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손지아 기자] 딘 가필드 넷플릭스 정책총괄 부사장이 4일 넷플릭스 미디어 오픈 토크 기자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11.4](https://cdn.newscj.com/news/photo/202111/770792_788467_4020.jpg)
딘 가필드 넷플릭스 정책 부사장
“SK브로드밴드와 협상하고 싶어”
기술적 협력으로만 긍정 신호 보내
“망 사용료, 입법되면 존중하겠다”
정부·국회 고위 관계자 면담에서
‘망 사용료 안 내겠다’ 입장 견지
이원욱 “망 대가와 기술, 별개 문제”
[천지일보=손지아 기자] 딘 가필드(Dean Gafield) 넷플릭스 정책총괄 부사장의 방한이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그는 입국 후 정부·국회 고위 관계자들을 만났고 4일 기자 간담회도 열었다. 그런데 이런 거창한 액션에도 그는 넷플릭스를 둘러싼 많은 이슈 중 어느 것 하나에도 ‘알맹이’ 있는 답을 하지 않았다.
4일 오전 딘 가필드 부사장은 서울 종로구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그랜드 볼룸에서 열린 ‘넷플릭스 미디어 오픈 토크’ 기자 간담회에서 간략하게 넷플릭스에 대해 소개하고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진행했다.
이날 그는 ‘망 사용료’를 낼 생각이 전혀 없음을 내비쳤다. 거듭되는 관련 질문으로 들은 답변으로 핵심을 요약하면, 1조원을 들여 자체적으로 ‘오픈 커넥트(OCA: Open Connect Alliances)’를 만들었으니 망 사용료 등 추가적인 비용을 내기보다는 이것으로 분쟁을 해결하겠다는 입장이었다. OCA는 넷플릭스가 트래픽을 분산하기 위해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 기술을 적용해 운영 중인 일종의 자체 캐시서버다.
SK브로드밴드는 OCA가 넷플릭스에만 좋은 프로그램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넷플릭스가 인터넷서비스사업자(ISP)로 전송하는 트래픽만 줄일 뿐 ISP가 이용자에게 전송하는 트래픽은 줄여주지 못한다는 이유 때문이다. 딘 가필드 부사장도 이를 인지하고 있었다. 그는 관련 질문에 “인터넷 생태계에서 넷플릭스도 책임을 져야 한다”며 SK브로드밴드와의 협력을 통해 그 문제까지 기술적인 고도화를 거쳐 해결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모든 국내의 ISP들과 협력하기를 원하고 여기에 SK브로드밴드도 포함된다. 저희도 좋은 관계를 맺길, 상생을 위해 협력하기를 바라고 있다”며 “(SKB와) 한자리에 앉아서 논의하고 싶고 네트워크 측면의 지속적인 혁신을 원한다”고 말했다.
또한 방한 이유에 대해 ▲현재 르네상스가 일어나고 있는데 한국이 이를 주도하고 있다는 것과 ▲한국의 입장을 경청하고 존중할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을 알리고 ▲SK브로드밴드를 포함해 한국의 혁신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망 사용료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왔다고 밝혔다.
다만 이 말에 얼마나 진정성이 있는지는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SK브로드밴드 측은 “넷플릭스가 대외적으로 협상 의지를 밝힌 건 반길만한 일이다.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의 제안이 있다면 언제든 테이블에 앉을 뜻이 있다”면서도 “딘 가필드 부사장은 이번 방한에서 정부, 국회, 언론 등과 만나면서 넷플릭스의 ‘망 무임승차’ 당위성만을 계속 주장하고 있다. 넷플릭스가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진정 있는지 의문스럽다”고 밝혔다.
딘 가필드 부사장은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추가적으로 나온 한국에서의 세금 회피 문제를 비롯한 질문들에도 애매한 표현들로 핵심적인 답은 피해갔다. 그래도 망 사용료 지불이 법적으로 의무가 되면 따를 의향이 있냐는 질문에는 “존중하겠다”고 답했다.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의 협상이 진행될지는 미지수지만 넷플릭스는 소송을 계속할 예정이며 오픈 커넥트에 대한 더욱 구체적인 홍보를 이어갈 계획이다.
한편 앞서 딘 가필드 부사장은 고위 관계자들과의 만남에서도 이와 같은 자세를 견지한 바 있다. 그는 지난 2일 김현 방통위 부위원장과, 3일에는 이원욱 과방위원장과 만났다. 이 자리에서 김 부위원장과 이 위원장은 적극적으로 망 사용료에 대한 책임을 져달라고 주문했지만 딘 가필드 부사장은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때문에 국회 과방위 소속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딘 가필드 넷플릭스 부사장과의 면담을 취소하기도 했다. 조승래 의원은 “넷플릭스 측의 요청으로 면담을 계획했으나 넷플릭스 측이 망 이용대가 등 현안에 대해 진지하고 개방적인 태도로 논의할 준비가 돼 있지 않았다”며 “이 상태에서의 만남은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반면 딜 가필드 부사장은 국민의힘 김영식 의원과의 면담에서는 “망 사용료에 대해 SK브로드밴드와 소송 중이지만 이는 비용을 전혀 부담하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며 기술적 협력 등 대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기서 ‘기술적 협력 등 대안’은 OCA를 말한다.
이에 이원욱 과방위원장은 3일 딘 가필드 부사장을 만난 자리에서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넷플릭스가 주장하는 기술적 조치(OCA)는 망 사용료와 별개의 문제”라고 지적하고 나섰다. 이 위원장은 면담 과정에서 “넷플릭스가 망 사용료를 부담하지 않는 것이 국내 사업자에게는 역차별이 된다”고 설명하며 넷플릭스가 현재 취하고 있다고 강조하는 자체 기술적 조치 부분은 망 사용료 이슈 이후의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현재 국회 과방위 소속 전혜숙·변재일·김영식 의원은 해외 CP(콘텐츠제공사업자)가 망 사용료를 지급하게 하는 내용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발의 중이다. 김상희 의원도 이 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