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딘 가필드 넷플릭스 부사장
국내 여론 의식해 한국 방문
국회·정부 고위 관계자 만나
4일 오전 기자 간담회 진행
넷플릭스, SKB 공식 저격
여론전 펼치면서 갈등 심화
반박과 재반박, 설전 이어져
대통령·국회·정부·국내社까지
‘망 사용료’ 지불 필요성 강조
[천지일보=손지아 기자] 최근 2년간 국정감사 참석 요청에도 국내 팀장을 보내며 소극적이던 넷플릭스가 이번엔 정책총괄 부사장을 한국에 보내는 초강수를 뒀다. 부사장은 국회와 정부 부처를 만나고 기자 간담회도 진행하면서 넷플릭스의 입장을 적극 선전할 예정이다. ‘망 사용료’를 낼 생각은 없지만 SK브로드밴드와 빚은 갈등에서 문재인 대통령까지 인터넷서비스사업자(ISP)의 편을 들고 망 사용료 지급 법제화에 속도가 붙자 위기감을 느낀 행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오징어 게임’ 등 한국 콘텐츠가 유명세를 치르자 망 사용료 분쟁과 더불어 네트워크 트래픽 급증에 대한 전 세계적 관심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법정 공방을 진행 중인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는 한 치의 양보 없이 첨예한 입장차를 드러내며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여론전 시작 넷플릭스, 기존 입장 적극 피력
넷플릭스는 최근 블로그에 딘 가필드(Dean Garfield) 정책부문 부사장의 이름으로 ‘자유롭고 열린 인터넷 환경에서 넥스트 오징어 게임이 탄생하고 꽃 피울 수 있다’라는 글을 게재했다.
딘 가필드 부사장은 “한국의 ISP 중 한 곳은 이미 세계 1000여곳이 넘는 ISP들이 무상으로 누리는 오픈 커넥트(OCA: Open Connect Alliances)의 혜택을 외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 곳의 ISP는 넷플릭스와 망 사용료를 두고 소송을 벌이는 SK브로드밴드를 지칭한 것이다. 오픈 커넥트는 넷플릭스가 트래픽을 분산하기 위해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 기술을 적용해 운영 중인 일종의 자체 캐시서버다.
넷플릭스에 따르면 오픈 커넥트는 인터넷 속도 저하를 방지하며 넷플릭스에서 발생하는 트래픽을 95% 이상 줄인다. 이를 통해 지난해 절감된 비용만 12억 달러(약 1조 4000억원)에 달한다는 게 넷플릭스 측의 주장이다.
딘 가필드 부사장은 “한국 ISP 중 한 곳은 넷플릭스가 소비자 여러분이 콘텐츠를 온라인으로 시청하실 수 있도록 했다는 이유만으로 지배적인 영향력을 동원해 자의적으로 정한 금액을 저희와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로부터도 받아내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SK브로드밴드가 소비자와 콘텐츠제공사업자(CP) 모두에게 비용을 청구해 양쪽으로부터 두 배로 돈을 받아내려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한국에 들어온 그는 국회와 정부 부처 고위 관계자들을 순차적으로 만나고 4일 오전 기자 간담회를 진행한다. 넷플릭스 고위 관계자가 이처럼 국내에 들어와 적극적으로 입장을 표명하는 것은 그만큼 넷플릭스를 향한 망 이용대가 지불 압박이 심해지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OCA 거부’ 주장에 SKB, 전면 반박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의 주장에 전면으로 반박했다. 어떤 경우든 직·간접적으로 망 이용대가를 지불하는 것이 인터넷 시장의 질서라는 논지다.
SK브로드밴드에 따르면 넷플릭스가 제공하고자 하는 OCA는 특별한 것이 아니다. 대다수 글로벌 CP는 통상 대용량의 콘텐츠를 전송하기 때문에 효율적인 트래픽 전송을 위해 자체적인 CDN을 구축해 운용하거나 아카마이와 같은 전문 CDN 사업자가 보유한 망을 임차한다.
망 이용대가를 직접적으로 지불하느냐 간접적으로 지불하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 두 가지 경우 모두 글로벌 CP는 해당국의 ISP에 망 이용대가를 지불한다는 게 SK브로드밴드의 주장이다.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넷플릭스가 특정 ISP에 OCA를 연결하더라도 해당 ISP의 망에 흐르는 트래픽의 양은 변함없고 해당 인터넷망을 이용한다는 사실도 변함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OCA는 넷플릭스가 스스로 부담해야 하는 트래픽 처리 비용은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지만 ISP가 넷플릭스의 트래픽을 최종 이용자에게 전송하는 구간에서는 아무런 비용을 줄이지 못한다”며 “넷플릭스는 자신에게만 이익이 되는 것을 ISP에도 이익이 된다고 잘못된 주장을 계속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넷플릭스의 주장이 틀렸다는 것은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와 법원을 통해 이미 확인된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넷플릭스 측은 “분산된 로컬 서버들로 구성된 망(즉 CDN)을 이용하면 해당 콘텐츠를 소비자 근처에 가져다 둠으로서 콘텐츠가 전송되는 지리적 거리를 단축해 ISP의 비용을 절감해준다”며 “CDN은 콘텐츠가 거쳐야 하는 라우터와 망의 수를 최소화해 트래픽 가능성을 최소화한다”고 재반박했다.
