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내 문구와 다른 품목으로 구성된 포켓몬 랜덤박스. (출처: 독자 제공)
안내 문구와 다른 품목으로 구성된 포켓몬 랜덤박스. (출처: 독자 제공)

무작위 상품 뽑기 시스템

구매 가격比 상품 ‘복불복’

유통가, 소비자 구매 유도

“진품·가품 ‘구별’ 어려워”

중국 ‘동물’ 택배에 비난多

[천지일보=황해연 기자] “며칠 전 ‘럭키박스’ 상품 하나를 구매해 개봉했는데 박스 내 9종 중 3종만 안내 이미지에 명시된 상품이었고 나머지 6종은 안내 이미지에서 찾아볼 수 없는 엉뚱한 상품이었습니다. ‘럭키박스에는 상기 이미지 품목들 중 랜덤으로 상품이 들어있습니다’라는 문구로 소비자가 오인하게 만들었습니다.”

㈜포켓몬코리아의 주최로 지난 17일부터 스타필드 코엑스몰점의 지하 1층 메가박스 앞 이벤트홀에서 개최된 포켓몬스터 팝업스토어 행사를 통해 ‘럭키박스’ 품목을 구매한 한 소비자 A씨가 천지일보를 통해 한 말이다.

그는 “럭키박스 안내문에는 30종의 이미지와 함께 안내 문구가 적혀있었다”며 “공지와 다른 구성 품목으로 인해 교환, 환불 등 후속 조치를 받을 수 있는지 문의하기 위해 다음 날 오전 팝업스토어에 재방문해 문의했다”고 말했다.

A씨에 따르면 주최 측에서는 “안내 이미지 상품뿐 아니라 그 외 30여종의 다른 품목들도 포함됐으나 표시하지 못한 것뿐”이라며 “현재 본사 방침으로는 그러한 이유로 환불 사유가 될 수 없다”고 답했다.

A씨는 명시된 품목과 전혀 다른 제품이 들었다는 점, 과장 광고로 인해 소비자를 우롱한다는 점 등을 호소했다. 또한 A씨가 구매한 제품의 경우 주요 타겟층이 저연령층 어린이들이기 때문에 어른들의 이러한 상술로 어린이들이 겪게 될 실망감과 불신을 생각하면 안타깝다고 부연했다.

이처럼 최근 유통업계는 올해 들어 무작위의 상품이 담긴 랜덤박스·럭키박스 등 다양한 이벤트를 선보이고 있다. 더 나아가 랜덤박스를 중점으로 한 랜덤투유와 같은 쇼핑몰이나 앱(APP) 등도 생겨나고 있다.

이를 ‘가챠 시스템(무작위 뽑기 시스템)’이라고도 일컫는다. 운이 좋다면 구매 가격 대비 가치가 높은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으나 반면 구매 가격 대비 가치가 낮은 아이템이 나올 확률도 있는 것이다. 랜덤박스의 특성상 개봉 전까지 어떤 상품이 들었는지 모르는 기대감과 재미를 주고 있다.

최근 인기를 끄는 랜덤박스를 통해 소비자들의 구매를 유도하는 유통업계에 대한 소비자 불만도 잇따르고 있다. 진품인지 가품인지 구별도 어려울 뿐 아니라 심지어는 ‘떨이팔이’라는 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앞서 우주마켓의 경우 시계 랜덤박스가 거센 논란이 일었다. 우주마켓이 판매하는 시계 랜덤박스는 3만 9000원이다. 다만 소비자들은 이에 대해 ‘사기’라는 반응을 보인 소비자들이 많았다.

한 쇼핑몰에서 럭키박스를 구매한 소비자가 게시한 글.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한 쇼핑몰에서 럭키박스를 구매한 소비자가 게시한 글.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또한 한 쇼핑몰에서 럭키박스를 구매한 한 소비자는 “9만 9000원 속는 셈 치고 샀는데 돈 주고도 안 살 디자인이다. 돈 버린 거 맞죠?”라며 ‘9만 9000원 럭키박스 상태’라는 글을 통해 불만을 표시했다. 이와 함께 올라온 3장의 사진은 화려한 패턴의 원피스, 연보라색 셔츠, 연분홍색의 롱 원피스 등이었다. 이를 본 네티즌들은 “3개에 원가 5000원은 되려나” “9만 9000원 버리기?” 등의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올해 5월 중국에서는 랜덤박스에 대한 인기가 이어지자 살아있는 동물을 택배로 유통한 사건도 발생했다. 쓰촨성 청두 소재 중퉁택배에 다니는 직원으로부터 공개된 영상에서는 생후 6개월 미만의 강아지와 고양이 160여마리가 밀폐된 화물 상자 속에 들어있었다. 일부 화물 상자에는 햄스터 등 작은 동물과 조류가 담긴 페트병이 발견되기도 했다. 이에 많은 소비자가 해당 사건에 대해 비난을 쏟았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비정상적인 소비를 끌어낸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최근 ‘확률형 아이템’ 관련 사안에서 재화를 사용해 확률적으로 무작위의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형태의 상품은 어떤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지, 해당 아이템을 얻기 위한 확률이 몇 퍼센트인지 반드시 표시하는 등 소비자의 알 권리와 투명한 정보 공개를 촉구하는 움직임도 활발해지는 추세다.

반면 랜덤박스에 대해 동일한 금액을 투자하고 더 좋은 상품을 얻을 수 있는 점을 들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며 랜덤박스를 애용하는 소비자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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