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아파트단지. ⓒ천지일보DB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아파트단지. ⓒ천지일보DB

수천만원서 ‘억 단위’ 싼 매물 등장에 업계 긴장

“불안정 벗어나 ‘안정화’ 접어드는 과정으로 봐야”

[천지일보=이우혁 기자] 신고가 거래가 이어지던 부동산시장이 잠잠해지고 일부 단지에서 가격을 수천~수억원 낮춘 급매물이 속속 등장한 것을 두고 부동산 업계에선 의견이 분분하다. 특히 이전까지는 거래절벽 현상과 가격 상승이 병행됐지만, 이번에는 가격 상승세가 10주째 둔화하고, 매수심리마저 얼어붙는 양상을 보이면서 ‘집값 거품’이 꺼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10일 부동산 업계에선 가격을 낮춘 급매물이 속속 등장해 긴장감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광진구, 강서구, 노원구 등 서울 외곽에서 최고 1억 5000만원 저렴한 매물까지 나왔다.

광진구 광진하나플러스 전용 85㎡는 올해 3월 9억 4700만원에 팔렸지만, 8월엔 8억원에 매매돼 무려 1억 4700만원이나 낮은 가격에 거래됐다. 또 광장현대홈타운 11차 전용 85㎡도 8월 21억원에서 9월 20억원(-1억원), 강서구 등촌주공8단지 전용 42㎡는 8월 7억 2000만원에서 9월 6억 5000만원(-7000만원), 노원구 상계은빛2단지 전용 59㎡도 9월 6억 7800만원에서 10월 6억 4500만원(-3300만원)에 매매거래가 성사됐다.

급매물의 등장과 함께 잇따른 부동산 지표를 두고도 집값 하락의 ‘신호’가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매매거래가 급감하면서 가격 상승세가 둔화한 부분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1546건으로 9월(2693건)의 60% 수준으로 감소했다. 서울의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 7~10월부터 4700건→4188건→2693건→1546건으로 급감하고 있으며, 3개월 만에 32%까지 줄기도 했다.

또 한국부동산원의 통계에 따르면 전국의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지난 9월 0.31을 정점으로 11월 1주 0.23까지 0.12p 줄어들었다. 또 수도권은 같은 기간 0.4에서 0.26(-0.14p)으로, 서울은 0.21에서 0.15(-0.05p)로 상승세가 둔화 중이며, 특히 서울은 지난 8월 4주부터 10주째 상승세 둔화가 이어지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부동산 시장을 두고 “최근 10주 정도 서울 아파트 주간 상승률을 보면 일단 상승세가 많이 꺾였다”며 “매매수급지수가 매수자 우위로 재편됐고 부동산 가격 심리에 대한 지표도 9월 이후 뚜렷하게 하락세로 전환됐다”고 설명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의 기획재정부·한국은행 등에 대한 종합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천지일보 2021.10.21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의 기획재정부·한국은행 등에 대한 종합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천지일보 2021.10.21

이전까진 거래량이 급감하면서도 가격 상승세가 가팔랐지만, 정부의 금리 인상과 대출 규제 등 ‘부동산 돈줄 조이기’의 영향으로 투기 세력은 물론 실수요자들까지 주택 마련이 어려워졌다.

이는 고스란히 매수심리의 위축으로 이어졌다. 부동산원의 매매수급지수를 보면 연초부터 110 내외를 유지하며 강세를 보이던 매수세는 9월 1주 107.2를 기점으로 서서히 감소해 지난주 100.7까지 떨어졌고, 서북권에선 매매수급지수가 99.8로 떨어지며 27주 만에 매도세가 앞서기도 했다.

업계에선 정부가 금리를 올리고 가계부채 조절을 위해 강도 높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적용하는 가운데 집값 하락을 암시하는 신호들이 등장함에 따라 집값 거품이 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일각에선 ‘거품이 꺼진다’는 표현처럼 급격한 변화는 없을 것이란 주장이 나온다.

김병기 리얼투데이 팀장은 “코로나19로 전 세계적으로 돈을 많이 풀었고, 화폐가치가 떨어지면서 가격이 오른 부분이 있다”면서 “정부가 금리를 올리고 대출 규제를 강화했지만, 집값이 ‘거품’처럼 급격히 떨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팀장은 급매물이 나오는 것을 두고도 “거품이 꺼지는 것이라기보다는 시장이 안정화돼가는 과정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전에는 시장이 불안정해 신고가 거래가 이뤄지며 거래절벽과 가격 상승이 동시에 일어났지만, 관망세가 커짐에 따라 이제는 이런 부분이 완화돼간다는 설명이다.

그는 “갭투자가 많은 지방의 경우에는 가격이 다소 심하게 출렁일 수 있지만, 실수요가 탄탄한 서울·경기의 경우는 급매물이 나오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가격의 변동이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만약 내년에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풀리면 다시 오를 여력이 있어 가격이 많이 내려가는 부분도 장담할 순 없다”고 말했다. 반면 “매수세가 줄고 매도세가 늘어나는 정도에 따라 가격 하락의 규모가 결정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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