혼한 기성용의 일거수일투족은 언론들에게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고, 정조국도 영화배우인 김성은과 빼어난 금슬을 과시한다. 훈련이 없을 때는 아내와 딸과 단란한 시간을 보내는 박주영은 지난달 골을 터뜨려 가족의 힘이 어떠한 것인가를 보여주었다.

올 8월 미국 뉴욕타임스에 기사, 동영상 인터뷰 등 멀티미디어 뉴스형식으로 실려 밀려드는 접속으로 사이트가 일시마비되기도 한 ‘Jockey(기수)’라는 제목의 특집기사 주인공 러셀 베이즈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직업은 남편과 아빠가 되는 것이다. 나는 다른 선수들이 일을 끝내고 술을 마시든가, 골프코스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과 달리 가족과 집에서 함께 지내는 것을 훨씬 좋아한다”고 말해 주목을 끌었다. 올해 55세의 베이즈는 미국 경마사상 최다인 5만 회 경기 출장기록을 갖고 있으며 24%의 최고 승률을 기록한 전설적인 경마 기수로 알려져 있다.

운동선수로서 크게 성공하기 위해선 먼저 가정의 소중함을 터득하고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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