◆법제화는 속도… 법정 공방은 장기전
국회와 정부는 넷플릭스가 망 이용대가를 내도록 하기 위해 한목소리를 내고 움직이고 있지만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 간 분쟁이 해결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1일 안정상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더불어민주당 방송정보통신 수석전문위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넷플릭스가 글로벌 시장의 리드로서 그에 걸맞은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달 8일 문재인 대통령은 김부겸 국무총리와 가진 주례회동에서 “글로벌 플랫폼은 그 규모에 걸맞게 책임을 다할 필요가 있다”며 “합리적 망 사용료 부과 문제와 함께, 플랫폼과 제작업체 간 공정한 계약에 대해서도 챙겨봐 달라”고 언급했다.
과방위 국정감사 중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한상혁 방통위 위원장은 과도한 트래픽을 유발하는 사업자들이 망 사용료를 부담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 긍정적인 답변을 내놨다. 21일 진행된 과방위 종합감사에서는 국내 거대 플랫폼 기업들의 수장까지 나서서 이 주장에 힘을 실었다.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 김범수 카카오 의장도 해외 CP가 망 사용료를 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웨이브 등 국내 CP도 넷플릭스가 망 사용료를 내지 않는 것을 두고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표현하는 등 넷플릭스가 망 사용료를 지불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법원도 지난 6월 넷플릭스 패소 판결을 내리면서 망 이용대가를 부담하는 것이 맞다고 판시했다.
현재 국회 과방위 소속 전혜숙·변재일·김영식 의원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발의 중이다. 김상희 의원도 이 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이 같은 상황에서도 24일 넷플릭스는 공식적으로 망 이용대가 지불 거부 의사를 밝혔다. SK브로드밴드와의 법정 분쟁은 내년까지도 이어질 전망이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대한 종합감사가 열리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천지일보 2021.10.20](https://cdn.newscj.com/news/photo/202111/770432_788019_3109.jpg)
◆딘 가필드, 방통위와 만났지만 ‘묵묵부답’
딜 가필드 부사장은 입국 후 지난 2일 먼저 방통위를 만나 방송통신 분야 현안을 논의했지만 ‘망 사용료’와 관련해서는 뚜렷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이날 김현 방통위 부위원장은 딘 가필드 부사장과 면담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김 부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글로벌 플랫폼은 그 규모에 걸맞게 책임을 다할 필요가 있다”는 발언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미디어 콘텐츠 상생 협력을 위해 모든 구성원의 동반성장이 필요하므로 공정하고 평등한 미디어 생태계 조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콘텐츠 자체에 대한 투자뿐 아니라 콘텐츠를 안정적으로 전송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구축해야 하는 통신망 환경에 대해서도 글로벌 사업자로서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피력했다.
이에 딘 가필드 공공정책 부사장은 한국 시장에서 콘텐츠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겠다며 대한민국의 미디어 콘텐츠 생태계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 부위원장이 피력한 ‘망 사용료’ 지급에 대한 입장은 따로 언급하지 않은 것이다.
3일 오전에는 이원욱 과방위원장과 만나는 등 순회를 계속할 예정이지만 이를 통해 어떤 성과를 얻을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우린 넷플릭스와 달라” 망 대가 내는 디즈니
한편 넷플릭스의 OCA와 똑같은 기능을 하는 CDN을 이용하는 디즈니가 국내 통신사들에게 정당한 망 이용대가를 내면서 넷플릭스는 한층 불리한 싸움을 할 것으로 관측된다.
디즈니+가 직접 국내 통신사들에게 망 대가를 내진 않지만 복수의 CDN을 통해 접속하면서 해당 CDN 업체가 통신사에 디즈니+의 통신망 사용료를 내는 방식이다.
앞서 제이 트리니다드 월트디즈니 컴퍼니 아태지역 DTC사업 총괄은 지난달 14일 기자 간담회에서 “디즈니는 ‘선량한 기업시민이 되자’는 철학을 갖고 있다”며 “다양한 콘텐츠 제작사와 통신사, CDN 사업자들과 협력할 것이다. 그렇게 해야만 최고의 스트리밍 경험을 소비자들에게 제공할 가능성도 커진다고 확신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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