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은행권이 가계대출 고강도 관리에 돌입한 가운데 하나은행이 오늘부터 신용대출과 주택담보대출 상품의 판매를 동시에 중단한다. 주택과 상가, 오피스텔, 토지 등 부동산 담보대출은 중단되지만, 실수요자를 위한 전세자금대출과 집단잔금대출, 서민금융상품 판매는 유지한다. 비대면 대출상품인 하나원큐 신용대출, 하나원큐 아파트론 판매는 지난 19일 저녁부터 중단했다. 사진은 20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영업부 모습. ⓒ천지일보 2021.10.20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은행권이 가계대출 고강도 관리에 돌입한 가운데 하나은행이 오늘부터 신용대출과 주택담보대출 상품의 판매를 동시에 중단한다. 주택과 상가, 오피스텔, 토지 등 부동산 담보대출은 중단되지만, 실수요자를 위한 전세자금대출과 집단잔금대출, 서민금융상품 판매는 유지한다. 비대면 대출상품인 하나원큐 신용대출, 하나원큐 아파트론 판매는 지난 19일 저녁부터 중단했다. 사진은 20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영업부 모습. ⓒ천지일보 2021.10.20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금융당국의 고강도 가계대출 규제와 금리 상승, 연말 상여금 유입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말 은행권 가계대출이 감소세로 돌아섰다. 한은은 일시적 요인이 큰 만큼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에 들어갔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은행권과 제2금융권을 아우른 전(全) 금융권 가계대출은 전월 대비 2000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증가폭으로 따졌을 때 지난해 가운데 가장 적은 수준이다.

한은이 13일 발표한 ‘2021년 12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1060조 7000억원으로 한 달 전 보다 2000억 줄었다.

월 단위에서 가계대출이 감소한 것은 SKIET 공모주 청약증거금 반환의 영향으로 1조 6000억원이 감소했던 같은 해 5월 이후 처음이다. 12월 기준으로는 2004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 감소했다.

은행권 가계대출은 전세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이 포함된 기타대출로 구성된다. 지난달 주담대 잔액은 늘었지만 기타대출 잔액은 감소했다.

지난달 말 주담대 잔액은 2조원 증가한 778조 8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세자금 대출이 1조 8000억 늘어난 영향을 받았다. 주담대 증가폭은 2018년 2월(1조 8000억원) 이후 역대 두 번째로 낮았다.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 등 기타대출은 한 달 새 2조 2000억원 줄었다. 12월 기준으로 기타대출이 감소세를 보인 것은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이다. 이는 관련 통계 은행권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 조치, 대출금리 상승, 연말 상여금 유입 등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연간 가계대출 증가액은 71조 8000억원으로 2020년(100조 6000억원), 2015년(78조 2000억원)에 이어 세 번째로 크게 증가했다.

지난달 말 은행의 기업대출도 연말 재무비율 관리를 위한 일시 상환 등으로 감소했다. 다만 감소폭은 예년 같은 시기에 비해 소폭 줄어드는 것에 그쳤다.

지난달 기업대출은 1065조 7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2조 8000억원 줄었다. 12월 기준 감소폭으로 따졌을 때 2014년(–2조 1000억원) 이후 최저치다.

대기업 대출은 분기 말 재무비율 관리를 위한 일시상환 등의 영향으로 1조 7000억원 감소한 179조 3000억원을 기록했다. 중소기업대출은 연말 운전자금 일시상환 등으로 1조원 감소한 886조 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자영업자가 주로 빌리는 개인사업자대출은 1조 1000억원 늘어났다.

회사채 발행은 투자기관의 연말 북클로징 등으로 8000억원 순상환됐다. 주식발행은 유상증자를 중심으로 발행 규모가 줄면서 전월보다 줄어든 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10월 월평균 유상증자 규모는 1조 2000억원이었으나 12월 5000억원으로 줄었다.

이날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은 은행권과 제2금융권을 포함한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 동향을 발표했다. 지난달 전금융권 가계대출은 전월 대비 2000억원 늘었다. 증가 폭은 11월(5조 9000억원)보다 크게 줄었고, 2021년 중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작년 12월 중 주담대는 주택거래 감소 등의 영향으로 2조 6000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은 연말 성과급 유입에 따른 신용대출 축소와 여전사 카드대출 축소 등의 영향을 받아 2조 4000억원 감소했다.

업권별로 은행권 가계대출이 2000억원 감소했고, 제2금융권에서는 4000억원 증가했다. 제2금융권의 증가 폭도 11월(3조원)과 비교해 급감한 만큼, 은행권 대출 규제에 따른 ‘풍선효과’도 미미한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지난해 가계대출 증가율은 7.1%로 코로나19 극복 과정에서 급증했던 가계부채 증가세가 점차 안정세를 찾아가는 모습”이라며 “금융당국은 최근 2년간 급증한 가계부채(220조원)가 우리경제의 불안요인이 되지 않도록 지속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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